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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사랑하라"… AI 시대, 2024 칸 라이언즈가 보여준 스토리텔링

2024-07-08 13:31:52
[2024 칸 라이언즈 랩업 리포트] 스토리텔링·유머·다양성·광고효과·아날로그 혁신 등 눈에 띄어
"AI가 크리에이티브 과정에 포함되어 있더라도, 그 과정의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다"
휘날리는 칸 라이언즈 깃발. ⓒ김은미 기자
휘날리는 칸 라이언즈 깃발. ⓒ김은미 기자

"아이디어를 사랑하고, 크리에이티비티를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라!"

세계 최대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인 칸 라이언즈(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에서 올해 세인트 마크 라이언(Lion of St. Mark)을 수상한 자크 세구엘라 하바스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hief Creative Officer; CCO)가 연신 감탄사 '와우(WoW)!'를 외치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생성형 인공지능(AI)에 충격받은 크리에이터들을 위로하고 인간 삶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올해 칸 라이언즈를 관통하는 말이다.

4일 칸 라이언즈 조직위원회는 "올해 페스티벌에서 분명히 얻은 점 중 하나는 인간과 유머가 크리에이티비티의 핵심으로 남아있다는 것"이라며 "AI의 역할이 커지고 있지만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영향력을 달성하려는 의지가 칸 라이언즈 전반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밝혔다.

칸 라이언즈의 파트너사인 구글 역시 "사람과 기업을 연결하는 광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지난해 화두가 'AI란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었다면, 올해는 'AI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다. AI 기술이 발전하고 더 널리 사용됨에 따라 크리에이티비티, 전략적 사고, 그리고 이러한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이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했다.

2024 칸 라이언즈에서 발견한 핵심 키워드들을 톺아본다. 

1. 스토리텔링을 강화하라: 전통적인 공예 기술로 돌아가기

일러스트레이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자수 등 전통적인 기법들이 수상작에 널리 활용됐다. 올해 신설된 '럭셔리 & 라이프스타일' 부문 그랑프리 수상작인 'LOEWE x Suna Fujita'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더 인간적인 시각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일본의 도자기 스튜디오인 수나 후지타(Suna Fujita)와 협업한 해당 컬렉션은 판매 시작 24시간 만에 8만5000부가 모두 품절됐다. 이는 크리스마스 기간 동안 트래픽 증가를 주도해 수익은 35%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럭셔리 & 라이프스타일 부문 심사위원장인 찰스 조지스 피콧(Charles Georges-Picot) 마르셀 & 퍼블리시스 럭스(Marcel and Publicis Luxe) 글로벌 CEO는 "전통적인 장인 정신과 현대적인 디자인을 잘 혼합했다"고 평했다.

47 캠페인. ⓒ칸 라이언즈
47 캠페인. ⓒ칸 라이언즈

필름 부문 실버를 수상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47'은 다운증후군을 가진 소년의 실제 이야기를 애니메이션 영화로 묘사했다. 지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고용하는 커피숍 체인인 카페 주와이어(Café Joyeux)를 위한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NOMINT가 대행했다. 

NOMINT의 공동 설립자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야니스 콘스탄티니디스(Yannis Konstantinidis)는 "애니메이션은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으며, 민감한 주제를 과장되거나 자극적이지 않게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

2. 코미디의 컴백: 이상한 작품들

오라클에 따르면 브랜드가 유머를 사용하는 경우, 80% 사람들이 해당 브랜드에서 다시 구매할 가능성이 더 높고, 72% 사람들은 경쟁사보다 해당 브랜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럼에도 기업 리더의 95%는 여전히 커뮤니케이션에서 유머를 사용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2024 칸 라이언즈를 찾은 연사들도 '가벼운 터치'의 가치를 강조했다. "재밌다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 사람들이 알아서 찾게 될 것"이라고 SNL(Saturday Night Live)의 멤버이자 배우, 프로듀서인 케넌 톰슨(Kenan Thompson)이 말했다.

GUILTY PETS 캠페인 ⓒ칸 라이언즈
GUILTY PETS 캠페인 ⓒ칸 라이언즈

올해 수상작들도 브랜드가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것을 보여줬다. '인생은 이케아 카탈로그가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준 이케아 캠페인, 길티 펫츠(GUILTY PETS)가 대표적이다. 집을 어질러도 미워할 수 없는 반려동물들의 모습을 담아 눈길을 끌며 아웃도어 부문 브론즈를 탔다.
 

1949년 구토봉투(barf bags)가 발명된 같은 해, 구토약 '드라마민(Dramamine)'이 출시됐다. 두 브랜드가 공동 75주년을 맞은 올해, 구토봉투는 사라지고 있는 반면 드라마민은 번창하고 있다. 

이에 구토봉투는 드라마민의 효과적인 면을 상기시키면서도 구토봉투의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캠페인을 제작했다. '마지막 구토 봉투(The Last Barf Bag)'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것부터 관련 전시회를 열고 구토 봉투를 재활용한 아이템들을 판매하는 등 여러가지 시도를 진행한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을 홍보하는 광고는 메타(Meta) 벤치마크(산업군 내 혹은 다른 캠페인 대비 나온 성과 지표)를 1만% 초과했으며, 브랜드 참여도는 캠페인 이전 대비 23% 증가했다. 다큐멘터리는 현재 영화제 순회 공연 중에 있다. 해당 캠페인은 2024 칸 라이언즈에서 헬스&웰니스 부문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3. 브랜드, 고삐를 놔라: 더 다양한 이들과 팀을 만들 것

닉 로(Nick law) 액센츄어 송 크리에이티브 의장은 "크리에이티비티는 단순한 사고방식 이상을 요구한다"고 강조하며, 크리에이티브한 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세 가지 조언을 다음과 같이 내놨다. "괴짜들과 함께 일하고, 도전적인 작업을 만들고, 즐겨라!(work with freaks, make scary stuff and have some bloody fun)"

엑스박스(Xbox)와 세가(sega)의 비디오 게임  풋볼 매니저(Football Manager) 간 파트너십은 위험한 아이디어가 성공한 사례다. '일상의 전술가(The Everyday Tactician)' 캠페인은 풋볼 매니저에서 기술을 연마한 게이머들에게 브롬리 FC(Bromley Football Club)의 퍼포먼스 전술가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선발된 게이머는 클럽을 최고의 시즌으로 이끌었고, Xbox 게이머 수는 190% 증가했다. 이 캠페인은 다이렉트(Direct) 부문과 엔터테인먼트 라이언즈 포 게이밍(Entertainment Lions for Gaming)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엔터테인먼트 라이언즈 포 게이밍 부문 심사위원장인 리디아 윈터스(Lydia Winters) 모장 스튜디오(Mojang Studios) 수석 스토리텔러는 "이 사례는 게임이 인생을 변화시키고 자신감을 키우며 실제 세계에서 적용 가능한 기술을 구축할 수 있음을 완벽하게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RENAULT - CARS TO WORK 캠페인. ⓒ칸 라이언즈
RENAULT - CARS TO WORK 캠페인. ⓒ칸 라이언즈

'르노 - 직장으로 가는 자동차(RENAULT - CARS TO WORK)' 캠페인은 자동차를 살 수 없는 이들을 소비자로 포용했다. 직장에 채용된 후 급여가 안정되는 3개월 동안 무료로 자동차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프랑스에서 진행된 이 캠페인은 '차가 없으면 일자리가 없고(직장에 갈 수 없고), 일자리가 없으면 대출이 나오지 않고, 대출이 없으면 차가 없다'는 악순환을 깼다. 

4. 진짜 효과 있는 광고를 만들어라: 베이지 택스를 아시나요

System1에 따르면 매년 광고에 지출하는 7500억 달러(한화 약 1042조원)의 6%만이 효과적이며, 지루한 광고는 브랜드에게 7.3% 많은 미디어 비용을 지불하게 만든다.

'베이지 택스(The Beige Tax)'는 패션 산업에서 주로 사용되는 용어로, 중립적인 색상(베이지, 회색, 흰색 등)의 의류와 액세서리의 가격이 색상이 있는 동일한 제품보다 더 비싼 현상을 말한다. 기본 색상의 제품이 더 많이 팔리기 때문에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소비자는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쉬운 색상을 선택할 때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불합리성을 지적한다. 여기에 광고를 대입해 보면, 지루한 광고는 크리에이티브한 광고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뜻이다.

작가이자 컨설턴트인 마크 릿슨(Mark Ritson)은 "크리에이티비티는 훌륭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마케터로서 우리의 가장 큰 임무는 '두드러짐(salience)', 즉 구매 상황에서 브랜드가 떠오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음식 배달 회사인 PedidosYa의 '월드컵 배달(World Cup Delivery)' 캠페인은 크리에이티브 이펙트니스(Creative Effectiveness) 부문 골드를 수상했다. 이는 월드컵 트로피의 위치를 푸시 알림으로 공유함으로써 아르엔티나인들의 많은 호응을 받은 작품이다. 

제작에 투입된 1달러 당 62달러의 수익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카콜라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부사장이자 크리에이티브 이펙티브니스 심사위원인 이슬람 엘데스키(Islam ElDessouky)는 이를 두고 "스테로이드를 투여한 제품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과격한 칭찬을 했다. 

5. 기술은 적인가 친구인가: 여전히 '사람'이 중요하다

엑스(X)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일론 머스크는 "지금은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시기다. 이 여정을 즐겨라"고 조언하면서도 "내년은 AI에 있어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AI가 5분의 1의 확률로 불량이 돼 무언가가 엄청나게 잘못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AI는 이미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칸 라이언즈에 제출된 모든 작품 중 12%가 AI를 사용했다. 물론 수상작 중 일부도 AI를 기반으로 했지만, 여전히 인간의 영감을 받은 작품들이 많았다.

Three Words 캠페인. ⓒ칸 라이언즈
Three Words 캠페인. ⓒ칸 라이언즈

AXA는 가정 보험 정책에 '세 단어(Three Words)'만 추가해 가정 폭력 피해자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했다. '그리고 가정 폭력(and domestic violence)'이 바로 그것이다. 프랑스에서는 모든 가구가 법에 따라 주택 보험 계약을 맺어야 하며, 이러한 계약은 화재나 홍수로 인해 주택이 거주할 수 없게 될 때 긴급 이전을 돕는다. 

약정 사항에 가정 폭력이 추가됨에 따라 피해자가 지원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 훈련된 전문가에게 연결된다. 피해자는 아이들과 함께 보안 시스템이 갖춰진 호텔로 긴급히 이동할 수 있다. 이 조항은 350만 건의 모든 주택 보험 계약에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필수 조항이며, 소급 적용된다. 또한 주택 보험은 모든 가족 구성원을 보호하므로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여성과 자녀도 보호된다. 이 작품은 올해 이노베이션(Innovation) 부문 골드를 탔다.

Sightwalks 캠페인. ⓒ칸 라이언즈
Sightwalks 캠페인. ⓒ칸 라이언즈

페루 시멘트 브랜드 솔 시멘트(Sol Cement)의 '사이트워크(Sightwalks)'는 시각 장애인을 위해 개선된 촉각 신호 시스템을 설계한 프로젝트다. 기존의 보도 블록 시스템을 확장해 특정 상점이나 서비스가 앞에 있는지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시각 장애인이 지팡이로 보도를 두드리는 것만으로 눈앞에 어떤 종류의 기본 서비스나 사업체가 있는지 정확히 알아볼 수 있는 새로운 어휘 체계인 셈이다. 이 작품은 올해 디자인 부문 그랑프리 및 아웃도어, 다이렉트, 미디어,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앤 액티베이션, SDGs 부문 등 총 8개 부문에서 수상 기록을 세웠다. 

구글의 광고 부사장 겸 총괄 관리자인 비디야 스리니바산(Vidhya Srinivasan)은 "AI가 크리에이티브 과정에 포함돼 있더라도, 그 과정의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71회를 맞은 칸 라이언즈 2024는 6월 17일부터 21일까지 프랑스 남부도시 칸(Cannes)에서 열렸다. 자세한 내용은 칸 라이언즈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국내에서는 구글코리아, 기아 주식회사, 단국대학교, 대홍기획, 디마이너스원, 빅인스퀘어, 스튜디오좋, 앨리스퀘어크리에이티브, 엘리엇, 오스카스튜디오, 이노션, 이노션에스, 제일기획, 주식회사 거스트앤게일, 차이커뮤니케이션, 퍼블리시스 그룹 코리아, 포스트포나인즈, HSAD, KT(가나다 순) 소속 전문가들이 참관단을 꾸려 칸을 방문했다.

유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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