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칸 라이언즈 소식
"효율화·초개인화 마케팅·지식의 민주화 가능해졌지만 고용은 줄 것"
"AI는 기술에 관한 것이 아니라, 워크플로에 관한 것이라는 점 이해해야"
"확고한 위치 차지한 한국, 마케팅 투자·조직의 유연성·네트워킹으로 글로벌 경쟁력 갖춰야"
"AI(인공지능)는 전 세계 브랜드와 광고·마케팅 조직이 운영되는 방식을 대대적으로 변화시켰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AI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제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하는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죠. AI는 기술에 관한 것이 아니라, 워크플로(workflow, 업무 흐름)에 관한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제대로 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프랑스 칸=] 한때 세계 1위 광고회사였던 WPP의 성공 신화를 이끈 주역에서, 이제는 디지털·데이터 기반 글로벌 에이전시 S4 캐피털(S4 Capital)의 수장으로서 새로운 광고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마틴 소렐 경(Sir Martin Sorrell)이 AI 시대 광고·마케팅 산업의 본질을 꿰뚫는 진단을 내놨다. 최근 많은 기업과 광고·마케팅 조직들이 AI 기술 개발과 도입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핵심은 기술 자체에 관한 것이 아니라 결국 워크플로에 관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브랜드브리프는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인 칸라이언즈(Cannes Lions)가 열린 프랑스 칸 현지에서 한국 언론 단독으로 마틴 소렐 경을 만나 그가 목격한 AI 시대의 변화와 크리에이티브 업계의 과제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그는, 지난 40여 년간 전통적인 광고 지주회사 모델의 흥망성쇠를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지켜봐 온 전문가로서 AI의 등장이 바꿔 놓은 광고 산업 내 5가지 큰 변화에 주목 했다.
1. 시각화(Visualization)와 카피라이팅(Copywriting) 업무의 변화
AI의 등장은 광고를 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줄였다. 이는 에이전시에게는 새로운 과제이기도 하다. 기존에는 에이전시가 시간과 인력(Time & Materials) 기준으로 클라이언트 측에 비용을 청구했지만, 앞으로는 단가(Unit Pricing), 자산 활용(Asset Usage), 또는 구독(Subscription) 모델로의 전환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2. 대규모 개인화(Personalization at Scale)
데이터를 활용한 대규모 개인화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Netflix)의 '오징어 게임' 같은 경우, AI 덕분에 훨씬 많은 크리에이티브 에셋을 제작할 수 있게 됐고 각 개인의 시청 이력, 선호도, 시청 시간대, 중단 지점과 같은 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초개인화 마케팅이 가능해졌다. 앞으로 양자 컴퓨팅이 도입되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3. 미디어 플래닝과 바잉 업무의 대체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업계에는 미디어 플래닝과 바잉 업무를 하는 인력이 약 25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AI가 도입되면서 해당 업무는 빠르게 AI로 대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마틴 소렐 경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을 언급하며 "전 세계 광고 시장 규모는 약 1조2000억 달러인데, 블랙록은 약 13조 달러의 자산을 운용한다. 한 회사가 우리 업계 전체보다 10배는 더 큰 자산을 운용하는 셈"이라며 "블랙록은 모든 자산을 알고리즘 기반으로 운영한다. 결국 우리 업계도 그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4. 고도와 효율화
AI는 업계에 전반적인 효율화를 가져오고 있다. S4 캐피털과 산하 디지털 에이전시인 몽크스(Monks)는 엔비디아, 아마존웹서비스(AWS), 어도비(Adobe)와 함께 광고 및 콘텐츠 제작 비용을 줄이는 작업을 해나가고 있으며, 클라우드와 AI를 활용해 약 80~90%의 비용을 절감했다.
5. 지식의 민주화(Democratizing Knowledge)
AI는 조직을 더욱 평평하게 만들고, 더 많은 정보를 더 많은 사람들이 민첩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해 협업을 촉진시키고 있다. 엔비디아에서 젠슨 황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직속 부하는 50명이 넘는다. 전통적인 기업은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인원이 최대 12~13명 가량이었지만, AI 기술로 인해 한 사람이 50명을 직접 관리하는 구조가 가능해진 것이다.
마틴 소렐 경은 AI 도입으로 효율화와 초개인화 마케팅, 지식의 민주화가 가능해지면서 광고 산업의 고도화가 가능해졌지만, 이로 인한 인력의 대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AI가 인간을 빠르게 대체하는 시대. 기업과 조직, 그리고 개인은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마틴 소렐 경은 "중요한 것은, AI는 기술에 관한 것이 아니라 워크플로에 관한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I 기술 자체의 정교함이나 정확성보다 중요한 것은 AI가 기업과 조직, 개인의 업무 흐름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고 어떤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지를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워크플로를 단순화 하는 것"이라며 "비효율적인 워크플로 위에 자동화나 최신 기술만 덧씌운다고 해서 업무의 흐름이 제대로 작동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S4 캐피털은 워크플로 단순화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며 "조직 내부에서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조직의 업무 흐름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 먼저 그것을 단순화한 다음, 그 위에 가장 적절하면서도 효율적인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번째로는 AI 기술 도입으로 인한 변화 관리(Change Management)를 꼽았다.
마틴 소렐 경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중국 전기차(EV)의 위협 때문에 적극적으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서비스 산업도 핀테크 플랫폼의 위협 때문에 변화를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 프록터앤드갬블(P&G)이나 유니레버 같은 소비재 기업들도 관세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압박을 받으면서 빠르게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며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새로운 기술로 인한 변화에 두려움을 느끼지만, 기업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변화가 닥치면 훨씬 더 적극적으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이어 "바로 이런 변화의 지점에서 가장 필요한 역량이 변화 관리"라며 "AI라는 기술 요소 자체보다도, AI가 가져온 변화를 어떻게 기업에 맞게 받아들이고 빠르게 전환시키느냐가 핵심이다. 이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핵심 역량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데이터, 특히 퍼스트파티 데이터의 중요성도 짚었다.
그는 "AI 시대에는 고객 데이터가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특히 대규모 초개인화 마케팅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수"라며 "단, 데이터의 통제권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책임은 고객사에 있어야 한다. 한국을 포함한 많은 기업들이 광고 비즈니스를 운영하면서 에이전시 측에 데이터를 지나치게 많이 넘겨주는 사례가 있는데, 이를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삼성과 현대자동차, CJ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어떻게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가야 할까.
한국 시장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마틴 소렐 경은 "K팝, K뷰티, K엔터테인먼트, K뷰티 등 K컬처라는 거대한 흐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한국 브랜드들은 분명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특히 삼성은 특유의 강력한 리더십과 혁신 전략, 효율적 조직 구조를 강점으로 브랜드 구축을 훌륭하게 해 나가고 있다. 현대차도 전통적인 저가 자동차 제조업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전기차(EV) 분야에서 혁신 브랜드로 변화하고 있고, CJ올리브영도 최근 미국 시장에 진출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제품 포트폴리오와 혁신 기술, 뛰어난 디자인도 물론 중요하지만 브랜딩에 대한 투자, 마케팅에 대한 투자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기업들이 마케팅을 성장을 위한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 브랜드를 제대로 구축해 브랜드 평판을 잘 관리할 수 있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엄청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 브랜드들이 더 유연한 조직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마틴 소렐 경은 "한국 기업, 특히 재벌들은 제일기획, 이노션, HSAD와 같은 인하우스 에이전시를 활용하고 있다"며 "한국 에이전시들은 한국에서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의 접근 방식은 조금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는 의견을 전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하우스 에이전시만을 고집하기보다, 각 시장 전략에 맞는 유연한 조직 구조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각 나라별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 최신 기술에 대한 이해, 고도의 경영 효율화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단 하루 동안만 해도 칸에서 메타, 구글,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 관계자들을 끊임없이 만났다. 내가 수십년째 칸에 빠지지 않고 오는 이유는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최신 지식과 정보를 나누고 네트워킹을 하기 위해서다"라며 "글로벌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찾고 싶다면,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이 교류하라"고 웃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편, 제73회 칸라이언즈 페스티벌은 지난 6월 22일부터 26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렸다. 칸라이언즈 관련 상세 정보는 칸라이언즈 홈페이지와 칸라이언즈서울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올해 국내에서는 고려대학교, 구글코리아, 기아, 스튜디오좋, HSAD, 이노션, 제3채널, 제일기획, KT, 트립닷컴, 한양대학교, 현대자동차(가나다 순) 소속 전문가들이 참관단을 꾸려 칸을 방문했다.
김수경 기자muse@newdaily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