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칸 라이언즈 소식
"크리에이티비티, 브랜드를 넘어 인류의 생존을 위한 변화 이끌어내야"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가 변화하고 있다. 이제, 마케팅을 위한 크리에이티비티를 벗어나 지속가능성과 생존을 위한 크리에이티비티로 칸 라이언즈의 중심 축이 이동하고 있다.
14일 칸 라이언즈 코리아가 주최하는 '칸 라이언즈 서울 2021' 페스티벌에 이경주 제일기획 ECD(Executive Creative Director, 제작전문임원)이 출연해 달라진 2020·2021 칸 라이언즈 어워드 트렌드를 분석했다.
이경주 ECD는 2020·2021 칸 라이언즈 어워드 필름 부문 심사위원을 맡았다. 그는 최근 칸 라이언즈가 발간한 랩업(Wrap-up) 리포트를 중심으로 한 올해 칸 라이언즈 수상작 트렌드를 소개했다.
△ 팬데믹은 우리를 단련시켰다
이경주 ECD는 "팬데믹이 우리를 단련시켰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팬데믹 덕분에 더 새롭고 놀라운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칸 라이언즈 필름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한 나이키(Nike)의 'You can't stop us' 캠페인을 소개했다.
그는 "이 캠페인은 종목, 인종, 성별이 각기 다른 다양한 선수들이 장애와 역경을 딛고 영광의 순간을 맞으며 다양한 기쁨을 나누는 장면을 화면 분할 기법을 써서 보여준다"며 "나이키가 오래 동안 지켜온 철학은, 운동 관련 장비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는 나이키의 보물같은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상황이 돼도 그 철학을 중심으로 캠페인을 펼친 결과, 일관되고 감동적인 캠페인이 나올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 실용성과 단순함이 대세
이경주 ECD는 "기존 광고들이 화려하고 유머러스한 아이디어와 크리에이티브 선보였다면, 올해 수상작들은 실용적이고 단순한 캠페인이 많았다"며 "실제로 사회에서 작동하는 캠페인이 돋보였다"고 평했다.
올해 칸 라이언즈 아웃도어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한 하에네켄의 'Shutter Ads' 캠페인은 팬데믹으로 인해 문을 닫은 동네 술집의 셔터를 옥외광고판으로 활용한 하이네켄의 크리에이티비티가 큰 화제를 모았다.
이 ECD는 "올해 수상작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며 "처음에는 너무 단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지만, 케이스필름을 보니 굉장히 치밀하게 계획했고 실제로 실행했다는 점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하이네켄은 술집이 문을 닫으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자, 셔터에 광고를 실어주고 광고비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지역 상권에 실질적 도움을 줬다.
그는 "이 캠페인은 소비자를 팬으로 바꾼 의미있는 시도"라며 "실제 광고비로 지불한 금액이 약 100억원대 단위라고 한다. 수천개의 술집 셔터 사이즈에 맞춰 옥외광고를 제작하고 광고비를 지불하는 등 성공적이면서도 의미있는 캠페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랑프리를 포함해 총 9개의 라이언즈를 받은 버거킹의 몰디 와퍼(The moldy whopper) 캠페인은 방부제 없는 햄버거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곰팡이가 쓰는 와퍼를 생중계로 보여 준 용감한 크리에이티비티를 선보였다.
이에 대해 이 ECD는 "호불호가 갈리는 캠페인이지만, 어마어마한 이슈를 만들어 낸 것 만은 확실하다"며 "버거킹이 추구하는 방부제 없는 햄버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잘 담아냈다"고 말했다.
△ 장기적 관점에서의 선(善)을 실행하다
이경주 ECD는 "기존에도 브랜드들이 좋은 일을 많이 했다"며 "최근 트렌드는 단발성이나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으로 브랜드의 목적 자체가 선행이 되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16년 반기문 UN 전 사무총장이 칸 라이언즈에 등장해 글로벌 광고대행사 회장들을 모두 모아놓고 UN이 만든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17가지 세부 목표를 실행해줄 것을 부탁했다"며 "그 이후 노력의 결과가 올해부터 나타나고 있다. 칸 라이언즈가 가는 방향성을 보면, 환경을 얘기할 때 단지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자가 아니라, 생활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예로 두코노미(Doconomy)의 2030 탄소계산기(The 2030 Calculator) 캠페인을 들었다. 2030 탄소계산기는 탄소 발생량을 누구나 쉽게 측정할 수 있는 계산기다.
이 ECD는 "어떤 회사가 제품을 생산할 때, 얼마나 탄소가 발생하는지 모른다"며 "중소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쉽게 탄소 발생량을 계산할 수 있는 계산기를 만든 것은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획기적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사례로는 AB인베브의 'Contract for change' 캠페인을 소개했다. 이 캠페인은 유기농 밀을 활용하는 맥주 회사가 원료 사용에서 끝나지 않고, 미국 농가의 재배 방식을 유기농으로 바꾼다는 큰 꿈을 품고 시작한 크리에이티비티다. 올해 칸 라이언즈 어워드 PR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이경주 ECD는 "미국 농가 중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하는 곳은 1% 밖에 되지 않는다. 유기농 맥주 생산량을 늘리려고 해도 유기농 농가가 없는 것이 문제였다"며 "기존 대량생산 방식에서 유기농 재배로 바꾸려면 약 3년의 시간이 걸리고, 생산량도 줄어들 뿐만 아니라 비용적 문제도 있어 많은 농부들이 이를 실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AB인베브는 그 과정을 돕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기농으로 바꾸는 동안 농가는 약 25%의 손실을 입게 되는데, AB인베브가 3년 간 그 손실을 해결해주고, 3년 후 유기농 밀 생산이 시작되면 전량을 구매하겠다는 계약을 농가와 맺었다"며 "그 결과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하는 미국 농가의 비율이 3%로 늘었다. 우리 삶에 큰 변화와 영향을 미친 캠페인"이라고 평했다.
△ 다양성에 주목하라
이경주 ECD는 "흑인 인권 운동인 'Black Lives Matter'를 기점으로 다양성에 대한 이슈가 중요해졌다"며 "미국을 기준으로 2014년까지는 백인이 다수를 차지했지만, 2060년이 되면 소수였던 다양한 인종의 수가 백인의 수를 앞서게 된다. 즉, 미래에는 백인이 소수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아직까지는 소수자들이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 많다"며 "다양성과 관련한 캠페인들이 많이 등장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City of chicago가 진행한 'Boards of change' 캠페인은 흑인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흑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길거리마다 투표 부스를 설치해 실제로 흑인들의 투표율을 높였다.
이 ECD는 "이 캠페인을 통해 흑인의 투표율이 많이 올라갔다"며 "아이디어가 단지 비즈니스나 마케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생명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인종뿐만 아니라 젠더 이슈도 다양성에 포함된다. 전세계적으로 본인을 인증할 때, 여성과 남성 중 하나로 구분짓지 않고 다양한 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스타벅스 브라질이 선보인 'I am' 캠페인은 올해 칸 라이언즈 글래스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이 캠페인은 성소수자들이 쉽게 이름을 바꿀 수 있도록 스타벅스 매장에서 개명 신청을 직접 받았다.
이경주 ECD는 "브라질에서는 남성용 이름, 여성용 이름이 명확히 구분 돼 있다"며 "자신의 성정체성과 관련 없이 모든 공식 서류에는 원래 이름이 들어가기 때문에 많은 성소수자들이 어려움을과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명하기 위한 비용도 비싸고 과정도 복잡할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사회적 시선을 힘들어하는 성소수자들이 많다"며 "이에 스타벅스는 공무원을 매장으로 불러 거기서 편안하게 커피를 마시며 개명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평균적인 개명 신청보다 7배 많은 신청이 이뤄졌고 이들은 실제로 이름을 바꿀 수 있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ECD는 "올해 칸 라이언즈에서는 지속가능성이라는 화두가 더욱 깊어지고 성숙해졌으며, 물질적인 것에서 생활방식의 변화로 한 단계 높은 진화와 성장을 이뤘다"며 "크리에이티비티 또한 마케팅을 위한 것에서, 우리의 생존을 위한 것으로 바뀌었다. 이제 크리에이티비티는 브랜드의 성장을 넘어 인류의 생존을 위한 변화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칸 라이언즈 2021'은 '브랜드가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오는 10월 15일까지 매일 오후 2시 새로운 콘텐츠를 공개한다. '브랜드 액티비즘', '테크 이노베이션', '코로나19의 영향', '컬래버레이션', '바닐라 콘텐츠 넘어서기' 등 5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한 크리에이티브 세미나와 강연, 올해 칸 라이언즈 수상작 코멘터리 토크가 중계되며 칸 라이언즈 코리아 홈페이지(www.canneslions.co.kr)에서 페스티벌 등록 후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김수경 기자muse@newdaily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