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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 폴라로이드는 왜 존재해야 할까요?"… 패트리샤 바렐라 폴라로이드 CD

2026-06-29 09:41:29
"기술이 인간의 모든 것을 대체하기 시작한 시대, 브랜드가 지켜야 할 가치 고민"
"모두가 완벽함을 좇는 시대, 폴라로이드는 불완전함으로 승부"
"Stay pixel imperfect!" 브랜드의 방향성 강조
폴라로이드로 관객 사진을 찍고 있는 패트리샤 바렐라(Patricia Varella) 폴라로이드 CD. ©프랑스 칸=서성진 기자
폴라로이드로 관객 사진을 찍고 있는 패트리샤 바렐라(Patricia Varella) 폴라로이드 CD. ©프랑스 칸=서성진 기자

"AI 시대에 폴라로이드는 왜 존재해야 할까요?"

[프랑스 칸=] 
브랜드의 미래를 고민하던 아날로그 즉석 카메라 브랜드 폴라로이드(Polaroid)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다. 

23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 칸라이언즈(Cannes Lions)에서 가장 아날로그적인 세미나가 열렸다. 오픈AI,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유튜브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저마다 AI를 주제로 세미나 경쟁을 벌이는 사이, 폴라로이드는 자신들의 주특기이자 정체성인 '아날로그'를 전면에 내세운 세미나를 열었다. 

칸라이언즈 행사장의 메인 스테이지인 뤼미에르 극장이나 드뷔시 극장이 아닌, 더 포럼(The Forum)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열린 세미나였지만 행사장은 금세 참관객들로 가득 찼다. 연사로 무대에 오른 패트리샤 바렐라(Patricia Varella) 폴라로이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CD)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관객들의 사진을 직접 찍은 뒤 세미나를 시작했다.

그는 AI가 콘텐츠를 만들고, 알고리즘이 취향을 추천하며, 데이터가 의사결정을 이끄는 시대에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왜 필요한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다. 

패트리샤 CD는 2022년 브랜드를 리뉴얼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즉석카메라를 젊은 세대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 대신 'AI 시대에 폴라로이드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고 밝혔다.

패트리샤 바렐라(Patricia Varella) 폴라로이드 CD. ©프랑스 칸=서성진 기자
패트리샤 바렐라(Patricia Varella) 폴라로이드 CD. ©프랑스 칸=서성진 기자

그는 폴라로이드를 단순히 옛날 감성의 즉석 필름 카메라를 판매하는 향수 마케팅으로 한정짓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술이 인간의 사고와 기억, 크리에이티비티까지 대체하기 시작한 시대에 아날로그 브랜드가 어떤 가치를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브랜드의 고민이 깔려 있는 질문이었다.

그 과정에서 폴라로이드가 발견한 답은 예상 밖이었다. 디지털 기술이 모든 것을 더 빠르고 더 완벽하게 만드는 세상일수록 기다림과 실수, 불완전함 같은 아날로그적 경험이 더욱 희소한 가치가 된다는 것이다. 또한 완벽한 사진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것이 폴라로이드의 가치를 더했다. 

폴라로이드가 신규 고객들을 조사하면서 발견한 가장 큰 불만은 의외로 단순했다. 좋은 사진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폴라로이드는 이를 제품의 문제로 해석하지 않았다. 

패트리샤 CD는 "최근 스마트폰 사진은 HDR 기술과 AI 보정, 색상 최적화 등을 통해 현실보다 더 완벽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며 "반면 폴라로이드 사진은 때때로 흔들리고, 노출이 어긋나거나, 현상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종종 완벽한 디지털 사진보다 오래된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을 더 선명하게 기억한다"고 말했다. 

폴라로이드는 그 이유를 '물질성(Physicality)'에서 찾았다.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물리적 대상은 인간의 기억과 감정에 더 강하게 각인된다는 것이다. 이에 폴라로이드는 자사의 필름이 가진 불완전함을 숨기지 않기로 했다. 필름 화학 반응으로 인해 발생하는 얼룩, 계절과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색감, 예측 불가능한 결과까지 모두 폴라로이드 브랜드 정체성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폴라로이드의 'The Camera for an Analog Life(아날로그적 삶을 위한 카메라)' 캠페인은 브랜드의 이러한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 캠페인에서 폴라로이드는 디지털 과부하와 AI의 지배 속에서 '아날로그적인 삶의 기쁨'을 재조명한다. 재촬영과 보정·수정이 얼마든지 가능한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즉석 카메라로만 경함할 수 있는 '진짜' 추억과 '진짜' 기쁨을 폴라로이드 사진 특유의 감성으로 포착해냈다. 

패트리샤 CD는 "과거 사람들은 현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디지털 세상을 찾았지만, 과도하게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게 된 요즘 사람들은 디지털을 벗어나 아날로그를 갈망한다"며 "기술이 여러분을 멍청하게 만들도록 내버려두지 말고, 인간 중심으로 사고하고, 무엇이든 덜 하고 더 천천히 하라.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만의 불완전함을 그대로 유지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모두가 완벽함을 추구하는 환경 속에서 오히려 불완전함을 드러내는 것이 차별화가 될 수 있다"며 "Stay pixel imperfect(불완전한 픽셀을 유지하라)"라는 강렬한 메시지로 세미나를 마쳤다. 세미나가 끝난 뒤 무대 위 화면엔 패트리샤 CD가 직접 찍은 관객들의 폴라로이드 사진이 올라왔고,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이에 화답했다. 

기술이 인간의 모든 것을 더 빠르고, 더 정확하고, 더 효율적으로 대체하려는 시대, 폴라로이드는 인간만이 가진 불완전함의 가치를 브랜드의 정체성과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어떤 세미나보다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패트리샤 바렐라(Patricia Varella) 폴라로이드 CD가 폴라로이드로 직접 찍은 관객들의 사진. ©프랑스 칸=
패트리샤 바렐라(Patricia Varella) 폴라로이드 CD가 폴라로이드로 직접 찍은 관객들의 사진. ©프랑스 칸=

한편 제73회 칸라이언즈는 오는 26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린다. 칸라이언즈 등록 및 패스 관련 상세 정보는 칸라이언즈 공식 웹사이트칸라이언즈서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수경 기자muse@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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