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칸 라이언즈 소식
업계 최고, 최대의 행사인 칸 라이언즈 국제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구 칸 국제광고제, 이하 칸 라이언즈)은 늘 업계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올해 칸 라이언즈에서는 칸 키메라(Cannes Chimera)를 발족했다. 크리에이티브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전세계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는 의미에서 시작됐다.
키메라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괴물이지만 르네상스 이후 서구 예술가들에게 ‘창의력’의 은유가 되어왔다. 2011년부터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로 이름이 바뀐 칸 라이언즈에서 키메라의 이름을 빌어온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칸 키메라에 참가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A2 용지 두 장 안에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적어내면 된다. 따로 참가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를 심사하는 것은 전년도 그랑프리 수상자들이다. 아직 초보적인 아이디어들 중에서 뛰어난 것들을 선정해 이를 집행할 수 있는 캠페인으로 성숙시키는 과정에서 그들이 멘토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해 한국 최초로 그랑프리를 수상한 제일기획의 김홍탁 마스터가 참가했다.
Q: 올해 첫 칸 키메라에 참가한 소감이 어떤가.
김홍탁 마스터(이하 김): 무엇보다도 처음 실행하는 칸 키메라에 참가할 수 있어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칸 키메라에 초청을 받을 당시 제일기획에서 ‘2 바코드 워터 기부(Donating 2 Barcode Water)’를 준비하고 있었다. 칸 키메라 심사위원 안내문을 읽고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전세계 어린이들을 위한 캠페인을 공모한다는 것을 알았다. 무엇보다도 ‘제일기획이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2 바코드’는 실제 다이렉트 부문에서 동상을 받았다.
Q: 심사위원 가이드에는 어떤 내용이 있었는가?
김: 우선 어려운 처지의 어린이들을 돕되 직접 가서 돕거나 물품을 전달하는 식의 직접적인 면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키는 방법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라는 내용이 있었다. 정치적인 면 역시 배제해야 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가 여부에 초점을 두고 심사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Q: 수많은 광고제에서 심사위원을 맡아온 경험이 키메라에서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김: 다른 부문도 해봤지만 특히 디지털이나 사이버 부문 심사위원을 했던 경험이 이번 키메라 심사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디지털이나 사이버 부문에서 심사위원을 하다 보면 최신 경향을 파악하는데 매우 유리하다.
Q: 키메라 심사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또한 출품작은 몇 편이나 되는지?
김: 천 편 이상 출품된 것으로 보이나, 심사가 불가능하거나 터무니 없는 것을 추리고 나면 총 850편 정도 된다. 심사위원 당 60편 정도의 출품작을 맡았다.
이 중 총 10편이 선정되며, 11월 20일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있는 시애틀에 모여 이 10편을 본격적인 캠페인으로 완성시키는데 심사위원들이 멘토 역할을 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출품한 것으로 보인다.
Q: 키메라 참가에는 어떤 의의가 있으며, 키메라는 어떤 캠페인을 원하고 있는가?
김: 소셜 미디어는 사람들의 행동을 바꿔놓고 있다.
우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은 언제나 서로 연결돼 있다는 연대감을 느끼고 있다.
또한 소셜 미디어는 완전히 개방돼 있고, 자기 이름을 내세워 활동하는 곳이다. 익명으로 숨을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활발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건전한 토론을 통해 서로 배려하는 방법을 익힌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의 행동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캔서스 대학 인류학 교수인 마이클 웨시(Michael Wesch)는 과거 MTV 세대와 현재의 유튜브 세대를 구분하면서 매사 무심하고 이기적이던 MTV 세대와 달리 유튜브 세대는 진정성(authenticity)에 가치를 둔다고 했다. 서로 공유할 만한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 현 소셜 미디어 세대의 특징이다.
이전 기업을 중심으로 한 CSR(기업의 사회적 공헌, Company’s Social Responsibility)이 일차원적이면서도 물질적인 면에 치중했다면, 지금은 단순히 물질적인 도움이 아니라 일반 대중들이 힘을 모아 돕는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쉽게 기부하면서도 사람들이 가치를 공유하는 동시에 사회에 공헌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은 바로 크리에이티브들의 몫이다. 올해 칸 라이언즈에 클린턴이 방문해 연설한 것도 바로 그런 배경에서다. 따라서 칸 키메라에서도 바로 참여(engagement)에 초점을 두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느냐 여부를 많이 살펴보게 될 것이다.
Q: 올해 칸 키메라의 주제는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김: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시행하고 있는 “세계 보건을 위한 거대한 문제(Grand Challenges in Global Health)”가 바로 주제이다. 개발도상국의 보건 및 건강을 위한 아이디어를 구하는 것이다.
제일기획의 2 바코드 생수처럼 일반 대중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며,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도움을 줄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파푸아 뉴기니 지역의 영아 사망률이 얼마나 높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또한 선진국의 전자제품 쓰레기가 가나, 인도, 파키스탄과 같은 나라에서 매립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보건∙위생에 큰 위협이 되고 있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런 사실을 잘 파악하고 있는 단체와 크리에이티브가 서로 제휴한다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칸 키메라를 시행하는 목적도 바로 거기 있다.
Q: 그렇다면 칸 라이언즈가 시류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김: 소셜 미디어로 인해 지금의 사회는 계층적 구조가 아닌 수평적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칸 라이언즈는 이것을 잘 파악하고 있다.
이제는 협력(cooperation)이 아니라 협업(co-operation)이 필요한 시대다. 부연하자면, 한 가지 일을 다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분야의 전문가들이 각자 자기 몫을 하면서 커다란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다. 칸 키메라에서 요구하는 것도 바로 그런 ‘협업’이다.
[칸 라이언즈 이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