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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버즈워드] 트렌드재킹, 세간의 화제 마케팅과 접목
▲'슈퍼볼 정전' 당시 오레오의 트윗은 여전히 오레오 계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3년, 대정전이 미국 북서부를 강타했다. 이 사고는 하필이면 AFC 챔피언이었던 볼티모어 레이븐스(Baltimore Ravens)와 NFC 챔피언인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San Francisco 49ers)의 NFL(National Football League) 결승전 도중 일어났다. 2003년 이후 10년 만에 다시 발생한 이 대정전은 중앙공급식으로 자원을 분배하는 현대문명에 대해 근본적인 불신과 회의를 키운 사건이기도 하다.
뉴욕을 비롯해 미국 북서부 일대가 모두 캄캄해진 그 때, 텔레비전 앞에 앉아 손에 땀을 쥐고 있던 수많은 미국인들은 아마도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로 들어가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 했을 것이다. 어둠을 밝히는 듯한 오레오 과자 사진과 함께 내보낸 “정전이라고요? 괜찮아요. 그래도 우유에 담글 수는 있잖아요(You can still dunk in the dark)”라는 마케팅 역사의 전설적 트윗이 탄생한 것은 바로 이때였다.
디지털 대행사 360i가 대행한 오레오의 이 캠페인은 '트렌드재킹'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역시 2013년, 오레오는 ‘데일리 트위스트(Daily Twist, 대행사 FCB)’ 캠페인을 통해 그날그날 가장 큰 화젯거리를 오레오 과자로 형상화하는 캠페인을 집행하기도 했다.
▲노르웨이 항공은 브래드 핏-안젤리나 졸리의 이혼 소식 때 LA행 비행기 '편도' 티켓 할인행사를 알리는 신문광고를 냈다.
브래드 핏이 다시 독신이 됐으니 가서 유혹해보라는 것. 2016년 유로베스트 인쇄출판 부문 그랑프리 수상작.
브래드 핏이 다시 독신이 됐으니 가서 유혹해보라는 것. 2016년 유로베스트 인쇄출판 부문 그랑프리 수상작.
트렌드재킹’은 유행이라는 의미의 ‘트렌드’와 선박이나 항공기 등의 납치를 의미하는 ‘하이재킹’을 합성한 말이다. 대중이 가장 관심 갖는 주제를 이용해 자사 브랜드를 홍보하는 방법을 말한다. 유사한 용어로 ‘뉴스재킹(Newsjacking)’도 있다. 굳이 차이를 말하자면 트렌드재킹은 이미 대중의 관심을 ‘확보’한 주제를 이용하는 것이고, 뉴스재킹은 크게 화제가 될 만한 뉴스를 미리 선정해 이용하는 것이다.
트렌드재킹의 장점 중 하나는 트렌드를 검색하는 사람들에게 매체비 없이도 노출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트렌드재킹이 꼭 SNS와 같은 무료매체에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2016년 유로베스트 인쇄출판 부문 그랑프리를 받은 노르웨이 항공의 ‘브래드 싱글 되다(Brad is Single, TRY 대행)’가 좋은 예다. 또 한 가지 장점으로, 트렌드재킹에 크게 성공하는 경우 신문·방송과 같은 전통매체에서 무료로 보도해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두 가지 모두 오늘날과 같이 매체 플랫폼이 다각화되고 매체비 분배에 골머리를 앓는 기업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점이다.
하지만 어떤 트렌드든 다 트렌드재킹에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따금 ‘무리수’를 둬서 도리어 브랜드 이미지를 하락시키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자연재해 등 불행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나 국가적으로 애도할 사건의 경우는 어휘 하나하나에 신중해야 한다. 특히 그 불행한 사건을 절호의 마케팅 기회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여서는 절대로 안 된다.
▲미국의 AT&T는 9/11 테러로 사라진 자리에 세워진 추모의 불빛을 이용해
자사를 홍보하려 했다가 '결코 잊을 수 없는' 비난과 수모를 감당해야 했다.
자사를 홍보하려 했다가 '결코 잊을 수 없는' 비난과 수모를 감당해야 했다.
그 외에도 주의사항은 많지만, 간단히 말해 트렌드재킹, 혹은 뉴스재킹 담당자는 품위 있는 언어를 써서, 긍정적 태도로, 정확하지만 장황하거나 어렵지 않게, 지나치게 재거나 계산한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콘텐트를 만들어내야 한다. 오늘날 대중은 한참 화젯거리가 되고 있는 사건을 이미 트위터나 페이스북, 인터넷 뉴스를 통해 신물 나게 반복해서 본다. 단지 화젯거리에 해시태그(#)를 붙였다고 해서 사람들이 스크롤을 멈추고 ‘리트윗’이나 ‘좋아요’ 혹은 ‘공유’를 해줄 것이라고 생각해면 안 된다. 생각 못했던 신선한 시각을 제공하고 더불어 한 번 웃게 해주는 유머감각을 시의적절하게 내보내야 한다. 이것은 뉴스와 광고가 뒤섞인 혼돈의 시대를 사는 브랜드들의 기본적 생존방법이기도 하다.
이연수 칸 라이언즈 한국사무국 부사장 mermadam@canneslio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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