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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세 접수한 제이지, 빙으로 뉴욕도 접수

2012-01-10 16: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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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전까지만 해도 3대 국제광고제 중 하나로 불렸던 칸 라이언즈(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 구 칸 국제광고제)가 삼국통일을 이뤘다는 말을 듣기 시작한 지도 꽤 지났다. 칸 라이언즈에서 그랑프리를 받는 것은 광고인들에게 있어 칸 국제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받는 것만큼이나 감격스러운 일이다.

칸 라이언즈는 해마다 칸 국제영화제가 끝나고 한 달 뒤  6월 셋째 주에 같은 도시,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국제광고제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칸 라이언즈의 하일라이트는 바로 필름 부문 그랑프리가 발표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사이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 사이 사람과 브랜드들도 변했지만 무엇보다 매체가 바뀌었다. 필름이나 인쇄물과 같은 전통매체 소비자 비율이 급격히 줄어든 대신 새로운 매체 소비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제 칸 라이언즈에서 사람들이 가장 열광하는 순간은 ‘티타늄’ 부문 그랑프리가 발표될 때다. 티타늄 부문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집행한 광고에게 주어진다.

올해 마이크로소프트의 빙(Bing)은 옥외 부문 그랑프리와 함께 칸 라이언즈 최고의 상인 티타늄을 차지한 이관왕이다. 과연 빙은 무엇을 어떻게 했기에 하나도 받기 힘든 칸 라이언즈 그랑프리를 한꺼번에 두 개나 받았을까?

 

 

 

 

▲ⓒ뉴욕 곳곳에 퍼즐처럼 숨어 있는 제이지의 '해독(Decode)'

 

‘제이지 해독하기(Decode Jay-Z with Bing)’는 뚜렷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탁월한 크리에이티비티의 전형이다.

잠깐 엉뚱한 질문을 던져본다. 패스너(fastener)가 무엇인지 아는가? 패스너라고 하면 갸우뚱하던 사람도 지퍼(zipper)라고 하면 이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지퍼는 보통명사인 패스너를 사람들 기억에서 삭제해버릴 만큼 막강한 브랜드였다.

한국은 좀 상황이 다르지만, 지금 전세계인들은 또 하나의 브랜드를 보통명사, 혹은 일반동사로 사용하고 있다. 구글(google)이 바로 그것. 구글의 검색기능이 뛰어났던 것도 한 가지 이유였겠고, 구글만의 독특한 마케팅 전략도 상당 부분 주효했을 것이다.

2009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Steve Ballmer)가 전세계에 빙(Bing)을 소개할 때 겨냥한 것도 바로 구글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술력으로 개발한 강력한 검색 기능에도 자신 있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브랜드 가치도 빙에게 상당한 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조만간 사람들이 ‘빙잉(binging)’하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빙이 소개되고 한참이 지났어도 사람들은 여전히 ‘구글링’만 했다. 빙잉이라는 말이 생기기는커녕, 빙은 전세계적으로 10위 근처에도 들지 못하는 신세였다. 그 인기 좋던 야후마저 빙의 검색기를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사실 대중들은 그런 기술적인 문제에는 별 관심 없다.

 

 

 

▲ⓒ2009 칸 라이언즈 필름 부문 은상작인 애플의 광고 한 장면

왼쪽이 PC를 의인화한 인물로 매번 맥킨토시를 의인화한 젊은이에게 망신당하는 시리즈다.

 

 

오히려 마이크로소프트라는 브랜드가 빙에게 방해가 된 측면도 있다.

애플에서는 몇 년 동안 꾸준히 ‘PC 아저씨와 맥 총각’ 시리즈를 집행했다. 비교광고의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는 이 시리즈의 목적은 단지 맥킨토시의 우월성을 알리는 데 있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로 대표되는PC는 ‘고루하고 따분한 아저씨’, 맥킨토시 컴퓨터는 ‘젊고 통통 튀는 젊은이’라는 인식을 대중에게 확산시키는데 있었고, 그 점에서 볼 때 이 시리즈는 상당 부분 성공했다.

빙으로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그런 늙고 고루한 이미지를 벗어버리는 일이 절실했다.

그렇다면 왜 제이지였나? 제이지는 미국 대중음악계를 접수한 대중문화의 아이콘이다. 얼마 전에는 팝계의 여신 비욘세마저 접수해 전격적으로 결혼까지 했지만 그를 질투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는 비욘세를 차지할 자격이 있다고 여겨질 만큼 미국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음악계’의 제왕이 됐지만 아직 ‘원로 가수’는 아닌, 세련되고 실력 좋은 제이지, 그의 이미지가 바로 빙이 추구하는 이미지와 유사했을 것이다.

그런 제이지가 때 마침 자신의 노래 가사와 인생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을 출간하려는 중이었다.

빙은 여기에 주목한다. 대중들에게 빙으로 찾아와 달라고 애걸하기 보다는, 빙을 찾아가지 않을 수밖에 없는 재미난 놀이거리를 만들어내기로 했다.

일단 빙은 뉴욕시 전역을 광고 매체로 사용하기로 했다. 포스터나 광고판은 물론, 건물 외벽이나 내벽,접시와 디셔츠, 수영장 바닥 할 것 없이 ‘광고물’이 붙었다.

 

 

 

 

 

주목할 점은 여기에 있다. ‘검색은 역시 빙’, ‘최고의 검색기 빙’ 식의 광고 문안 대신 아직 출간 전인 제이지의 자서전 ‘제이지 해독하기(Decode Jay-Z) 320쪽을 광고판과 외벽 등 다양한 ‘매체’에 꼭 한 매씩만 보여준 것이다.

제이지 자서전을 목 빠지게 기다리던 젊은이들에게 이것은 대단한 화젯거리가 됐다. 젊은이들은 뉴욕 전역에 흩어진 제이지의 자서전 한 쪽, 한 쪽을 다투어 사진으로 찍어 모으기 시작했다.

더욱이 제이지 자서전의 제목은 '해독(Decode)'. 책 제목마저 빙 캠페인에 걸맞았다. 이렇게 모은 사진들은 해당 페이지가 위치한 위치정보와 함께 빙의 페이지 http://bing.decodejay-z.com/ 에서 공유됐다. 사람들은 자신이 찍은 사진을 자랑하거나 남이 모은 페이지를 구경하고, 그렇게 모은 내용을 책이 발간되기 전에 미리 읽어보며 즐거워했다. 단지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용자들에게 소셜 게임(social game)기능을 제공해 제이지를 좋아하는 미국 젊은이들을 끌어들인 것이다.

 

 

 

 

 

 

 

빙은 이 캠페인을 통해 사상 처음으로 세계 10위권 내 포털 사이트로 도약하게 됐다.

 

그러나 셀 수 없이 많은 매체 커버리지, 방문객 증가, 재방문 비율, 방문객 당 평균 머문 시간과 같은 숫자들이 이 캠페인의 가치를 말하지는 않는다. 수영장 바닥이나 구찌 재킷처럼 ‘생각도 하지 못한 매체’를GPS 등 첨단 기술과 결합한 것도 높이 평가되지만 그런 기술만이 이 캠페인의 가치를 설명하는 것도 아니다

크리에이티비티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한 마디로 말할 수 없다. 그래도 빙의 이 크리에이티비티는 수년 동안 누적돼온 고루하고 따분한 ‘PC 아저씨’의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는 절박한 문제를 스스로 깨달았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이 캠페인은 빙을 이용해달라는 반복적인 메시지를 허공에 대고 날리는 대신, 소비자들이 참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냈다. 고객 참여(customer engagement)를 가장 큰 가치로 둔 올해 칸 라이언즈 수상 경향에 딱 들어맞는다.

'쿨’한 동시에 ‘핫’한 대중문화의 선봉, 제이지와 빙을 동일시한 이 전략은 분명 앞으로도 빙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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