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칸 라이언즈 소식
고태율 "24시간 안에 과제 제출, 자식 낳은 기분… 갇혀있던 틀 깨져"
임수진 "영 라이언즈 컴피티션, 광고인이면 도전하라!"
[프랑스 칸 = 유다정 기자] 세계 최대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인 칸 라이언즈(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에서 태극기가 펼쳐졌다. 한국 대표로 30세 이하 '영 라이언즈'에 도전한 고태율·임수진 아트디렉터가 그 주인공이다.
21일(현지 시간) 영 라이언즈 컴피티션(이하 YLC) 미디어 부문에 한국 대표로 출전한 고태율 제일기획 아트디렉터와 임수진 제일기획 아트디렉터가 브론즈를 수상했다.
올해 미디어 부문 과제는 유엔 여성기구가 주도하는 '언스테레오타입 얼라이언스(Unstereotype Alliance)'가 냈다. 기존의 성공한 남성상을 깨고 청소년들에게 셀프 케어(self-care), 친구(friends), 가족(Family)라는 새로운 남성성을 보여줄 수 있는 캠페인을 만드는 것이다.
고태율 아트디렉터는 "탄소 중립, 젠더 이슈 등에 대해서만 생각했었는데 새로운 남성성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에 당황했다"며 "한눈에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심플한 메시지를 주면 좋겠지만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이디어를 낼 때 10대들은 부모님 말씀도 잘 안 듣고, 브랜드가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해도 잘 안되는 대상이라고 분석했다. 대신 많은 영향을 받기도 하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인스타그램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그들과 어울리며 가랑비에 젖듯이 스며들며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팀의 주장이다.
이에 이들은 기존의 성공한 남성상이자 주인공인 '배트맨', '아이언맨', '다스배이더' 등이 아닌 'Sidekick(조수)'에 집중해 이야기를 풀어냈다. 폴댄스를 추는 '로빈', 해변에서 여가를 즐기는 '치타우리',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는 스톰트루퍼들을 통해 다른 유형의 삶도 재밌고 의미있음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임수진 아트디렉터는 "PT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 '사이드킥이라는 단어가 과연 10대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물론 아이데이션 과정에서 부캐 등 다른 단어들도 생각해봤지만 (새로운 남성성으로 받은 과제가) 사이드킥이 딱 맞았다. 그래서 '사이드킥은 부정적인 단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도 모두 사이드킥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답했다"며 "그렇게 돌아온 대답은 'brilliant(똑똑하네)'였다"는 것이 임 아트디렉터의 전언이다.
임수진 아트디렉터는 "현업에서는 실행가능성과 예산 등을 고려할 사항이 많다면 영 컴피티션에서는 어떠한 아이디어도 가능하다 보니 제안할 수 있는 폭이 넓었다"며 "칸 라이언즈에 와서 열정을 불태우는 느낌을 오랜만에 느꼈다. 나의 쓸모를 느끼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태율 아트디렉터 또한 "라운지에서 영 컴피티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있었는데, 다들 열띈 토론을 하는 모습을 보며 초조해지기도 하고 영감을 얻기도 했다"며 "뻔하게 들리겠지만 정말 세상이 넓다는 것을 체험한 자리였다. 갇혀있었던 틀이 깨진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고태율 아트디렉터는 지난해 글래스 라이언 그랑프리를 수상한 경찰청의 '똑똑(KNOCK KNOCK)' 캠페인에 크레딧을 올리며 칸 라이언즈 무대를 경험한 바 있다. 그럼에도 그는 "똑똑 캠페인은 막내 입장에서 오랜 기간 팀과 같이 만들어 나갔다면 이번에는 24시간 안이라는 촉박한 시간 내에서 내 것, 정말 '자식을 낳은 기분'"이라고 전했다.
이 둘은 광고인, 특히 아트디렉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고태율 아트디렉터는 "모든 광고 회사의 직무가 중요하지만 아트디렉터만의 무기가 있다. 멋지고 세련되게 만드는 것을 넘어 공감되고, 유머러스하고, 쉽게 만드는 것"이라며 "영 컴피티션 발표 때에서 PT보드가 짧게 짧게 지나갔지만 어떤 주제를 가지고 어떤 아이디어를 풀었는지가 바로 들어올 정도"라고 부연했다.
임수진 아트디렉터도 "YLC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아트디렉터와 하고 싶었다. 키 메시지를 직관적이게 비주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빠르게 작업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며 "학생 때부터 많은 공모전에 참여했지만 칸 라이언즈와는 연이 닿지 않았다. 간절히 원하면 닿는다는 것을 느꼈다. 영 컴피티션은 누구나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YLC는 만 30세 이하의 주니어 크리에이터들이 경쟁을 펼치는 '크리에이티비티 백일장'이다. 약 70여개 국가에서 예선을 거쳐 선발된 주니어 크리에이터들에게만 YLC 참가 기회가 주어진다. 2024년에는 69개국에서 약 450명의 참가자가 참여했다. YLC 과제는 주로 자선단체 또는 비영리 기구에서 제안한다. 참가자들은 주어진 과제를 단 24시간이라는 제한된 조건 속에서 완성해야 한다. 이후 제출물에 대해 10분 내외의 프리젠테이션과 질의 응답 시간을 갖게 된다.
올해로 71회를 맞는 칸 라이언즈 2024는 6월 17일부터 21일까지 프랑스 남부도시 칸(Cannes)에서 열린다. 자세한 내용은 칸 라이언즈 홈페이지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올해 국내에서는 구글코리아, 기아 주식회사, 단국대학교, 대홍기획, 디마이너스원, 빅인스퀘어, 스튜디오좋, 앨리스퀘어크리에이티브, 엘리엇, 오스카스튜디오, 이노션, 이노션에스, 제일기획, 주식회사 거스트앤게일, 차이커뮤니케이션, 퍼블리시스 그룹 코리아, 포스트포나인즈, HSAD, KT(가나다 순) 소속 전문가들이 참관단을 꾸려 칸을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