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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라이언즈, 상상도 디자인이다

2018-07-06 10:58:57

북태평양 한가운데 우리가 잘 모르는 프랑스 크기의 신생국가가 하나 있다. 현재 인구는 20만 명이고 데브리(Debris)라는 화폐단위를 쓰고 있다. 국제연합(UN)에 가입신청도 했다. 이 나라의 이름은 쓰레기제도(Trash Isle). 공식 국기는 물론 여권, 지폐 등 국가라면 갖추어야할 것은 모두 만들어져 있다. 미국 부통령을 지내고 지금은 환경운동에 헌신하는 엘 고어(Al Gore)가 첫 번째 국민이고 영화 007로 유명한 영국 배우 주디 덴치(Judi Dench)가 이 나라의 여왕이다. 

그렇다. 환경오염으로 바다에 떠다니는 쓰레기들에서 영감을 받은 가공의 국가이다. 20만 명은 스스로 국민이 되어 이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들의 숫자이고 화폐단위 역시 쓰레기라는 뜻의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국기와 여권은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서 그 취지를 더욱 살리고. UN가입국들이 공동의 책임으로 쓰레기를 치우게 하겠다는 의지로 국제연합 가입신청도 하고. 

지금 이 순간도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그 규모가 연간 8백만 톤에 이르고 매 1분마다 쓰레기통 가득 플라스틱이 버려지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 크기만 한 쓰레기 더미가 태평양에 여러 개 떠다니고 있다고 한다. UN 환경보호위원회는 ‘모든 회원국은 지구 생태계의 건전성과 건강을 보존, 보호, 회복하기 위해 국제적 협력 정신에 협조해야 한다’고 명문화하고 있다. 이 점이 바로 쓰레기제도가 UN 회원국가가 되고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국 런던의 AMV BBDO가 만든 이 캠페인은 칸 라이언즈 디자인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지폐, 여권, 우표, 국기 등은 물론 존재하지도 않는 가공의 국가를 포함해서 새로운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들어낸 것을 뛰어난 디자인의 가치로 평가한 것이다. 수상 트로피는 북태평양 한가운데 쓰레기 더미 위에 올려놓아야 할 듯.

양웅
동서대학교 교수
전 칸광고제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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