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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 창업자 이본 쉬나드, 칸 라이언즈 2023 라이언하트 수상
세계 최대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인 칸 라이언즈(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 2023의 마지막 날인 23일(현지시간),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를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올해 라이언하트(LionHeart) 수상자로 선정된 파타고니아 창업자 겸 회장인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를 기념하기 위한 무대였다.
라이언하트는 브랜드 영향력을 통해 변화를 불러 온 개인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쉬나드 회장은 지난 2019년에는 환경 부문 노벨상이라 불리는 UN 지구환경대상에서 '기업가 비전' 부문을 수상했다.
쉬나드 회장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1960년대 주한 미군으로 복무했기 때문이다. 카투사 시절 쉬나드 회장은 북한산 인수봉 등산을 자주 했고 현재 '쉬나드 코스'라고 불리는 등산로를 개척하기도 했다. 쉬나드 회장은 귀국 후 1973년, 등산 장비 회사인 파타고니아를 미국에서 창업했다.
쉬나드 회장은 'ESG'라는 용어가 나오기 훨씬 전인 1970년대부터 친환경 기업을 운영해 왔다. 올해 50주년을 맞은 파타고니아는 다가올 50년을 위해 설립자들이 소유권을 포기했고 기후 위기를 위한 비영리재단 홀드패스트 컬렉티브(98%)와 신탁 회사인 파타고니아 목적 신탁(Patagonia Purpose Trust)(2%)에 회사 소유권을 기부했다.
이번 세미나 무대에는 파타고니아 EMEA(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 부문 마케팅 이사인 타일러 라모트(Tyler LaMotte)가 연사로 섰다
그는 "파타고니아의 유일한 주주는 지구이기 때문에 배당금을 분배해 지구에게 투자한 것"이라며 "성장을 위해 성장을 포기한 것"이라고 창업자의 기부 이유를 설명했다.
라모트 이사에 따르면, 파타고니아 브랜드의 초점은 품질이다. 태생이 암벽 등반(climbing) 장비 회사이기 때문이다.
그는 "파타고니아 제품에 따라 사람들의 생사가 좌우됐다"며 "암벽 등반 장비 회사로 시작했기 때문에 파타고니아는 가볍고 튼튼하고 질 좋은 제품을 만드는 작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파타고니아 제품은 튼튼하기로 이름 높다. 그는 파타고니아에서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제품을 개선해 온 결과라고 했다.
라모트 이사는 1970년대 출시된 '스탠드업' 반바지 사례를 소개했다. "100% 순면 캔버스 소재의 바지인데 하도 뻣뻣해서 스탠드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며 "스탠드업 반바지의 오리지널 버전을 지금도 판매하고 있다. 이후 부드럽고 내구성도 좋은 후속 라인도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파타고니아는 제품을 개선하면서 알게 된 부분들을 통해 품질의 기준을 재정의하고, 측정 체계를 구축해 왔기 때문에 정밀한 제품 평가 시스템을 갖게 됐다.
라모트 이사는 "10점 만점에서 평가를 시작하는데 8점 이하를 받는 시제품은 출시하지 않는다. 그런 경우 처음부터 다시 준비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평가 시스템이 만들어진 과정은 이본 쉬나드 회장이 2005년 출시한 책 '렛마이피플고서핑(Let My People Go Surfing)'에 나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품질을 높이려는 노력은 제품 영역 뿐 아니라 사업 방식, 소비자 서비스, 더 나아가 지구 환경을 회복시키는 우리의 사명에도 적용된다"고 말했다.
파타고니아는 2018년부터 '환경을 보호하는 것'을 회사의 사명으로 삼았다. 원래의 사명은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려는 이유도 자연에 불필요한 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나왔다"고 라모트 이사는 설명했다.
파타고니아는 패스트패션 산업과는 상반된 관점을 명확하게 밝혀 왔다. 필요한 것만 사고, 품질로 선택하고, 낡으면 고쳐 입으라는 메시지를 전해 왔다.
그는 "이제 환경 위기가 절박한 상황까지 왔기에 단지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소극적 자세에서 한 발 더 나갈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하기 전에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뜻에서 중고 제품을 팔기 시작했다. 2017년부터 미국 및 유럽에서 온라인으로 중고 제품을 판매한다"며 "파타고니아에서는 구식 옷을 고쳐 입는 것을 권장한다. 수선해 오래 입을 수 있도록 고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것"라고 밝혔다.
라모트 이사는 "옷 한 벌을 버리지 않고 9개월 더 입으면 물,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고, 탄소 배출량을 30%까지 줄일 수 있다"며 "중고 제품을 구입하면 의류가 차지하는 공간을 60%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타고니아는 소비자가 아닌 소유주가 되어 달라고 권한다. 만들고 버리기를 반복하는 소비는 환경을 파괴하는 악순환을 만들지만, 무엇인가를 키우고 돌보다 보면 선순환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라모트 이사는 세미나를 통해 50주년 캠페인 영상을 상영했다. 이 영상에서는 단순함을 옹호하고, 인간의 힘과 회복능력, 그리고 어려운 일에 도전하면서 기쁨을 찾는 모습이 담겨 있다. 제주 해녀의 모습도 중간에 나온다. 파타고니아에서는 2020년에 제주 해녀에 관한 다큐멘터리 '제주에서 얻은 교훈'을 선보였다.
최근 파타고니아에서는 특히 해양 환경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계 해양의 날을 맞아 일련의 다큐멘터리 영상들을 제작했다.
라모트 이사는 특히 저인망 어선 문제를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저인망 어업을 통해 연간 최대 10억 톤의 CO2가 해저에 방출되며 이는 전체 항공 산업의 연간 탄소 배출량과 같다.
참고로, 다큐멘터리 영상 중 하나인 '제주 남방 돌고래 문제'를 다룬 '핫핑크돌핀스(Hot Pink Dolphins)'가 파타고니아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19일 공개됐다.
라모트 이사는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자"는 말로 세미나를 마쳤다. 2015년 칸 라이언즈 세미나에서 엘 고어 부통령이 기후 위기를 경고하는 세미나를 마치며 한 말이다. 파타고니아는 8년이 지난 오늘, 또 한 번 '불편한 진실'을 상기시켰다.
올해로 70회를 맞는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은 23일까지 프랑스 남부도시 칸에서 열렸다. 국내에서는 대홍기획, 더워터멜론, 무신사, 신용협동조합중앙회, 엘베스트, 이노션, 제일기획, ㈜기아, 하나은행, HS애드, KPR, KT, SK텔레콤, SK하이닉스, SM C&C(가나다 순)의 마케팅·광고·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참관단을 꾸려 프랑스 칸을 방문했다.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을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는 라이언즈 멤버십(Lions Membership)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칸 라이언즈 공식 홈페이지 및 칸 라이언즈 코리아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