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칸 라이언즈 소식
"브랜드 진화, 스토리텔링에 기반해 이뤄져"
"브랜드 스토리테링은 브랜드의 행복이 아닌, 인간의 행복을 위한 것이어야"
'사피엔스'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와 닐 린세이(Neil Lindsay) 아마존(Amazon) 마케팅 부사장이 만나 스토리텔링이 갖는 변혁적인 힘(transformative power)에 대한 토론을 나눴다.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의 디지털 축제 '칸 라이언즈 라이브(Cannes Lions Live)'에서는 24일(현지시간) '어떻게 스토리텔링이 사회와 마케팅을 만들어가는가, 사피엔스로부터 아마존까지(From Sapiens to Amazon: How Storytelling Shapes Society and Marketing'를 주제로 한 대담이 펼쳐졌다.
닐 부사장은 하라리에게 그의 스토리텔링 이론을 브랜드에 적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라리는 "국가, 돈, 종교 등 큰 구조(big structure)는 모두 브랜드"라고 답하며 "브랜드 진화(evolution of brands)는 스토리텔링에 기반해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브랜드에게 힘과 능력이 생겨 강해져 이기고 성공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스토리텔링에 있다"며 "이 독특한 능력과 행위에 기반해 협력이 이루어진다. 스토리텔링 때문에 사람들은 매우 유연하게 또 대규모로 협력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침팬지 같은 동물도 집단을 이뤄 협력하지만 100마리 정도가 협력 가능한 최대 규모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인간은 수천, 수만의 낯선 사람들과 협력한다. 국제적 무역망에서 수억명의 사람들이 서로 모르는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협력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온라인 컨퍼런스도 이러한 규모로 일어나는 협력 체제"라고 부연 설명했다.
또 "어디서 이런 능력이 오는가?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대규모 협력은 허구적(fictional)인 스토리에 기반한다. 시장, 병원 등 사회 각 영역은 같은 종류의 스토리텔링을 갖고 있고 이에 근거해 협력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닐은 다시 "무엇이 매혹적인(compelling) 스토리인가"에 대해 물었다.
하라리는 "역사를 보면 몇 천년 간 거대 제국(empire)들이 답을 찾고자 했던 질문"이라며 다소 난감해하는 기색을 보였다.
이어 "스토리들은 경쟁을 한다. 진실된 스토리를 찾는 데는 고통이 수반된다. 진실된 스토리는 매우 복잡하므로 헌신할 때(royal) 진실된 스토리를 찾을 수 있다"고 답했다.
하라리는 "코로나 상황을 살펴보면 진실된 이야기가 이러한 면으로 인해 갖는 불이익(disadvantage)을 목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잘 나가게(promote)하려는 것과 진실에 헌신하는 것(royal to truth)은 갈등관계에 있다. 따라서 신뢰할 수 있는 스토리를 구성하려는 브랜드는 특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닐은 팬데믹 위기가 스토리에 미친 영향을 질문했다.
하라리는 "팬데믹은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더 악화되고 있고 궁극적으로 어떻게 될지 아직 모르는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새로운 내용의 스토리텔링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는 새로운 가치의 발견에 대한 것이고 또 하나는 미움(hatred)과 가짜(illusion)에 기반한 스토리이다.
그는 "우리는 자신으로부터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됐다. 대면 만남(physical connection)이 얼마나 중요한(vital)지 그 가치를 알게 됐다"며 "반면 외국인, 소수자에 대한 증오 및 음모(conspiracy) 이론 등에서 무지와 미움에 기반한 이야기들도 퍼져나가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분명 관대, 글로벌 협력, 어떤 사람도 우리로부터 밀어내지 않게 하는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각 개인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하라리는 "과학적 사고에 집중해 두 가지 스토리 중 선택을 할 수 있다. TV프로그래머, 과학자 등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두 가지 스토리 중 어떤 스토리텔링을 할지에 대해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닐은 아마존의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보여주기 위해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Show must go on)"는 카피를 담은 광고 영상을 소개했다. 이 영상은 코로나19로 바뀐 일상 속에서 흑인 발레리나가 홈트레이닝을 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아마존은 미의 진정성(authenticity of beauty), 보편적 진리(universal truth)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이 영상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하라리는 "이 시대의 가장 성공적인 스토리는 돈에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US 달러에 대한 이야기는 모든 사람에게 먹히는 스토리다. 중국, 이스라엘, 미국 등 모든 사람이 미국 달러화가 있으면 차를 사고 냉장고를 살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은 미국 달러화를 믿는다. 만일 상점에서 미국 달러화를 안 받으면 미국 달러화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모두 통용된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미국 달러화를 믿을만한 것으로 여긴다. 신뢰하는 것에 대한 스토리는 힘이 세고, 사람들은 돈을 신뢰한다"고 분석했다.
닐은 이어 과거보다 사회가 포용적(inclusive)이 됐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하라리는 "페미니즘의 경우 인류 역사에서 희망을 볼 수 있는 사례"라고 답했다.
그는 "페미니즘은 젠더 불평등을 바꿨지만 어떤 폭력도 수반하지 않았다. 사회의 근간이 되는 관계를 바꿀 때는 항상 폭력이 따랐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날 때는 단두대가 쓰였다. 그러나 페미니즘은 누구도 죽이지 않고 사회 관계를 변화시켰다는 점에서 희망적인 사례"라고 평했다.
하라리는 스토리텔링은 결국 인간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대담을 마쳤다.
그는 마지막으로 "크리에이티비티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것이다(create to help people). 인간은 고통을 겪는다. 궁극적으로 브랜드의 스토리텔링은 브랜드를 행복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경은 객원기자·국민대학교 겸임교수]
오는 6월 25일까지 열리는 '칸 라이언즈 라이브'는 크리에이티브한 사고와 도발적이면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로 중무장한 수백 편의 필름과 다큐멘터리, 전문가 토론 등을 실시간으로 선보인다. 2021 칸 라이언즈 라이브는 디지털 패스를 구매하거나 라이언즈 멤버십 구독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칸 라이언즈가 새롭게 론칭한 '라이언즈 멤버십'을 구독하면 '칸 라이언즈 라이브'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칸 라이언즈에서 발행하는 크리에이티브 콘텐츠들을 1년 내내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라이언즈 멤버십' 등록비는 249 유로(한화 약 33만7000원)로 디지털 패스 금액과 동일하며 미래 인재에 대한 투자의 일환으로 30대 미만에게는 3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권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