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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 대신 "난 널 믿어"라고 말해봐요… 우울증 환자를 위한 삼성의 자동완성 기능

2021-08-19 10:23:40
칸 라이언즈 수상작품으로 살펴보는 마음건강 캠페인 소개
정신건강에 대해 이야기 하길 꺼려하는 사회적 인식 바뀌어야
삼성의 '프레딕트 투 프리벤트' 앱을 통해 우울함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딸에게 "나는 너를 믿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엄마의 모습. ⓒCannes LIons
삼성의 '프레딕트 투 프리벤트' 앱을 통해 우울함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딸에게 "나는 너를 믿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엄마의 모습. ⓒCannes LIons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전세계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지난 12일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정신 건강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향후 정신건강 분야 유망 기술을 발굴하기 위한 '대전환기 혁신적 정신건강 연구개발사업 총괄기획위원회'를 구성해 첫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염민섭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코로나 우울 등 정신 건강 문제가 심화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해외 주요국과 같이 한국도 정신건강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늦지 않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열린 2020 일본 도쿄 올림픽에서는 미국의 체조선수 시몬 바일스(Simone Biles)가 정신 건강의 이유를 들어 기권을 하게 되면서 운동 선수들의 체력 관리 중 정신 건강도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에 대해 전세계인들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됐다.

과거엔 개인의 정신 건강에 대해 타인에게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였으나 최근엔 사회 전반적으로 정신 건강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추세로 바뀌면서 의료 관련 업계가 아닌 곳에서도 마음 휴식에 필요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곳이 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는 소비자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그들의 정신을 지지하기 위해 제안한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한 작품들을 선정해 칸 라이언즈 아카이브 더워크(The Work)에 소개했다.

1. 프레딕트 투 프리벤트(PREDICT TO PREVENT)
출품사: BBDO 태국(BBDO THAILAND)
브랜드: 삼성(SAMSUNG)
수상: 2018년 칸 라이언즈 브랜드 익스피리언스&액티베이션 부문 브론즈 라이언 수상

정신건강 전문가들에 의하면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괜찮아", "다 잘 될거야", "힘내"라는 말들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삼성은 사용자가 작성하는 문자를 인식한 뒤 알고리즘을 이용해 우울감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상대방이 상처 받는 것을 예방할 수 있도록 다른 문자 입력을 제안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삼성의 '프레딕트 투 프리벤트' 앱은 '예방을 위한 예견'이라는 뜻으로, 기존 모바일 기기가 단어의 철자에 맞춰 예상되는 단어를 자동완성해 주는 기능을 선보였다면 '프레딕트 투 프리벤트'는 문장이 뜻하는 의미를 인지해 다른 말로 바꿔서 전달 할 수 있는 새로운 표현을 제안했다.

대행사 BBDO 태국과 삼성은 약 10만개 이상의 단어를 조합한 데이터 베이스를 활용해 부정적 표현은 긍정인 이해의 언어로, 무시하는 듯한 표현은 배려의 언어로 바꾸는 작업을 거쳤다. 예를 들면 "괜찮아 다 잘될거야"를 "나는 너를 믿는다"로, "힘내"를 "네가 기분이 좋지 않아 나도 슬퍼, 내가 뭐 도울 수 있는건 없니?"로 바꿔서 전달할 수 있는 표현들을 제안했다.

2. #현실(UNRAVELLING#INREALLIFE, 2018)
출품사: 오길비 홍콩(OGILVY HONG KONG)
브랜드: 더 사마리안(THE SAMARITANS)
수상: 2018년 칸 라이언즈 인더스트리 크래프트 본선 진출(Shortlisted)

오길비 홍콩이 대행한 #현실. ⓒCannes Lions
오길비 홍콩이 대행한 #현실. ⓒCannes Lions

'더 사마리안'은 실로 그림을 만드는 자수 기법을 활용해 한쪽 면은 매끈한 사진처럼 보이지만 반대편에서보면 여러 색의 실들이 서로 엉켜있는 어지러운 부분을 그대로 노출시킨 옥외광고를 선보였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자수의 앞면과 뒷면을 모두 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선명한 그림 아래에는 '풀어내기#현실'이라고 적힌 문구가 어지럽게 얽혀있고 자수 뒷면에는 선명한 글씨로 보이도록 제작됐다.

자살예방을 위해 24시간 무료로 전화상담을 제공하는 홍콩의 단체 '더 사마리안'은 젊은이들이 느끼는 우울한 감정에 주목했다. 칸 라이언즈에 따르면 홍콩 젊은 세대 사이에서의 우울증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지만 이들의 SNS속 모습은 여전히 행복한 감정만을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

대행사 오길비 홍콩은 SNS 게시글로 보여지는 이미지가 행복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심어준다고 생각했고 사진으로 보여지는 이미지 뒤에 숨겨져 있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옥외광고를 제안했다.

3. 정신 건강에 대한 차별(MENTAL HEALTH DISCRIMINATION AWARENESS)
출품사: 데어 런던(DARE LONDON)
브랜드: 타임 투 체인지(TIME TO CHANGE)
수상: 2011년 칸 라이언즈 필름 부문 브론즈 라이언즈 수상

지난 2007년 영국에서 시작한 정신 건강 캠페인 '타임 투 체인지'는 정신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

광고대행사 데어 런던이 출품한 캠페인 영상에는 직장에서 정신 질환으로 인해 휴식을 취하고 돌아온 동료를 향해 어떻게 인사해야할지 고민하는 직장인의 모습이 나온다. 

고민 끝에 "요즘 어때?"라고 묻자, 오랜만에 복귀한 동료는 신고있던 신발을 벗어 던지며 분노하거나, 모래가 되어 흩어지고, 구석 사물함으로 들어가버리는 등 이상한 과민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질문을 고민하던 직원의 상상이었다.

영상 끝부분에서야 동료의 진짜 대답을 들을 수 있다. 그는 "요즘 괜찮아, 좋을때도 있고 안좋을때도 있지만…."이라고 말하며 우려했던 것과 달리 침착하게 대화를 이어나간다.

이 캠페인은 가상의 인물을 통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정신 질환에 대한 편견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정신 건강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출품 자료에 따르면 약 600만명 이상이 캠페인 영상을 시청했으며 이들 중 절반 이상의 사람들은 이 캠페인이 그들의 생각을 바꾸는데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4. 정신 건강에 대한 인식(MENTAL HEALTH AWARENESS)
출품사: 브랜드헬스 온타리오(BRANDHEALTH ONTARIO)
브랜드: 캐나다 정신 건강 협회(CANADIAN MENTAL HEALTH ASSOCIATION)
수상: 2014년 칸 라이언즈 헬스&웰니스 부문 본선진출(Shortlisted)

캐나다에서는 정신 건강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꼬집는 캠페인이 집행됐다.

캐나다 정신건강협회가 공개한 캠페인 영상에는 암에 걸린 직장동료에 대해 이야기하는 한 남자가 등장한다.

그는 "암에 걸린 동료가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마감기한을 놓친것에 대해 암을 핑계로 댈까봐 걱정된다"며 "차라리 자신이 암에 걸렸다고 얘기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영상은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고 하면 이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꼬집기 위해 제작됐다. 영상 속 남자는 암에 걸린 동료의 아픔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오히려 암에 걸렸다고 밝힌 동료를 탓한다. 이는 현실에서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고 밝힌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캠페인 영상 끝에는 "정신 질환 환자를 대하는 것처럼, 암 환자를 대한다고 상상해보세요"라는 메시지를 보여주며 정신 질환을 다른 질병과는 다르게 가볍게 보는 사회적 시선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캐나다 정신건강협회는 "암에 걸린 사람에게 이런식으로 말하는 태도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된다면, 왜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대하는가"라고 강조한다. 

은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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