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칸 라이언즈 소식
[프랑스 칸=이연수기자]제일기획이 한국 최초로 칸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구 칸 국제광고제, 이하 칸 라이언즈) 그랑프리를 거머쥐는 영예를 안았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가상 매장(Virtual Store)’ 캠페인이 지난 20일 다이렉트 부문 금상을 두 개나 차지한 데 이어 21일(현지 시간) 저녁 발표한 미디어 부문에서 그랑프리와 금상을, 옥외 부문에서도 금상을 차지하게 된 것. 미디어 부문의 활약으로 ‘올해의 미디어 대행사(Media Agency of the Year)’ 2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크리에이티비티와 광고의 올림픽으로 불리우는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에서 우리나라가 그랑프리를 받은 것은 58년 만에 처음이다.
▲팔레 드 페스티발 극장 앞 전경. ⓒ 뉴데일리
스마트폰의 QR코드 스캔 기능을 이용해 소비자들이 지하철 가상 매장에서 제품들을 눈으로 확인하며 쇼핑할 수 있게 한 이 캠페인은 심사위원들 간에서 별다른 이의 없이 그랑프리로 선정될 만큼 뛰어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미디어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MPG의 글로벌 CEO인 마리아 루이자 프랑콜리 플라자(Maria Luisa Francoli Plaza)는 홈플러스의 그랑프리 수상작을 두고 “이렇게 뛰어난 작품을 그랑프리로 선정하게 되어 매우 행복했다”며 “워낙에 막강한 아이디어라 심사위원 간 논쟁도 거의 없었다”고 평했다.
홈플러스 가상 매장의 그랑프리 수상은 최첨단 기술을 이용했기 때문이 아니라 아이디어 자체가 워낙 독창적이었던 덕분이라고.
플라자 위원장은 이어 “미디어 심사과정에서는 단지 첨단 디지털 기술을 이용했느냐 여부보다는 전통 매체라 하더라도 얼마나 독창적인 방식으로 매체를 이용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그랑프리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지하철 승강장 스크린도어에 설치된 홈플러스 가상매장 광고에 들어어있는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상품정보가 주루룩 나오고 바로 쇼핑할 수 있다ⓒ
▲홈플러스QR코드사진. ⓒ 뉴데일리
칸 라이언즈 조직위원회의 CEO인 필립 토마스(Philip Thomas) 역시 ‘칸 라이언즈가 출범한 이래 작년까지 3개의 금상을 포함해 총 18번밖에 수상하지 못했던 한국이 일약 그랑프리를 차지하게 된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며 다시 한 번 올해 제일기획의 미디어 부문 그랑프리 선정의 의의를 강조했다.
‘가상 가게’는 지하철역에 실제 홈플러스와 똑같이 보이는 가상 매장을 설치해 사람들이 직접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마트와 다른 점은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한다는 것뿐. 원하는 상품을 온라인 카트에 넣어 주문하면 집으로 배달이 된다.
팔레 데 페스티벌 극장의 레드카펫을 밟은 영광의 주인공들은 이정락 ECD, 아트디렉터 정유나 방유빈 이연주, 카피라이트 이미수, 일러스트레이션 지성민, 어카운트 매니저 한주원, 컴퓨터그래픽 Moon&Sun, 사진 Skyteam이다.
올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에는 2만9천여점의 작품이 출품됐으며 그 중 2~3%정도의 작품만이 상을 받게 된다.
14개의 부문별 그랑프리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은 25일 필름과 통합부문인 티타늄 시상식을 끝으로 폐막한다.
“칸 그랑프리 4년을 준비했다”
제일기획 치밀한 글로벌 전략 성공
▲옥외부문 금상을 수상한 제일기획(좌측부터 남재욱 CD, 허원구 프로, 브루스). ⓒ 뉴데일리
[프랑스 칸=이연수기자] 칸 라이언즈의 그랑프리는 하루아침에 얻어지지 않았다.
20년전 한국 광고대행사들이 칸국제광고제에 처음 참가한 이래 레드카펫은 선진국들의 무대였다.
영국, 미국에 이어 10년 전부터 브라질이 상을 싹쓸이 하더니 수년전부터는 태국 광고가 심심치 않게 수상작 리스트에 올랐다. 한국은 1년에 겨우 한 편 정도 은상이나 동상을 받으면 그것으로 감지덕지.
아시아 문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탓에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는 것이라고 변명하자니 태국이나 일본의 수상 성과를 설명할 길이 없었다.
제일기획은 크리에이티브 출신으로는 처음 대표이사직에 오른 김낙회 사장 체제를 맞아 글로벌시대에 맞게 몸을 만들고 무기를 갈기 시작했다. 제일기획에선 팀장 부장이라 부르지 않고 ‘프로’라고 부른다. 크리에이티비티의 프로시대를 선언한 것이다.
광고제에서 상을 받는다는 것은 크리에이티비티를 평가받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행사들은 저조한 수상 실적의 원인을 크리에이티비티에 대한 광고주들의 이해 부족 탓으로 돌리곤 했다.
제일기획은 수상팀에게 파격적인 포상금을 지급함으로써 ‘프로’들의 ‘전투의지’를 북돋웠다.
▲제일기획 브루스 하인즈 부사장. ⓒ 뉴데일리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 기간에는 국내외 모든 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을 칸으로 불러 현지의 트렌드를 꼼꼼히 공부해왔다.
2008년부터는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에서 제일기획의 이름을 걸고 글로벌 세미나를 주관하기 시작했다.
올해도 22일 오전 칸 팔레 데 페스티발 극장에서 ‘스마트TV’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연속 칸 라이언즈 심사위원을 맡는 저력을 보였던 제일기획은 9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스파이크스 아시아에도 대거 참관단을 보내 작품 경쟁을 하고 세미나와 워크샵에 참여한다.
제일기획은 이제 칸 라이언즈 그랑프리를 받음으로써 세계적인 네트워크 대행사로 발돋움할 기회를 맞았다.
칸 라이언즈 페스티벌 조직위원회는 올해부터 ‘칸국제광고제’라는 이름을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이라고 바꿨다.
소셜 커머스와 인터랙티브 커뮤니케이션이 기존의 미디어와 광고의 개념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있는 마당에 더 이상 ‘광고’(Advertising)라는 이름은 이 거대한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설명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의 승패를 결정짓는 것은 바로 ‘크리에이티비티’(Creativity),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기발한 미디어 활용 능력이다.
▲팔레 드 페스티발 극장 앞 전경. ⓒ 뉴데일리
제일기획이 그랑프리를 받은 미디어 부문이야말로 광고 및 홍보의 미디어 운용을 평가하는 칸 라이언즈의 핵심 부문 중 하나. 단순 옥외광고의 디자인이나 카피의 완성도 같은 전통적 광고의 요소로 평가받은 게 아니라 상품 판매로 직결 시키는 마케팅 기법과 새로운 마켓을 여는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 온라인 쇼핑 등 새로운 매체들을 유기적으로 활용한 점이 돋보인다.
통합적인 크리에이티비티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칸국제광고제도 탄생 58년 만에 자신의 정체성(Identity)을 새롭게 정의해야만 했다.
칸 라이언즈 조직위원회 테리 새비지 회장(Terry Savage)은 대회 명칭 변경에 대해 “크리에이티비티야말로 콘텐츠와 커뮤니케이션을 잇는 유일한 다리 역할을 할 것이다. 마케팅을 하기 위해선 모든 단계에서 크리에이티비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것이 크리에이티브들이 할 일이다”고 말했다.
제일기획이 칸 라이언즈 그랑프리를 받은 사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