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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국제광고제 수상작 페스티벌 미리보기_7

2010-10-19 09:10:00

우리는 관객이 원하는 영화만 만든다
할리우드의 젠 체 하는 영화 문법을 조롱하다
 
 
할리우드 영화가 많이 다양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할리우드의 영웅 이야기에는 그 전개 방식이나 전달하는 메시지에 어떤 형식이 있다.

우선 주인공이 너무 대단한 영웅이어서는 안 된다. 주인공이 불사의 몸을 가지고 어떤 역경이라도 쉽게 헤쳐나간다면 ‘총알탄 사나이(The Naked Gun)’ 같은 코미디가 되고 만다. 결말에 가서 승리한다 해도 일단은 ‘다이 하드(Die Hard)’의 브루스 윌리스처럼 ‘피떡’이 되는 통과의례를 거쳐야 한다.

끝까지 주인공이 살아남으면 좋겠지만 설령 죽는다 하더라도 ‘에일리언(Alien)’의 시고니 위버나 ’터미네이터2‘의 아놀드 슈왈제네거처럼 동료들을 구하고 스스로 죽음의 길을 선택한다면 그건 더더욱 멋진 결말.

남녀 버디 영화가 아닌 이상 남자 주인공의 상대역 여성이 너무 부각되어서도 곤란하다. 특히 여주인공이 필요 이상으로 섹시하다면 ‘삼류 영화’가 되기 십상이다. 이런 공식은 따지자면 수십 개가 나올 것이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주인공이 죽지 않고 끝까지 싸워 이기기를 바란다. 주인공이 너무 많이 다치지 않고 승리하기를 바란다. 예쁜 여배우는 되도록 옷은 덜 입은 채 자주 등장했으면 좋겠고, 악당들은 끝에서 다 벌 받기를 바란다. 대사도 액션도 없는 부분은 지루하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면서도 그런 자신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영화는 ‘삼류’라고 평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세상에 할리우드식 영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도의 볼리우드 영화는 할리우드식 블록버스터 대신 인도 고유의 형식을 개발해냄으로써 인도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집트 영화 역시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한다. 이번 칸 국제광고제에서 이집트 영화사의 광고 시리즈가 필름 부문 동상을 받았다. 과연 영상사업을 하는 광고주는 어떻게 영상 광고를 만드는지 한 번 보도록 하자.

 









 

 

 

 

다섯 편 모두 1990년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이집트 영화계의 대부가 ‘살짝 모자란’ 직원들에게 영화가 뭔지 한 수 가르쳐주는 내용. 광고 속에서 이집트 영화계의 ‘대부’인 토하미는 주인공이 자신을 이겨내는 처절한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 ‘로키’의 브리핑을 듣고는 이렇게 외친다.

“어떻게 주인공이 KO로 이기지 않을 수 있어?”

대본이 몹시 마음에 들지 않은 그는 ‘로키’를 천하무적 영웅이 나오는 이야기로 만들어버린다. 죽음을 넘어선 러브스토리 ‘타이타닉’은 에로 영화로, 주인공의 ‘영적 여행’을 그린 ‘늑대와 춤을’은 주먹질이 난무하는 액션 영화로 대체한다.

또한 스코틀랜드를 구한 ‘브레이브 하트’의 영웅은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제작자 마음에 든 여배우가 주인공이 되며, ‘세븐’에 대한 브리핑을 받다가 자신의 방탕한 생활에 죄책감을 느낀 제작자는 이 ‘무시무시한’ 대본을 ‘어딘가 다른 나라’에 팔아버리기로 하고 대신 가볍고 경쾌한 영화를 만들기로 한다.

결말에서는 늘 당당하게 외친다. 우리는 할리우드식 대본을 내버리고 이집트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찍어 큰 인기를 끌었다고.

설마 이집트 영화계가 이렇게 ‘비민주적’이며 ‘폭압적’인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운영될 리가 없다. 만일 그렇다면 그 비민주적이며 폭압적인 모습을 굳이 광고에 대고 떠벌일 리가 없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에서는 이집트 최고의 영화제작업체인 광고주 ‘멜로디 엔터테인먼트’를 ‘서구 기준으로 볼 때’ 아주 우스꽝스럽고 천박한 집단처럼 표현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기에는 대행사 측에서 광고주를 어떻게 설득했는지 그게 더 궁금할 지경이다.

광고주는 어째서 이런 광고에 동의하고 텔레비전에 내보냈을까? 아마도 그것은 광고주가 말하려던 메시지가 제대로 강조된 광고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바로 “우리는 관객들이 원하는 영화를 만든다”임이 분명하다. 결국 메시지만 올바로 전달된다면 광고주 자신을 무식한 호색가로 표현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관객들이 원하는 영화를 만드는 광고주’라면 관객의 즐거움을 위해 자기 한 몸 망가지는 것쯤이야 아랑곳하지 않을 테니. 결국 이 시리즈 광고는 ‘영상’과 ‘매체’를 제대로 이해하는 광고주가 아니었더라면 도저히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위의 광고는 10월 28일 이화여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개막하는 칸 국제광고제 수상작 페스티발에서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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