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라이언즈 로고

더 적은 것으로 더 많은 것을 해내야 하는 '마케터의 역설'―이 압박은 전 세계 마케터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올해 칸라이언즈 수상작들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명확한 비즈니스 성과와 사회적 영향력을 동시에 창출한 크리에이티비티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16일 칸라이언즈는 크리에이티비티 리포트(Cannes Lions Creativity Report 2025)를 발간하고 올해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주요 트렌드와 데이터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략 트랙의 크리에이티브 전략(Creative Strategy) 부문과 크리에이티브 효과(Creative Effectiveness) 부문은 각각 902개, 326개 출품작이 등록되며 5년 연속 성장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라이언즈 측은 명확한 비즈니스 성과를 이끌어내는 전략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올해 크리에이티브 데이터 부문(Creative Data Lions)에 출품된 작품은 595개로, 전년 대비 63% 급증했다. 

이 중 실버 라이언을 수상한 '엘프 뷰티(e.l.f. Beauty) "딕이 너무 많아(So Many Dicks)"' 캠페인은 통계와 유머를 접목해 미국 기업 이사회의 다양성 부족을 꼬집었다. 

e.l.f. 뷰티는 리치먼드 대학교(University of Richmond)와 협력해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NASDAQ) 상장사 3만5250명의 이사회 구성원을 분석했다. 그 결과 딕(Dick)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성의 수가 히스패닉계 여성 전체보다 2배 많았다. 흑인 및 아시아 여성 전체는 딕을 간신히 앞질렀다.

딕은 영미권에서 남성의 성기를 뜻하는 속어이기도 하다. e.l.f.는 '딕이 너무 많아'라는 이중적인 언어유희 카피를 통해 기업 이사회가 종종 그들이 대표해야 할 다양한 노동자와 소비자 집단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해당 캠페인은 2024년 링크드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캠페인이 됐고,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66% 증가시켰다. 여성 대상 브랜드 인지도는 20% 상승했는데, 이는 내부 벤치마크의 4배 수준에 달한다.

놀이를 경험에 녹여내는 브랜드는 구매 의도, 참여도, 브랜드 인식 측면에서 더 강력한 효과를 거둔다. 2025년 칸라이언즈 수상작들도 '놀이'를 일상의 탈출구이자 참여의 통로로 제시하며 소비자와의 관계를 새롭게 재정의했다. 올해 시놉시스에 '놀이성(playfulness)'을 언급한 출품작이 41% 증가했으며, 이 그룹의 수상작 수는 2024년 대비 두 배로 늘었다.

맥도날드 폴란드의 '겨울의 밝은 면(A Better Side of Winter)' 캠페인이 좋은 예시다. 길고 추운 폴란드의 겨울이 회색이라면, 소비자와 함께 색칠해 나가겠다는 아이디어다. 실시간으로 외벽 색상을 바꿀 수 있는 콘셉트의 매장에서 출발해 다리·트램·건물 등 도시 전체가 컬러링북처럼 꾸며졌다.

해당 시즌의 버거 판매량은 1750만개로, 전년 대비 30% 많았으며 맥도날드 폴란드 역사상 최고 매출 기록을 갱신했다.

또한 수상 브랜드는 자사 비즈니스를 활용해 대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진정한 의미의 '동맹군'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핀테크 기업 허코노미(Herconomy)의 '모유 머니(Breastmilk Money)' 캠페인(서비스플랜 뮌헨 대행)은 모유 수유를 하는 엄마들을 대상으로 분유 구매 시 절약한 금액을 입금해 주는 저축 계좌를 출시했다. 연 이자율은 14.3%로, 이는 모유 수유로 인한 아동 발달 개선 효과와 동일하다. 해당 계좌 출시 이후 허코노미의 가입자 수는 5배 증가했다.

옥외광고 기업 제이씨데코(JCDecaux)는 '아직 열려있어요(Still Open)' 캠페인(데이비드 마드리드 대행)을 통해 소상공인을 도왔다. 스페인 발렌시아 지역의 홍수로 인해 소상공인들이 영업을 중단하자 마드리드 전역의 지하철 광고판 650개를 피해 상점들의 실제 간판처럼 꾸몄다. 그리고 출퇴근길 시민들이 직접 기부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캠페인에 참여한 상점 중 65%가 재영업에 성공했다.

사이먼 쿡(Simon Cook) 칸라이언즈 대표(CEO)는 "크리에이티비티는 비즈니스에 실질적인 임팩트를 만들어낸다.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칸라이언즈 수상 브랜드는 수상 이후 1년 동안 수익성은 2.7%, 시가총액은 4.7% 상승하며 시장 평균을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며 "칸라이언즈는 앞으로도 크리에이티비티의 상업적 가치와 진정성을 동시에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