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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고치러 간 AS팀 되레 감동한 사연 삼성 스토리텔링 필름 광고 인도서 화제
[크리에이티브 산책] ‘어디 계시든 저희가 보살펴드릴게요’ by 제일기획 인도
삼성전자 인도/제일기획 인도의 '어디에 계시든 보살펴 드릴게요'
인도는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핵무기를 보유한 ‘군사강대국’이며, 무수한 과학자를 배출하는 ‘과학강대국’이자, 유구한 역사와 풍부한 문화유산을 자랑하는 ‘문화강대국’이다. 하지만 국토가 넓고 다양한 민족으로 이뤄져 있는 데다가 전통문화가 아직도 강세를 띄다 보니 도로나 전기·통신과 같은 기반시설이 약하고, 지역과 카스트에 따라 빈부격차도 극심하다. 교육시설이나 의료시설 역시 대도시에 편중되어 있어서 문맹률은 30%를 훨씬 웃돌고, 장애인 비율도 매우 높다.
힌두스탄 유니레버는 인도 고유 축제 때 인도식 쌈인 로티에 '손을 씻었나요'라는 문구를 박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캠페인으로 2013년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에서 티타늄을 비롯 수많은 상을 받기도 했다.
이 결코 놓칠 수 없는 거대시장을 선점하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시장에 특화된 다양한 캠페인들을 개발하고 있다. 가령 유니레버가 라이프부이(Life Buoy)와 함께 공동으로 진행한 일련의 ‘손 씻기’ 캠페인들은 인도시장 진출의 교과서적 사례다. 비누 수요가 없다시피 했던 인도 시골지역에 비누의 필요성을 알림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확보한 것은 물론 영아사망률이나 이질발병률까지 떨어뜨리며 ‘착한 브랜드’라는 인식을 만들어냈다. 판매에만 급급하지 않고 현지인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은 덕분이다.
2016년으로 인도시장 진출 20주년을 맞은 삼성이 최근 인도에서 집행하기 시작한 필름광고 ‘어디 계시든 저희가 보살펴드릴게요(We will take care of you, wherever you are)’도 인도시장의 특징을 올바로 간파하고 만든 사례다. 삼성전자가 인도에 535대의 차량을 마련해 인도 소비자들을 직접 찾아 다니며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제작한 이 필름광고에는 열악한 기반시설과 높은 장애인 비율이라는 인도시장의 두 가지 특성이 두드러지게 반영됐다.
4분 길이의 이 영상에서는 두 사람의 서비스기사가 저녁 7시 전까지 텔레비전을 고쳐달라는 오지의 고객을 찾아 나선다. 절벽 길과 구절양장 길, 시냇물에 끊긴 길, 양떼에 막힌 길을 뚫고 겨우 고객의 집을 찾아냈는데, 7시부터 텔레비전을 봐야 한다는 고객은 시각장애인이다. 어떻게 보면 텔레비전을 ‘볼 수도 없는’ 사람을 위해 몇 시간씩 고생했나 싶어 허탈할 지경이다. 알고 보니 그 고객은 여러 명의 시각장애인 어린이들을 돌보고 있었고, 이 어린이들 모두가 저녁 7시 방송에 나올 장애인 친구의 노래를 듣기 위해 애프터서비스를 학수고대하던 참이다.
전자제품의 개발주기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세계 모두가 다 얼리어댑터인 것은 아니다. 게다가 애프터서비스는 간혹 발생하는 고장이나 불량으로 인해 손상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시킬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인도와 같이 상품구매 자체가 대단한 모험이 될 수밖에 없는 광활하고 황량하며 아직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 나라, 그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상품을 수십 년씩 사용하는 나라에서는 애프터서비스가 상품판매 이상으로 중요할 것이다.
세일즈 잘 하는 사람을 보고 흔히 ‘에스키모에게 냉장고 팔 사람’이라고 부른다. 광고 속에서 삼성전자는 시각장애인에게 텔레비전을 팔았다. 그러나 이제는 냉장고의 애프터서비스를 위해 눈썰매를 타고 수십, 수백 킬로미터를 달려야 하는 시대다. 상품이 아닌 브랜드를 구매하는 이 시대, 브랜드들은 과거 생각하지도 못했던 무한히 다양한 무형의 가치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연수 칸 라이언즈 한국사무국 부사장 mermadam@cannneslion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