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라이언즈 로고

광고 콘텐츠 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미디어 전략이다. 올해 칸 라이언즈 미디어(Media) 부문에서는 브라질, 페루 등 남미 지역의 역동적인 크리에이티브가 돋보였다. 

11일 브랜드브리프가 칸 라이언즈 아카이브 '러브더워크(Love The Work)'를 분석한 결과, 미디어 부문 60개 수상작 중 17개, 약 30%에 이르는 작품들이 남미에서 제작되고 집행됐다. 

미디어 부문의 특징은 콘텐츠 자체가 아니라 콘텐츠를 생성하고 활용 및 확대하는 데 있어서 미디어의 역할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이다. 작업물은 효과적인 미디어 배치, 즉 데이터와 인사이트가 어떻게 소비자와의 소통을 도왔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제목: HANDSHAKE HUNT
브랜드: MERCADO LIBRE
출품사: GUT, SAO PAULO
수상: 그랑프리

이 작품은 블랙프라이데이라는 마케팅 성수기를 맞아 뻔하지 않은 TV 광고를 내놨다.

이번 캠페인을 대행한 거트(GUT)에 따르면 TV는 브라질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보유한 매체다. 이에 따라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첨예한 경쟁이 발생한다. 수백개의 브랜드가 제한된 TV 광고 시간을 놓고 대부분 비슷한 할인 광고를 내놓고 있다. 주의를 끌기 위해 큰 글자체와 긴박한 해설을 이용해 '놓칠 수 없는' 할인 혜택을 홍보하는 것이다. 

이커머스 기업 메르카도 리브르(Mercado Libre)는 광고 접근 방식을 바꾸고자 했고, 회사의 로고에 담긴 '악수'에 주목했다. 브라질 최대 TV 채널인 TV Globo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멜로드라마부터 아침 쇼, 뉴스 등 프로그램에 나오는 2000건 이상의 악수를 '추적'했다. 그리고 각각의 장면에 QR 코드를 연결했다. 해당 QR 코드를 스캔하면 할인 쿠폰을 받을 수 있는 식이다.

캠페인 이후 앱과 웹사이트 이용자가 전년 대비 14% 늘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또한 일주일 만에 5000만 개의 쿠폰 바우처가 사용되며 블랙프라이데이 당일 매출은 80%, 한 달 매출은 39% 증가했다.

제목: CLEAN SPONSORSHIP
브랜드: CONSUL
출품사: DM9, SAO PAULO
수상: 골드

해당 캠페인은 스포츠 스폰서십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바로 '팬의 사랑을 얻으려면 때로는 팀 유니폼에서 브랜드를 제거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 축구팀은 유럽과 사우디 클럽의 막강한 자금력에 밀려 선수들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금을 모으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스폰서십 계약을 맺으면서 팀 유니폼에도 더 많은 로고와 브랜드가 추가됐다. 펠레가 선수로 있었던 산토스FC는 한때 11개의 로고를 달기도 했다.  

세탁기 브랜드 콘술(Consul)은 브라질 사람들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옷, '축구 유니폼'을 관리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캠페인을 벌였다. 유벤투스(Juventus) 폰치 프레타(Ponte Preta)와 협력해 모든 스폰서십 계약을 인수하고 클럽 유니폼에서 모든 로고를 제거했다.

회사는 브라질 상파울루의 주별 프로 축구 리그인 '파울리스탕(Paulistão)'의 20경기 동안 이 계약이 언급되도록 했다. 캠페인 이후 브랜드 언급이 700%, 매출은 12%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제목: NO AD
브랜드: PAGUE MENOS
출품사: LEW'LARA＼TBWA, SAO PAULO
수상: 골드

광고를 하지 않게 함으로써 광고할 수 있다? 

브라질의 응급 서비스는 사고 현장에 도착하는 데 평균 38분이 걸린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 동영상에서 생명을 구하는 기술에 대한 정보를 찾고 있다. 이에 브라질 약국 체인 파구에 메노스(Pague Menos)는 '광고 없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응급 처치 영상 전에 광고를 제거해 위험에 처한 사람들의 소중한 몇 초를 절약하게 한 것이다. 심폐소생술, 하임리히법 등과 같은 응급 치료와 관련된 상위 인터넷 검색어를 추적해 해당 채널을 후원하고, 오프닝 광고를 삭제하도록 했다.  

'보이지 않는'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500만 이상의 미디어 노출이 발생했다. 또한 유튜브가 해당 문제를 주시하고 조치를 취하게 했다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유튜브는 지난 1월 출혈, 질식, 심장마비, 발작 등 응급 상황에 대한 검색 결과 상단에 짧은 교육 영상을 고정시켰다. 스레드(Threads)에서 응급 처치 영상에 광고가 보이지 않게 해달라는 한 이용자의 요청에, '유튜브 프리미엄을 사용하라'고 조언했던 유튜브로선 큰 발전인 셈이다.

제목: ANIMAL ALERTS
브랜드: PETPACE
출품사: MEDIAPLUS GERMANY, MUNICH
수상: 골드

반려동물 건강 데이터 기업 펫페이스(PetPace)는 남미 시장에 진출하면서 제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임과 동시에 동물 건강 모니터링이 사회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지난해에만 6만7000여명이 지진으로 사망했으며, 그 중 대부분의 지진이 태평양 지진대에 위치한 페루 리마에서 감지됐다. 가장 정교한 기술도 지진을 예측할 수 없지만, 동물은 지진을 예측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존재한다. 

개는 지진이 발생하기 최소 몇 분에서 몇 시간 전에 불안, 흥분,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지각 아래의 전자기장, 냄새, 소리 또는 움직임에 대한 민감성 덕분이다. 펫페이스는 웨어러블 기술과 고급 데이터 분석을 결합해 '동물 경보(Animal Alerts)'를 만들었다.

경보는 지리적으로 타깃팅해 모바일 알림, 디지털 광고판, 라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송됐다. 지금까지 18건의 지진이 감지돼 900만 명 이상의 주민에게 경고하고 필요한 예방 조치를 취할 시간을 제공했다. 해당 시스템은 튀르키예와 일본 등 더 많은 국가에서 출시되고 있다.

제목: SIGHTWALKS
브랜드: SOL CEMENT
출품사: CIRCUS GREY, LIMA
수상: 골드

보도블록도 하나의 미디어가 될 수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은 선과 점으로 이뤄져 있는데, 해당 시스템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만 할 뿐 주변에 어떤 시설이 있는지 알게 하긴 충분하지 않다. 

솔 시멘트(SOL CEMENT)는 보편적인 시스템과 동일한 패턴을 사용하는 대신, 수평 막대를 추가했다. 하나의 줄은 레스토랑, 두 개의 줄은 은행, 세 개의 줄은 식료품점을 나타내는 식이다. 

회사에 따르면 해당 프로젝트는 시각 장애인의 적극적인 참여로 설계됐으며, 개발하는 데 거의 2년이 걸렸다. 페루 리마의 가장 번화한 상업 지역 전체에 걸쳐 7만5000제곱미터(m2)에 달하는 지역을 대상으로 해당 블록이 깔렸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단체들은 새로운 시스템 사용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하도록 훈련을 받았다. 이 조치로 50만명 이상이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된다.

심사위원장인 프레르나 메로트라(Prerna Mehrotra) 덴츠(dentsu) APAC 대표는 "심사과정에서 브랜드가 '느슨해지는' 트렌드를 볼 수 있었다. 아주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순간들을 의미있게 만들고, 소비자를 반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기술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눈에 보이는 기쁨을 전달했다"고 평가했다.

올해로 71회를 맞은 칸 라이언즈 2024는 6월 17일부터 21일까지 프랑스 남부도시 칸(Cannes)에서 열렸다. 자세한 내용은 칸 라이언즈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국내에서는 구글코리아, 기아 주식회사, 단국대학교, 대홍기획, 디마이너스원, 빅인스퀘어, 스튜디오좋, 앨리스퀘어크리에이티브, 엘리엇, 오스카스튜디오, 이노션, 이노션에스, 제일기획, 주식회사 거스트앤게일, 차이커뮤니케이션, 퍼블리시스 그룹 코리아, 포스트포나인즈, HSAD, KT(가나다 순) 소속 전문가들이 참관단을 꾸려 칸을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