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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국제광고제 수상작 페스티벌 미리보기_8

2010-10-19 09:00:00

계속 복제할 것인가 – 미래의 음악가들을 말려죽이는 불법복제
독일 롤링스톤즈의 불법복제 방지 캠페인


7, 80년대는 풍요로운 시대였다. ‘풍요’는 아직 개발도상국이었던 우리나라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GNP는 해마다 두 자리 숫자로 늘어났다. 논밭이었던 자리에 주택가가 생기고 부도심이 형성되고 공단이 지어졌다.

그리고 거리마다 있던 ‘레코드 가게’에는 레드 제펠린(Led Zeppelin)이나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혹은 후(The Who)의 음반이 있었다. 그런 음반들의 재킷은 그 음반이 어떤 음반이냐에 따라 달랐다.

몇 달 치 용돈을 모아야 겨우 살 수 있었던 수입 음반은 ‘원판’이라고 불렸다. 우리나라 음반사에서 라이센스 계약을 하고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라이센스 판’은 앨범 재킷 인쇄도 깨끗하고 가격도 저렴했지만 검열로 인해 여러 곡이 삭제된 채 발간되는 일이 흔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속칭 ‘빽판’, 즉 불법 복제한 LP가 있었다. 가격도 저렴하고 검열로 곡이 삭제되는 일도 없어 가난한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었지만 이 ‘빽판’에는 한 가지 결함이 있었다. 마치 초등학생들이 과학실험 시간에 사용하는 원시적인 ‘감광지’로 인쇄한 듯 인쇄질 나쁜 앨범 재킷이 바로 그것.

 

ⓒ 칸 국제광고제 한국사무국

 

독일 롤링스톤즈 지의 시리즈 광고 세 편은 바로 그런 ‘빽판’을 연상케 하는 앨범 재킷들을 보여준다. 세 작품 모두 복사를 거듭한 듯 흐릿한 모습이라 왕년에 음악 깨나 들었던 사람 아니면 어떤 앨범 재킷인지 알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비행선’의 모습.

사람들은 비행선을 잊힌 공룡이라고 생각한다. 몇 차례 대형사고로 인해 비행사에서 사라져 이제는 광고용으로나 간간히 사용되고 있음에도 비행선은 아직도 “좋았던 옛날”을 상징하는 물건으로 영화나 만화에 종종 등장한다.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네 명의 영국 젊은이들 역시 비행선에 대해 그런 환상을 갖고 있던 모양이다. 그 네 젊은이들은 런던을 공습했던 비행선 제펠린 호의 이름을 따서 자신들의 이름을 ‘레드 제펠린’이라 짓고, 그 제펠린 호가 폭발하는 모습을 첫 앨범 재킷 디자인에 사용함으로써 자신들이 거대하고도 파괴적인 존재라고 웅변했다. 과연 그들은 음악사의 ‘공룡’이 되었다.

 

ⓒ 칸 국제광고제 한국사무국


그런데 그 ‘멸종한 공룡’들을 사람들은 끊임없이 복사하고 복사한다.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보면 레드 제펠린은 물론 핑크 플로이드, 더 후와 같이 음악사의 한 획을 그은 대단한 음악가들의 곡을 아무런 대가 없이 쉽게 다운로드 받아서 들을 수 있다.

이미 왕년에 벌만큼 벌고 은퇴해서 카리브 해에 요트 띄우고 계신 거장 할아버지들에게야 그 정도 불법 다운로드는 별 문제 안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가 이렇게 음악을 반복해서 복제한다면 결국 음악을 돈 내고 듣는 사람들은 바보가 된다. 그리고 이제 막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 재능 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젊은 음악가들의 수입원이 사라지게 된다.

과연 인류가 레드 제펠린이나 핑크 플로이드를 잊을 수 있을까? 레드 제펠린의 스테어웨이 투 헤븐(Stairway to Heaven)은 앞으로도 전 세계 MP3 플레이어에 수없이 퍼져갈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복제가 당연시되는 풍토에서 또 다른 레드 제펠린, 또 다른 핑크 플로이드, 또 다른 더 후는 나오지 못 한다.

 

ⓒ 칸 국제광고제 한국사무국


결국 앨범 재킷처럼 점점 더 흐릿해지다가 마침내 사라지는 것은 미래의 음악가들부터인 것이다. 복제에 복제를 거듭해 흐릿해진 세 장의 앨범 재킷이 당신에게 묻는다.

계속 복제할 것인가? 그래서 음악을 해서는 밥 먹을 수 없는 세상을 만들어 음악가 없이 살려는가?

여기서 소개된 작품은 2010년 칸 국제광고제 인쇄 부문 은상, 옥외 부문 동상 수상작으로 10월 28일 개막하는 칸 국제광고제 수상작 페스티발에서 소개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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