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칸 라이언즈 소식
글로벌 광고대행사 CEO의 성추문이 글로벌 대행사 지주회사 회장들 간의 성차별주의 논쟁으로 비화됐다.
사건의 발단은 JWT(J.. Walter Thompson)에서 글로벌 회장과 CEO을 맡고 있던 구스타보 마르티네즈(Gustavo Martinez) 전회장의 성추문이다. 2014년 JWT에 입사한 아르헨티나 출신의 마르티네즈 전회장은 재직 당시 잦은 성차별, 인종차별 발언으로 임직원들 간에 이미 ‘문제 회장’으로 찍힌 상황이었다. 특히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속된 말로 ‘드센’ 미국 본토 출신 여성 임직원들과 갈등이 심했다는 전언이다.
그가 CCO(Chief Communication Officer)를 맡은 한 여성임원에게 ‘강간해주겠다’는 등 성적 폭언과 협박에, 목을 조르는 폭행까지 했던 사실이 이번 3월 중순 해당 여성임원의 제소로 밝혀지면서 이 사건은 미국은 물론 전세계 광고업계의 화제가 됐다. 피해 여성임원이 소송을 제기하며 마르티네즈는 즉각 해임됐다. 얼마나 대응이 빨랐는지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너무 성급히 대응한 것 같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JWT는 WPP 산하 자회사다. 그룹 내부문제로 그칠 수도 있었던 이 문제가 확대된 것은 글로벌 광고대행사 지주회사 3위인 퓌블리시스 그룹의 모리스 레비(Maurice Lévy)회장 덕분이다. 레비 회장은 지난 22일 퓌블리시스 그룹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JWT의 성추문을 “어쩌다 생긴 실수”라 언급했다. 정작 JWT의 소유사인 WPP의 마틴 소렐 회장이 이 성추문에 즉각 대처한 것을 두고 “굉장한 수준의 위선자(extraordinary level of hypocrite)”라고 꼬집기까지 했다.
레비 회장은 ‘우리 퓌블리시스 그룹은 성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중역 중 38%가 여성”이라며 “그(JWT 사건) 상황은 업계 전반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라는 맥락에서 발언했다”고 해명했다. 한 마디로, 마르티네즈 전회장과 같은 스캔들은 퓌블리시스 그룹에선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용했다는 변명이다. 오랜 시간 차별과 성추행 등을 견디고 일해온 업계 여성 인사들은 물론 발끈하고 나섰다.
광고업계는 전세계적으로 성적, 인종적 편중이 아직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분야로 꼽힌다. 전세계 대행사 크리에이티브 중 여성은 25%에 불과하며, 그 중에서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은 여성은 불과 3%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수치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50년대 뉴욕 매디슨 애비뉴의 광고대행사들이 여성을 성적대상으로만 삼고 기업비리를 덮는데 일조했던 상황을 소재로 삼은 미국 드라마 시리즈 ‘매드맨’이 한참 인기를 끌던 2007~8년 당시JWT가 기업 브랜딩을 위해 “우리 회사가 바로 매드맨의 모델”이라고 홍보했단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