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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봉투를 미디어로 재정의 해 칸라이언즈 사로 잡았다!… 구본경·장예린 제일기획 프로, YLC 2026 골드 수상

2026-07-01 09:15:04
2026 영라이언즈 컴피티션 미디어 부문 최고상 골드… 제일기획, 3년 연속 메달권
구본경 프로 "광고인이라면 유연한 생각, 그것을 만들어내는 힘 있어야"
장예린 프로 "마음에 확 와닿는 볼드함, 한 번에 이해되는 심플함 필요"
(왼쪽부터) 2026 영라이언즈 컴피티션 미디어 부문 골드를 수상한 구본경·장예린 제일기획 프로. ⓒ프랑스 칸=서성진 기자
(왼쪽부터) 2026 영라이언즈 컴피티션 미디어 부문 골드를 수상한 구본경·장예린 제일기획 프로. ⓒ프랑스 칸=서성진 기자

[프랑스 칸=유다정 기자] 구본경·장예린 제일기획 아트디렉터(이하 프로)가 환자의 일상적인 치료 여정을 미디어로 재정의한 아이디어로 영라이언즈 컴피티션(이하 YLC) 2026에서 글로벌 크리에이티브의 정상에 올랐다. 

지난 26일(현지 시간) YLC 미디어(Media) 부문에 한국 대표로 출전한 구본경, 장예린 프로가 최고상인 골드를 수상했다.

YLC 참가자들은 주어진 과제를 단 24시간이라는 제한된 조건 속에서 완성해야 한다. 이후 제출물에 대해 10분 내외의 프리젠테이션과 질의 응답 시간을 갖게 되며 모든 과정은 영어로 진행한다. 

미디어 부문은 전 세계적으로 확장 가능한 아이디어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둔다. 올해 과제 출제사는 ABC 글로벌 얼라이언스(ABC Global Alliance)로, 암이 전이되거나 재발되는 진행성 유방암(Advanced Breast Cancer, ABC)의 환자가 제대로 집계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캠페인을 요구했다. 

구본경, 장예린 팀이 제안한 '내가 여기 있다는 쪽지(The note : I'm Here)' 캠페인. ⓒ칸라이언즈
구본경, 장예린 팀이 제안한 '내가 여기 있다는 쪽지(The note : I'm Here)' 캠페인. ⓒ칸라이언즈

구본경, 장예린 팀의 '내가 여기 있다는 쪽지(The note : I'm Here)' 캠페인은 처방약 포장에 메시지를 추가하자는 아이디어다. 환자가 '내가 여기에 있다'는 청원서 형태의 종이에 사인해 부치면, 바로 담당 기관에 보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일상적인 의료 물품을 전달 가능한 미디어로 전환한 것이다.

두 사람이 주목한 것은 '부재'가 아니라 '착시'였다. 환자는 치료를 받고 있으니 당연히 시스템 안에 있을 것이라고 믿고, 의료진과 정책 입안자 역시 현재의 데이터가 충분하다고 가정한다. 그 누구도 ABC 환자가 실제로 집계되고 있는지 책임지지 않는다.

장예린 프로는 "단순히 '집계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보다 '모두가 집계되고 있다고 믿고 있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라고 봤다"며 "그 믿음을 깨뜨리는 미디어 아이디어를 낸 것"이라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핵심은 새로운 행동을 요구하지 않는 데 있다. 웹사이트 방문이나 앱 다운로드, 별도 행사 참여를 유도하는 대신 환자가 이미 반복하고 있는 치료 여정 안으로 들어갔다. 처방약을 받는 순간은 환자와 의료 시스템이 가장 직접적으로 만나는 접점이자, 환자가 여전히 치료를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왼쪽부터) 2026 영라이언즈 컴피티션 미디어 부문 골드를 수상한 구본경·장예린 제일기획 프로. ⓒ프랑스 칸=서성진 기자
(왼쪽부터) 2026 영라이언즈 컴피티션 미디어 부문 골드를 수상한 구본경·장예린 제일기획 프로. ⓒ프랑스 칸=서성진 기자

장 프로는 "아이디어는 비교적 빨리 정리됐다. 환자의 맥락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고, 치료 여정을 고민하다 보니 약 봉투가 좋은 매체가 되겠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약봉투 안에서 메시지를 전달할 방식에 대해서는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제출 2시간 전쯤 쪽지 형태로 최종 결정했다"고 회상했다.

쪽지는 펼치면 'I'm Here'라고 적힌 선언서가 된다. 이 아이디어는 단순히 환자에게 문제를 알리는 것을 넘어, '나는 여기에 있다'는 선언으로 바꾼 것이 핵심이다.

장예린 프로는 "미디어 부문은 PT 보드 외에도 프레젠테이션 보드 10장을 더 만들어야 해서 역할을 나눠 작업했다"며 "한 명은 콘셉트와 내용이 정확하게 전달되고 전체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장표를 정리했고, 다른 한 명은 이 아이디어가 글과 함께 놓였을 때 가장 설득력 있게 보일 수 있는 비주얼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2026 영라이언즈 컴피티션 미디어 부문 골드를 수상한 구본경·장예린 제일기획 프로. ⓒ프랑스 칸=서성진 기자
(왼쪽부터) 2026 영라이언즈 컴피티션 미디어 부문 골드를 수상한 구본경·장예린 제일기획 프로. ⓒ프랑스 칸=서성진 기자

이어 그는 "만들고 나니 'I’m Here'이라는 메시지가 어떤 뉘앙스로 전달되는지가 크리에이티브의 퀄리티를 결정할 것 같았다. 그래서 환자의 감정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그 여정을 설명하기 위해 감정을 섬세하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장 프로는 "암 환자들은 죽음을 앞둔 고통스러운 환경에 처해 있다. 그런데 집계에서 누락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더 절망적이지 않을까 싶었다"며 "그 절망을 어떻게 희망으로 전환하고, I’m Here이라는 메시지를 외치게 할 것인지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구본경 프로는 "제출물에서는 환자의 감정 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며 "결국 환자가 '나는 살아 있다'고 절박하게 외치는 순간을 프레젠테이션에서 더 보강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YLC에서 요구되는 크리에이티브의 핵심으로 '대담함'과 '단순함'을 꼽았다.

장예린 프로는 "현업에서는 실현 가능성이나 예산과 같은 현실적인 부분이 있지만, YLC에서는 사람들의 마음에 확 와닿는 볼드함이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며 "전체 덱과 크리에이티브가 한 문장으로 설명되고, 하나의 그림으로 한 번에 이해되는 심플함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2026 영라이언즈 컴피티션 우승자들. ⓒ프랑스 칸=서성진 기자
2026 영라이언즈 컴피티션 우승자들. ⓒ프랑스 칸=서성진 기자

구본경 프로 또한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을 담으려다 보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진다"며 "그때마다 '내가 이것으로 남기고 싶은 단 하나의 메시지가 무엇인가'라는 뼈대가 정확하게 서 있으면, 준비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덜어내야 하는지, 무엇을 선택하고 강조해야 하는지가 더 명료하게 보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24시간 동안 타이머를 켜놓고 끊임없이 결합하고, 토론하고, 만들어가는 경험은 정말 특별했다"며 "현업을 하다 보면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지', '내가 이 일에 필요한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광고인이라면 어떤 브리프를 받든 결국 유연한 생각과 그것을 만들어내는 힘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YLC에 참가하는 것은 좋은 환기가 됐다"고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장예린 프로는 "이런 대회에 대해 크게 감흥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국가대표라는 자격으로 나와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며 "한정된 시간 안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는 이 경험을 꼭 한 번 해보면 좋겠다"고 권했다.

한편 YLC는 칸라이언즈가 주최하는 '주니어 크리에이티비티 백일장'이다. 약 70여개 국가에서 예선을 거쳐 선발된 만 30세 이하의 주니어 크리에이티브들에게만 YLC 참가 기회가 주어진다.  

각 부문 골드 수상자들은 마지막날 시상식 무대에 올라 메달을 수여받는 특별한 기회를 가지며, 다음해 칸라이언즈 패스와 숙박을 제공받는다.

이번 수상으로 제일기획은 2024년 고태율·임수진(미디어 브론즈), 2025년 박선미·오수빈(디지털 골드)에 이어 3년 연속 YLC 메달을 획득하게 됐다. 

제73회 칸라이언즈는 22일부터 26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렸다. 칸라이언즈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칸라이언즈 공식 웹사이트와 칸라이언즈서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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