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라이언즈 로고

기업이 사회문제에 관심 갖는 일은 이제 더이상 새롭진 않다. 오히려 사회적 캠페인을 하지 않는 브랜드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진정으로 변화를 이끌어내는건 별개의 문제이며 결과적으로 비즈니스 효과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더욱 찾기 어렵다. 좋은 메시지는 취지로만 남아야할까.

지난 6월 셋째주 프랑스 칸(Cannes)에선 세계 최대·최고의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가 열렸다. 매년 칸 라이언즈에서 수상한 작품들은 다음해 크리에이티비티의 기준을 세우는 역할을 한다.

칸 라이언즈 어워드는 9개 트랙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 중 일곱번째 순서로 굿 트랙을 소개한다. 굿 트랙은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목적을 넘어서 크리에이티브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사회의 문화를 바꾸고 변화를 이끌어내어 넓게는 전 세계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아이디어인지를 심사하는 부문이다. 해당 트랙엔 글래스:변화를 위한 라이언(Glass: The Lion for Change)과 지속가능발전목표라이언즈(Sustainable Development Goals)가 속해있다.

칸 라이언즈 코리아는 2024년 세계적인 선(Good)을 이루기 위해 전에 없던 솔루션을 제안한 캠페인들을 소개한다.

제목: 트랜지션 보디로션(TRANSITION BODY LOTION)
출품사: 오길비, 싱가포르(OGILVY, Singapore)
브랜드: 유니레버(UNILEVER)
제품·서비스: 바세린 프로더마 트랜지션 바디로션(VASELINE PRODERMA TRANSITION BODY LOTION)
수상: 2024 칸 라이언즈 글래스:변화를 위한 라이언(Glass: The Lion for Change) 그랑프리, PR 라이언즈(PR Lions) 브론즈 라이언

유니레버의 바셀린 브랜드는 성전환 수술로 피부조직에 변화가 생긴 트랜스젠더 여성들을 위해 맞춤형 보디로션을 출시했다. 출품자료에 따르면 성전환 수술 이후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해 피부는 급격히 건조해진다.

새로운 제품 출시를 위해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와 약 2년간 긴밀히 협의하여 공동제작했다. 단지 강력한 보습을 추가한 제품이 아닌 트랜스젠더 여성이 겪는 피부 문제를 해결해주는 특수한 성분을 발견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신디 갤럽(Cindy Gallop) 글래스 라이언즈 심사위원장은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좋은 비즈니스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하며 "트랜스젠더 여성들을 직접 제품 제작과정에 참여시킴으로 소비자들이 존중받도록 느끼게 만들었다"고 심사평을 전했다.

바세린은 새롭게 기획하고 출시한 트랜스젠더 여성을 위한 트랜지션 보디로션을 캠페인용 향후 지속적으로 생산할 것을 약속했다.

제목: 최초의 연설(THE FIRST SPEECH; Russia·Turkey·Venezuela)
출품사: 이노션 베를린(INNOCEAN BERLIN)
브랜드: 국경없는 기자회(RSF; Reporters Without Borders)
제품·서비스: 국경없는 기자회(RSF; Reporters Without Borders)
수상: 2024 칸 라이언즈 그랑프리 포 굿 라이언즈(Grand Prix for Good Lions) 그랑프리, 필름 라이언즈(Film Lions) 골드 라이언, 필름 크래프트 라이언즈(Film Craft Lions) 브론즈 라이언

국경없는기자회 독일은 설립 30주년을 맞아 언론의 자유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 영상을 제작했다. 영상은 러시아·튀르키예·베네수엘라 등 모두 3편으로 이뤄져있다.

화면엔 차를 마시며 뉴스를 보는 가족,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청년들 그리고 기자들의 모습과 함께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들의 취임 첫 연설문이 흘러나온다. 세편의 영상엔 각각 민주주의·민주적·평화·화합 등의 희망이 담긴 표현을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자유의 상실은 처음엔 알 수 없습니다.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 자유로운 언론을 신뢰하세요"라는 자막으로 영상은 끝이 난다.

안타깝지만 현재의 러시아·튀르키예·베네수엘라에선 민주주의는 온데간데 없고 독재와 분쟁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최초의 연설이 울려퍼질 때 누가 독재를 예상이나 했을까. 푸틴·에르도안·마두로 대통령의 선언이 듣기 좋은말로만 남아버린 현실이 영상 속 평화로워보였던 시민들의 일상 모습과 대조 되면서 국경없는 기자회의 메시지는 더욱 강력하게 남는다.

이노션 베를린이 출품한 최초의 연설은 2024년 단 하나의 작품에 수여하는 그랑프리 포 굿을 수상했다. 이는 특별시상 부문으로 일반적인 출품 절차를 통해 작품을 지원하지 않고 그해 칸 라이언즈에서 골드 이상 그리고 티타늄을 수상한 작품 중 헬스케어 부문을 제외하고 비영리재단에서 집행한 캠페인을 별도로 심사해 상을 수여한다.

제목: 르노-출근용 자동차(RENAULT - CARS TO WORK)
출품사: 퍼블리시스 콘세이, 파리(PUBLICIS CONSEIL, Paris)
브랜드: 르노(RENAULT)
제품·서비스: 이동 권리(MOBILITY RIGHTS)
수상: 2024 칸 라이언즈 지속가능발전목표 라이언즈(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LIONS) 그랑프리, 크리에이티브 커머스 라이언즈(Creative Commerce Lions) 그랑프리, 다이렉트 라이언즈(Direct Lions) 골드 라이언, 크리에이티브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 라이언즈(Creative Business Transformation Lions) 골드 라이언, 크리에이티브 전략 라이언즈(Creative Strategy Lions) 실버 라이언, 브랜드 익스피리언스&엑티베이션 라이언즈(Brand Experience & Activation Lions) 실버 라이언

자동차 회사가 제안한 지속가능한 솔루션.

프랑스에선 약 40%의 인구가 대중교통이 전혀 없는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즉 도시에 살고 있지 않다면 개인 자동차가 있어야만 출근을 하거나 외부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출품자료에 따르면 프랑스 인구 5명 중 1명은 거주지에서 약 50km 떨어진 곳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으며 프랑스 내 구직자의 54%는 이동의 문제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가 있다면 해결될 문제지만, 자동차를 구매할 비용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차를 먼저 구매할 순 없다. 차가 없으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고정된 수입이 없는 한 은행 대출 승인이 나지 않으니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은 불가능한 악순환이 되고 있는 셈.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르노그룹은 출근을 위한 자동차를 솔루션을 제시했다.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 거주자들에게 수습기간 동안 자동차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취업이 확정되면 저렴한 조건으로 대금을 지불할 수 있도록 했다.

캠페인 실시 첫해에 약 6000대의 차량을 구직자에게 제공했으며 이는 6000여명의 사람들을 일자리로 연결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르노의 출근용 자동차 캠페인을 통해 기업에는 사람을, 구직자들에겐 일자리를 그리고 르노 자체적으론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제목: 핑크 칩(Pink Chip)
출품사: AKQA, Amsterdam
브랜드: 디히로, UN여성기구 (DEGIRO, UN WOMEN)
제품·서비스: 핑크 칩 지수(PINK CHIP INDEX)
수상: 2024 칸 라이언즈 지속가능발전목표 라이언즈(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LIONS) 골드 라이언, 글래스:변화를 위한 라이언(Glass for Lion the Change) 골드 라이언, 크리에이티브 전략 라이언즈(Creative Strategy Lions) 골드 라이언, 다이렉트 라이언즈(Direct Lions) 실버 라이언, 이노베이션 라이언즈(Innovation Lions) 실버 라이언

출품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에서 여성 CEO가 차지하는 비율은 단 7%에 불과하다. 여러 미디어에서 여성 리더가 경영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들이 보도됐지만 여전히 시장은 이들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여성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주식을 매각하는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는것 같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핑크 칩은 유럽 최대 규모의 투자앱인 디히로(Degiro)가 개발한 여성이 경영하는 기업의 성과를 추적하는 최초의 라이브 지수다. 핑크 칩 지수를 통해 투자자들이 여성 리더가 이끄는 기업에 쉽게 투자할 수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AI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시가 총액 20억 달러 이상 그리고 3년간 8%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한 여성이 경영하는 기업을 선정해 남성이 경영하는 기업과의 투자 성과 차이를 시각화 했다.

디히로 앱은 이러한 성차별 편견을 바로 잡기 위해 시장의 편견이 어떻게 투자 기회의 상실로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지수를 개발한 것이다. 핑크 칩은 여성이 경영하는 기업의 공개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글로벌 벤치마크 지수와 비교하여 성과를 측정했다. 지난 4년간의 자료 분석 결과 여성 리더의 성공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S&P 500지수는 88.43% 상승한 반면 핑크칩은 182.53% 상승했다.

핑크 칩 출시 첫주에 7만여명이 디히로 앱에 방문했으며 첫 3주동안 1만4500여명의 앱 사용자들이 핑크 칩 기업에 투자했다. 해당 기간 동안 핑크칩 기업의 주가는 6.7% 상승했고 지수는 9.48% 증가했다.

2024년 칸 라이언즈 이노베이션 심사위원을 맡은 강지현 서비스플랜코리아 대표는 가장 돋보였던 이노베이션으로 핑크칩을 언급하며 "여성 리더에 대한 고착된 유리천장을 깨고 사회적 편견을 뒤집는 대담하고 용감한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제목: 필터 캡(FILTER CAPS)
출품사: 오길비 콜롬비아, 보고타(OGILVY COLOMBIA, Bogotá)
브랜드: 필사 콜롬비아(FILSA COLOMBIA)
제품·서비스: 정수 캡(FILTER CAPS)
수상: 2024 칸 라이언즈 지속가능발전목표 라이언즈(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LIONS) 골드 라이언, 브랜드 익스피리언스&엑티베이션 라이언즈(Brand Experience & Activation Lions) 브론즈 라이언

필터 캡은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안전한 식수 공급을 위해 고안된 휴대용 정수 필터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3명 중 1명 꼴로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한다. 오염된 물은 아동의 경우 사망에도 이르게 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출품자료에 따르면 콜롬비아에선 약 37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식수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건강문제와 영양결핍으로도 이어져 정수되지 못한 물로 인한 수인성 질병을 야기하곤 했다.

콜롬비아의 정수업체 필사는 국제연합의 지속가능한발전목표(SDGs) 6번인 깨끗한 물과 위생 문제 해결을 위해 정수 시설이 부족한 지역에 안전한 물을 공급할 아이디어를 고민했다. 필사캡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99%의 병에 맞는 표준형 병뚜껑과 맞도록 제작했으며 필터 내부에 금속, 미네랄, 자연물질등을 넣어 물 속 불순물을 70%까지 낮추며 중금속은 90%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필터 캡 자체는 옥수수전분으로 만들었기에 제작과정에서의 탄소발생도 줄였다.

필사는 필터 캡을 콜롬비아뿐 아니라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 여러 오지에 공급했으며 이는 각 지역의 위생 문제 뿐 아니라 질병 문제도 해결함으로써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데에도 도움이 됐다. 필터 캡을 구매하느 것이 의료비 보다 적게 든다는 것이 필사의 의견이다.

필사의 필터 캡은 연간 약 180만 리터의 물을 정수할 수 있으며 1만명의 사람들에게 안전한 식수를 공급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굿 트랙을 포함한 2024년 칸 라이언즈 수상작품에 대한 세부 출품내용 및 심사위원 인사이트는 칸 라이언즈 아카이브 '더 워크'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제 72회를 맞는 2025 칸 라이언즈는 오는 2025년 6월 16일부터 20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