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크리에이티비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광고 하는 사람들은 일단 웃음부터 짓는 경우가 많다.
2000년대 이르러 태국은 독특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로 아시아 크리에이티비티의 한 축으로 부상했다. 특히 기발한 유머 감각은 태국 크리에이티비티의 큰 특징 중 하나이다.
태국이나 인도와 같은 아시아 국가들이 크리에이티비티 업계의 떠오르는 별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이나 유럽 등 크리에이티비티 선진국에서 모바일이나 사이버 캠페인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인쇄나 필름과 같은 전통 미디어 캠페인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을 한 이유로 들기도 한다. 이에 반해 태국이나 인도네시아와 같은 국가들에게는 아직도 인쇄, 필름, 옥외 광고가 가장 중요한 매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통 매체가 주류인 나라는 태국 이외에도 많다. 단지 전통 매체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만으로는 태국 크리에이티비티의 폭발적 성장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차라리 이 나라가 오랜 세월 고유한 문화를 유지∙발전시켜왔다는 사실에서 그 이유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2007년 칸 라이언즈 인쇄 부문 동상작 "오징어"
이 독특한 나라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사이 제국주의 시대, 인도차이나 반도를 열강들이 케이크 자르듯 나눠먹을 때도 독립을 지켜왔다. 태국인들은 2차대전 당시 일본이 인도차이나 반도를 침공할 당시 ‘8시간’ 동안 군대를 점령당했던 것이 유일한 치욕이라고들 한다. 그들은 ‘휴전’이나 ‘항복’을 하지 않고 ‘정전’ 선언을 했다.
2006년 쿠데타에 이어 한 동안 격렬한 시위가 있었고 최근에는 온 나라를 뒤덮다시피 한 홍수마저 겪긴 했지만, 사람들은 태국을 ‘놀러 가기 좋은 나라’, ‘태평스럽고 선한 미소를 짓는 사람들의 나라’로 생각해왔다.
현재의 삶이 힘들면 다음 삶에서 보상받을 것이라 믿는 낙천적인 남방불교의 내세관도 태국의 평화스러운 이미지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건 아닌가 싶다.
고대에는 인도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고도 하며, 불교 승려가 태국 고유의 문자를 만들었으며, 모든 국민이 생애 한 번은 승려가 되어 수행을 한다는 나라. 그런 태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한다면 관객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태국 광고들의 저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추론하는 것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태국에는 몇 명의 특출한 크리에이티브가 있다. 그 중 주리펑 주디 타이덤롱(Jureeporn Judee Thaidumrong)은 태국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크리에이티브 중 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