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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라이언즈에서 본 PR, 화제성보다 '진정성 있는 관련성'이 핵심"… 송창렬 크랙더넛츠 대표

2026-07-06 09:14:36
[칸라이언즈 2026] PR 라이언즈 심사위원 인터뷰
"이 아이디어를 왜 이 브랜드가 해야 하는가? 브랜드의 목적에서 출발해야"
"차이는 사람에 대한 이해에서… 칸라이언즈,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확장"
송창렬 크랙더넛츠 대표. ⓒ프랑스 칸=서성진 기자
송창렬 크랙더넛츠 대표. ⓒ프랑스 칸=서성진 기자

[프랑스 칸=유다정 기자] AI와 기술, 데이터가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가장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시대. 그러나 올해 칸라이언즈 현장에서 확인된 좋은 PR의 본질은 오히려 더 분명해졌다. 브랜드가 왜 이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그 행동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는지가 작품의 완성도를 좌우했다.

브랜드브리프는 2026 칸라이언즈에서 PR 부문 예심 심사위원(Shortlisting Jury)으로 활약한 송창렬 크랙더넛츠 대표 겸 최고 비전 책임자(Chief Vision Officer)를 프랑스 칸 현지에서 만나 올해 PR 트렌드와 심사평을 들었다.

송창렬 대표는 "심사 내내 '이 아이디어는 왜 이 브랜드가 해야 하는가?'라는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고 운을 떼며, 올해 PR 부문의 키워드로 '행동의 진정성(Action with Authenticity)'을 짚었다.

송 대표는 "아무리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주제를 다루더라도 브랜드와 연결되지 않으면 좋은 PR이라고 보기 어렵다. 반대로 브랜드의 목적, 제품, 전문성, 소비자와의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출발한 아이디어는 훨씬 강한 설득력을 가진다"며 "PR의 본질은 단순한 화제성이 아니라, 브랜드의 진정성 있는 역할을 사회 속에서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브랜드의 주장에 감동하지 않는다. 이제는 브랜드가 무엇을 말했는가보다 무엇을 했는가를 본다. 좋은 PR은 메시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만드는 일이고, 신뢰는 캠페인이 아니라 행동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송창렬 대표는 ADAM&EVE\TBWA 런던이 대행한 컬럼비아 스포츠웨어(COLUMBIA SPORTSWEAR)의 'Expedition Impossible(불가능한 탐험)' 캠페인을 인상깊은 캠페인으로 꼽았다.

지구가 평평하다는 것을 증명하면 회사를 넘겨주겠다는 도발을 한 것이 이 캠페인의 골자다. 지구평면설(지평설)은 눈에 띄게 존재감을 유지해 온 온라인 하위문화다. 비주류 이론임에도 꾸준히 논쟁과 관심을 부르는 주제다. 

지난해 컬럼비아는 'Engineered for Whatever(어떤 것에도 대비 가능한 설계)'이라는 메시지를 앞세워 10년 만에 브랜드 방향성을 새롭게 정비한 바 있다. 통제 불가능한 날씨, 위협적인 야생동물과의 조우 등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 상황에도 컬럼비아는 버틸 수 있다는 점을 유쾌함을 담아 전파하고 있다.

이어 선보인 '불가능한 탐험'은 이 같은 브랜드 메시지를 단순한 주장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참여하고 논쟁할 수 있는 사건으로 넓혔다. 지평설을 다시 수면위로 끌어내 여러 타깃을 동시에 겨냥했다. 지구평면설 지지자들에게는 직접 말을 걸었고, 아웃도어 팬과 주류 미디어에는 내기의 규모와 황당함으로 관심을 끌었다.

캠페인은 팀 보일(Tim Boyle) 컬럼비아 스포츠웨어 CEO가 TV 생방송에서 직접 챌린지를 발표하며 시작돼, 각종 커뮤니티로 퍼지며 전통적인 PR 채널을 넘어 서사를 확장했다. 천만 조회수, 240만달러 규모의 언드 미디어 가치 등 수치적 성과를 넘어, 기능 중심 메시지에 머물렀던 브랜드를 문화적 관련성을 갖춘 브랜드로 확장시켰다는 평가다.

이 캠페인은 PR 부문 골드·실버는 물론, 최고상으로 여겨지는 티타늄(Titanium),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앤드 액티베이션(Brand Experience and Activation) 그랑프리·브론즈, 다이렉트(Direct) 부문 골드·실버, 소셜 앤드 크리에이터(Social and Creator) 부문 실버·브론즈까지 거머쥐며 9관왕에 올랐다.

왼쪽부터 ADAM&EVE\TBWA 런던의 제임스 크로스비(James Crosby)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알렉스 스콧-멜든(Alex Scott-Melden) 그룹 전략 디렉터(Group Strategy Director)와 함께한 송창렬 크랙더넛츠 대표. ⓒ송창렬
왼쪽부터 ADAM&EVE\TBWA 런던의 제임스 크로스비(James Crosby)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알렉스 스콧-멜든(Alex Scott-Melden) 그룹 전략 디렉터(Group Strategy Director)와 함께한 송창렬 크랙더넛츠 대표. ⓒ송창렬

송창렬 대표는 "이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브랜드의 자신감과 세계관을 보여주는 하나의 퍼포먼스"라며 "단순히 화제가 될 만한 이슈를 차용한 것이 아니라, 'Engineered for Whatever'라는 브랜드 플랫폼을 문화적 이야기로 확장하면서 제품의 내구성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체험하게 했다. 브랜드와 아이디어가 완벽하게 연결돼 있었다"고 호평했다.

이어 그는 "예전에는 사회적 이슈에 브랜드가 갑자기 개입해 해결하는 식이었다면, 올해는 브랜드의 목적(Purpose)에서 출발해 소비자와 사회로 확장되는 작품들이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즉, 사회적 이슈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본래 존재하는 이유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들이 훨씬 설득력이 있었다"며 "PR은 'Authentic Relevance(진정성 있는 관련성)'이 중요하다. 브랜드에서 출발해 문제를 발굴하려는 노력이 보일 때, 진정성 있고 관련성 있는 브랜드 스토리가 펼쳐진다"고 분석했다.

송 대표는 "이 캠페인은 문화적, 사회적 이슈를 따라가는 데 집중하지 않았다. 대신 브랜드가 왜 존재하는지,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 그리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만드는지에 집중했다"며 "진정성 있는 관련성이라는 키워드를 가장 유쾌하면서도 강력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덧붙였다.

송창렬 크랙더넛츠 대표. ⓒ프랑스 칸=서성진 기자
송창렬 크랙더넛츠 대표. ⓒ프랑스 칸=서성진 기자

송창렬 대표는 "좋은 캠페인을 만드는 것과 좋은 출품을 만드는 것은 서로 다른 역량"이라며 한국 크리에이티브들에 대한 조언도 건넸다. 

송 대표는 "PR은 바이럴이 어떻게 일어나고, 메시지가 어떤 방식으로 확산됐는지에 대한 맥락이 중요하다. 그 지점을 100% 이해하지 못하면 작품의 힘을 온전히 체감하기 어렵다"며 "각 나라와 문화권마다 PR이 작동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PR 효과를 잘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제시된 것은 글로벌 PR 전략이다. 송창렬 대표는 "좋은 캠페인은 출품 전에 이미 글로벌 업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회자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해외 미디어나 업계 커뮤니티 등을 통해 캠페인의 배경과 의미가 충분히 소개되면 심사위원들도 그 캠페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물론 심사는 제출된 작품만으로 이루어지지만, 글로벌 업계에서 얼마나 잘 알려지고 이해되었는가는 작품이 가진 맥락을 형성하는 데 분명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그는 "한국의 크리에이티브 역량 자체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다. 다만 한국의 케이스 필름은 문제를 제시하고, 해결 방법을 설명하고, 결과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3단 구성이 많다"며 "실제 수상작들은 케이스 필름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처럼 설계돼 있다. 스토리텔링, 감정의 흐름, 정보의 배치, 연출 방식 등이 처음부터 심사위원을 몰입시킬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구성돼 있다. 해외의 우수한 케이스 필름을 많이 연구하면서 '캠페인 스토리텔링' 자체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PR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다나 타히르(Dana Tahir) 하바스 레드(HAVAS Red) 중동(Middle East) CEO(오른쪽)와 송창렬 대표. ⓒ송창렬
PR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다나 타히르(Dana Tahir) 하바스 레드(HAVAS Red) 중동(Middle East) CEO(오른쪽)와 송창렬 대표. ⓒ송창렬

송창렬 대표가 올해 칸라이언즈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키워드는 '사람'이었다. AI와 기술, 데이터가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중심 화두로 떠올랐지만, 정작 칸라이언즈 현장에서 그가 가장 강하게 확인한 것은 사람에 대한 이해와 인간의 감각이었다.

그는 "생각보다 'AI라서 새롭다'고 느껴지는 작품은 많지 않았다. 그만큼 AI는 이제 특별한 기술이라기보다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기본 역량이 된 것 같다"며 "오히려 중요한 것은 AI를 썼느냐가 아니라, AI를 통해 어떤 경험을 만들고, 어떤 감정을 이끌어냈으며, 어떤 행동을 만들었느냐였다"고 진단했다.

송 대표는 "AI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결국 차이를 만드는 것은 사람에 대한 이해"라며 "좋은 아이디어는 기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통찰에서 나온다. 사람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AI를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앞으로 가장 경쟁력 있는 크리에이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디자인(Design) 부문 그랑프리를 차지한 'Apple TV Rebrand(애플TV 리브랜드)' 프로젝트를 올해 칸라이언즈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우리는 AI 시대를 이야기하며 모든 것이 자동화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작품은 오히려 최고의 크리에이티브가 인간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디테일과 미감, 오랜 시간 축적된 크래프트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결과물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결과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다듬고 발전시켜 온 과정 자체가 브랜드의 이야기이자 디자인의 예술이었다"고 평했다.

특히 그는 프로젝트 영상 속 문장인 "The process is the story. The process is the art"를 언급하며 "완성된 결과만이 아니라,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곧 브랜드의 서사이자 예술"이라고 보탰다.

송 대표는 "AI는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을 만들 것인지 결정하는 감각, 브랜드의 본질을 형태와 움직임으로 구현하는 미학적 판단, 마지막 1%의 완성도를 만들어내는 집요함은 여전히 사람의 영역"이라며 "AI 시대일수록 인간의 크래프트는 더욱 가치 있어진다는 메시지를 받은 작품이었다"고 밝혔다.

그에게 올해 칸라이언즈는 사람을 만나는 자리이기도 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며 세계 각국의 크리에이티브 리더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단순한 인사를 넘어 실제 협업과 비즈니스로 이어질 수 있는 관계들도 만들 수 있었다.

송 대표는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보다 '어느 분야의 심사위원이었느냐'는 질문으로 대화가 시작됐고, 같은 경험을 공유했다는 것만으로도 빠르게 신뢰가 형성됐다"며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는 것은 작품을 평가하는 일을 넘어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는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송창렬 크랙더넛츠 대표. ⓒ프랑스 칸=서성진 기자
송창렬 크랙더넛츠 대표. ⓒ프랑스 칸=서성진 기자

그는 "칸라이언즈의 성격 또한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예전의 칸라이언즈가 좋은 작품을 보고 배우는 축제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자신의 존재와 역량을 증명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드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봤다.

송 대표는 "실제 프로젝트와 협업이 시작되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칸라이언즈는 더 이상 어워드를 받기 위해서만 가는 곳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신뢰를 만들며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곳이 되어가고 있다"며 "앞으로 칸라이언즈에 참가하는 크리에이터와 기업에게 중요한 것은 좋은 작품만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가치를 함께 만들 수 있는지를 이야기할 준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결국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을 움직이고, 사람과 신뢰를 만드는 일이 크리에이티브의 본질"이라고 마무리했다.

한편 올해 칸라이언즈에서는 송창렬 대표와 더불어 김세희 이노션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가 다이렉트(Direct) 부문, 서가영 제일기획 CD가 아웃도어(Outdoor) 부문 예심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다. 본심 심사위원으로는 김정아 이노션 대표와 김경신 파울러스 대표가 각각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와 디자인(Design) 부문 심사를 맡았다.

제73회 칸라이언즈 페스티벌은 6월 22일부터 26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렸다. 칸라이언즈 관련 상세 정보는 칸라이언즈서울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올해 국내에서는 고려대학교, 구글코리아, 기아, 스튜디오좋, HSAD, 이노션, 제3채널, 제일기획, KT, 트립닷컴, 한양대학교, 현대자동차(가나다 순) 소속 전문가들이 참관단을 꾸려 칸을 방문했다.

유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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