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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빌보드가 트렌드? '본질'에 집중한 옥외광고가 칸라이언즈 수상 갈랐다"… 서가영 제일기획 CD

2026-07-07 09:20:21
[칸라이언즈 2026] 아웃도어 라이언즈 심사위원 인터뷰
"한눈에 봐도 어떤 아이디어인지 알 수 있어야… 옥외 광고만 할 수 있어"
"AI에 대한 약간의 반감, 결국 크리에이티브가 더 중요하다는 마음 확인"
서가영 제일기획 CD. ⓒ프랑스 칸=서성진 기자
서가영 제일기획 CD. ⓒ프랑스 칸=서성진 기자

[프랑스 칸=유다정 기자] 올해도 역시 AI(인공지능)가 크리에이티브 업계의 가장 큰 화두였지만, 옥외 광고 부문에서 주목받은 것은 기술보다 강한 아이디어와 과감한 실행력이었다. 2026 칸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 수상의 핵심은 여전히 옥외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얼마나 직관적이고 대담하게 구현했는가에 있었다.

브랜드브리프는 2026 칸라이언즈에서 아웃도어 라이언즈(Outdoor Lions) 예심 심사위원(Shortlisting Jury)으로 활약한 서가영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이하 CD)를 프랑스 칸 현지에서 만나 올해 옥외 광고 트렌드와 심사에서 읽은 인사이트에 대해 물었다.

서가영 CD는 세 가지 심사 기준을 제시했다.

첫째, 한눈에 봐도 어떤 아이디어인지 알 수 있는 '직관성'
둘째, 아웃도어 부문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
셋째, '나도 저런 광고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캠페인


서 CD는 "아웃도어는 매체적 특성이 가장 강한 분야로, 아웃도어의 특징을 가장 잘 살린 작품들에 좋은 점수를 줬다"며 "개인적으로는 딱 봤을 때 '나도 저런 광고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캠페인들이 있었다. 그런 작품들은 따로 적어두기도 했고, 가장 높은 점수를 줬던 것 같다"고 밝혔다.

'다크 모드 광고(Dark Mode Ads)' 캠페인. ⓒ칸라이언즈
'다크 모드 광고(Dark Mode Ads)' 캠페인. ⓒ칸라이언즈

그가 주목한 캠페인은 '다크 모드 광고(Dark Mode Ads)'다.

르펍 밀라노(LEPUB, MILAN)가 대행한 플레니튜드(PLENITUDE)의 다크모드 광고는 말 그대로 옥외광고에 밝은 화면 대신 어두운 배경을 쓰는 '다크 모드'를 도입했다.

디지털 옥외광고판(DOOH) 하나는 1년에 23가구가 사용하는 것과 맞먹는 에너지를 소비한다. 유럽에만 이러한 디지털 광고판이 140만 개에 이른다. 에너지 솔루션 제공 기업인 플레니튜드가 선보인 다크 모드는 에너지 소비를 최대 74%까지 줄일 수 있다. 지능형 색상 최적화 기술을 기반으로 어떤 광고든 다크 모드로 전환할 수 있으며,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로 제공된다.

캠페인 집행 첫 주에만 다크 모드 광고를 통해 7105.08kWh의 에너지를 절감했는데, 이는 평균 가구가 2.6년 동안 사용하는 에너지 수준이다. 이어 페이팔, 하이네켄, 르노 등 다양한 선도 브랜드들이 자사 광고를 다크 모드로 전환했다. 

해당 캠페인은 아웃도어 부문 실버와 함께 미디어(Media) 부문 골드·브론즈, 크리에이티브 B2B(Creative B2B) 부문 브론즈 등 4개 라이언을 획득했다.

서가영 CD는 "옥외 광고의 다크 모드를 만든다는 생각 자체가 정말 쉽고, 간단했다. 나는 왜 이런 생각을 못 했지? 싶을 정도였다"며 "아이디어의 임팩트가 아주 강했던 캠페인"이라고 평가했다.

'필드 바코드(Field Barcode)' 캠페인. ⓒ칸라이언즈
'필드 바코드(Field Barcode)' 캠페인. ⓒ칸라이언즈

서 CD는 올해 트렌드로는 '옥외 광고만이 할 수 있는 과감하고, 강한 아이디어'를 꼽았다.

그랑프리는 것 상파울로(GUT, SAO PAULO)가 대행한 메르카도 리브레(MERCADO LIVRE) '필드 바코드(Field Barcode)' 캠페인이 차지했다. 

라틴아메리카 기반 이커머스 기업인 메르카도 리브레는 브라질 대표 경기장 중 하나인 파카엠부(Pacaembu)의 네이밍 권리를 확보했지만, 대중들은 사랑받아온 역사적 경기장과 상업 브랜드의 결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에 메르카도 리브레는 필드 자체를 폭 104m의 스캔 가능한 바코드로 바꿨다. 

이 바코드는 단독 25% 할인 쿠폰으로 연결됐고, 라이브 축구의 순간을 즉각적인 쇼핑 행동으로 전환했다. 단순한 파트너십 발표나 할인 혜택으로 논란을 무마하는 대신, 파카엠부를 대중에게 더 현대적이고 흥미로우며 보상감 있는 공간으로 소개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서가영 CD는 "옥외 부문에서는 과감한 실행력이 중요했다. 그랑프리 작품을 두고 심사위원장도 '회의 자리에서 누구나 우스갯소리로 할 법한 이야기를 실제로 실행해낸 작품'이라고 말했을 정도"라며 "(실제로 실행에 옮긴) 그 점이 정말 멋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인즈 케첩, 맥도날드, 브리티시 항공(BRITISH AIRWAYS) 등과 같이 아예 로고를 뺀 작품들도 여럿 있었다. 그럼에도 브랜드가 보였다"며 "과감할 정도로 심플한 작품들, 그냥 해버리는 작품들이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인즈의 '익숙하시죠?(Look Familiar?)' 캠페인. ⓒ칸라이언즈
하인즈의 '익숙하시죠?(Look Familiar?)' 캠페인. ⓒ칸라이언즈

리씽크 토론토(RETHINK, TORONTO)가 대행한 하인즈 케첩의 '익숙하시죠?(Look Familiar?)' 캠페인은 감자튀김 상자를 미디어로 활용해 '감자튀김은 케첩과 함께 먹는 음식'에서 '감자튀김은 하인즈와 함께 먹는 음식'으로 바꿨다. 이 캠페인은 아웃도어 부문 골드·브론즈 외에도 프린트 & 퍼블리싱(Print and Publishing) 부문 그랑프리를 받았다.

'카메라 롤(Camera Rolls)' 캠페인. ⓒ칸라이언즈
'카메라 롤(Camera Rolls)' 캠페인. ⓒ칸라이언즈

레오 런던(LEO, LONDON)이 대행한 맥도날드의 '카메라 롤(Camera Rolls)' 캠페인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으로 밤을 기록하는 방식에서 영감을 받았다. 밤이 어디서 시작되든, 무엇을 하든, 누구와 함께하든 최고의 밤은 언제나 맥도날드에서 마무리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캠페인은 아웃도어 부문 골드를 수상했다.

'반사(Reflections)' 캠페인. ⓒ칸라이언즈
'반사(Reflections)' 캠페인. ⓒ칸라이언즈

언커먼 스튜디오 런던(UNCOMMON CREATIVE STUDIO, LONDON)이 대행한 '반사(Reflections)' 캠페인은 비행기 창밖을 바라볼 때 느끼는 보편적인 설렘을 상징적인 야외 광고 플랫폼으로 승화시켰다. 이 캠페인은 아웃도어 부문 실버와 브론즈를 거머쥐었다.

서가영 CD는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디지털 빌보드가 주목받으며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실제 칸라이언즈 수상작에서는 AI와 같은 기술은 돋보이지 않았다. AI를 사용하더라도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한 작은 기술 정도에 머물렀다"며 "대부분의 캠페인은 옥외 광고만이 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아이디어, 생각의 본질에 집중한 캠페인이었다. 그런 캠페인들이 여전히 상을 받고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심사위원들끼리도 'AI 시대에도 우리가 이런 광고를 계속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했다. AI가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고, 우리의 제작 방식도 그 흐름에 맞춰가야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는 마음이 있다"며 "그 흐름에 어느 정도 저항하고 싶어 하는 마음, AI에 대한 약간의 반감이랄까. 결국 크리에이티브가 더 중요하다는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서가영 제일기획 CD. ⓒ프랑스 칸=서성진 기자
서가영 제일기획 CD. ⓒ프랑스 칸=서성진 기자

서가영 CD는 올해 실제 브랜드를 위한 캠페인이 두드러졌다고도 짚었다.

그는 "작품을 보다 보면 이 캠페인이 광고제를 위해 만들어진 것인지, 아니면 브랜드가 가진 실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행된 것인지가 갈렸다. 수상을 목적으로 기획된 것처럼 보이는 캠페인은 실제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며 "실제 캠페인으로서의 신빙성이나 결과 수치의 중요성이 훨씬 더 커지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서 CD는 "브랜드에 집중하지 않은 캠페인은 단기적인 수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한 번의 성공이 브랜드의 자산이 되면 지속 가능성이 생긴다"며 "이제는 에이전시가 수상하는 것보다 브랜드를 수상하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 이제는 실제로 우리가 맡은 브랜드를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그 브랜드가 더 성공한 결과로 수상하게 만드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가영 CD는 한국 크리에이티브들에게 한국만의 색깔을 찾을 것을 당부했다.

서 CD는 "프랑스가 칸라이언즈 '올해의 크리에이티브 국가(Creative Country of the Year)'로 선정됐다. 퍼블리시스 세미나에서 '영국은 예상 가능한 방식으로 탁월하고(expectedly brilliant), 프랑스는 예상을 깨는 방식으로 탁월하다(unexpectedly brilliant)'고 말한 것이 재미있고 공감됐다"며 "일본이나 태국도 그 국가만이 가진 크리에이티브의 색깔이 있다. 하지만 한국은 계속해서 칸라이언즈 수상을 하고 있음에도 그런 뚜렷한 색깔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단기적인 수상 실적에 그치지 않고 우리는 어떤 크리에이티브를 내는 나라가 되어야 하는가, 또 그러기 위해 어떤 캠페인을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찾아내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짚었다. 

서가영 제일기획 CD. ⓒ프랑스 칸=서성진 기자
서가영 제일기획 CD. ⓒ프랑스 칸=서성진 기자

서 CD는 올해 칸라이언즈로 성공적인 글로벌 광고제 심사위원 데뷔를 했다.

그는 "평가받는 일을 하는 사람인데, 이번에는 반대로 평가하는 입장이 되니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우리의 일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평소에는 아이디어를 내는 데만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객관적인 시각, 특히 서로 다른 관점의 시각을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서가영 CD는 "특히 12년 전 출전했던 영라이언즈 컴피티션((Young Lions Competitions) 심사도 하게 돼 감회가 새로웠다. 시상식에서 느껴지는 에너지가 정말 어마어마했다. 젊은 열정이 응집돼 있는 느낌을 오랜만에 받았다"며 "약간은 관습적으로 일하던 부분이 있었는데,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 나도 조금 더 다른 방식으로, 다른 에너지를 가지고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마무리했다.

한편 서가영 CD와 더불어 김세희 이노션 CD가 다이렉트(Direct) 부문, 송창렬 크랙더넛츠 대표가 PR 부문 예심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다. 본심 심사위원으로는 김정아 이노션 대표와 김경신 파울러스 대표가 각각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와 디자인(Design) 부문 심사를 맡았다.

제73회 칸라이언즈 페스티벌은 6월 22일부터 26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렸다. 칸라이언즈 관련 상세 정보는 칸라이언즈서울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올해 국내에서는 고려대학교, 구글코리아, 기아, 스튜디오좋, HSAD, 이노션, 제3채널, 제일기획, KT, 트립닷컴, 한양대학교, 현대자동차(가나다 순) 소속 전문가들이 참관단을 꾸려 칸을 방문했다.

유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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