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칸 라이언즈 소식
"소비자들이 브랜드 광고에 직접 참여해 흔적 남기는 것이 중요"
"댓글은 곧 브랜드 자산, 콘텐츠 안에서 소비자가 즐겁게 놀 수 있기를 바라"
빙그레, 클레브, 미원, 삼양라면까지, 소비자들의 공감을 바탕으로 한 세계관 마케팅으로 광고업계에 새로운 화두를 제시하고 있는 독립광고대행사 스튜디오좋의 성공 전략이 공개됐다.
15일 칸 라이언즈 코리아가 주최하는 '칸 라이언즈 서울 2021' 페스티벌에는 스튜디오좋의 남우리 CD(Creative Director)와 송재원 감독이 출연해 스튜디오좋이 추구하는 브랜드 콘텐츠의 방향성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제일기획 카피라이터와 아트디렉터 출신인 남우리 CD와 송재원 감독은 제작, 프로덕션,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광고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스튜디오좋을 지난 2016년 창업했다.
남우리 CD는 "광고가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광고에도 댓글이 달리기 시작하던 시기에 창업을 결심했다"며 "광고회사에서는 절대 할 수 없었던 콘셉트의 광고 콘텐츠를 취미 삼아 페이스북에 올렸을 때 자연스럽게 바이럴되고 반응이 좋은 것을 보며 더 재밌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송재원 감독은 "그 당시 유튜버들이 콘텐츠나 리뷰성 광고로 광고 시장에 막 진입하기 시작했다"며 "수십명이 만든 광고보다 그런 콘텐츠가 더 소비자 반응을 이끌어내고 회자되는 모습을 보며 부럽기도 하고 우리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스튜디오좋은 'B급 감성의 브랜드 콘텐츠 맛집'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B급 문화 코드에 강하다.
이에 대해 남 CD는 "B급 감성을 지향했다기보다, 지금 이 시대의 소비자들이 댓글을 달게 만들 수 있는 톤앤매너이자 하나의 장르라고 생각했다"며 "물론 감동적인 콘텐츠에도 댓글이 많이 달릴 수 있지만, 재밌는 콘텐츠에서 우리의 능력이 더 잘 발현되기 때문에 B급 코드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댓글이 KPI가 된 시대다. 조회수는 매체비를 많이 쓰면 늘릴 수 있지만 댓글수와 자연 바이럴은 진짜 성과를 의미한다"며 "브랜드 영상을 본 소비자가 그냥 보고 지나치는게 아니라, 참여해 흔적을 남기는 것은 브랜드 입장에서 굉장히 유의미한 행위다. 그 행위를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하게 만들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브랜드에 긍정적 효과를 주는 댓글은 곧 브랜드의 자산이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송 감독은 "브랜드 영상에 소비자들이 댓글을 달며 놀기 시작하고 거기서 새로운 문화가 파생되고 생성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매우 재밌다"고 덧붙였다.
스튜디오좋은 브랜드의 세계관 구축에 큰 강점을 갖고 있다. 그 첫 번째 프로젝트는 발광 RAM 제품을 판매하는 클레브(Klevv)의 '만들어 봐, 네 본체의 빛' 캠페인이었다.
남우리 CD는 "브랜드 세계관이란, 브랜드가 꿈 꾸는 세상을 멋지게 재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회사가 이 제품을 기획했을 때, 어떤 세상을 꿈꾸며 만들었는지를 깊게 고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클레브는 발광하는 램 제품을 파는 브랜드인데, 램은 컴퓨터 본체 안에 들어가기 때문에 외관이 유리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다"며 "이걸 어떻게 광고할까 고민하다가 빛나는 램에 모두가 열광하는 세상을 직접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전했다.
스튜디오좋은 램의 불빛 색깔에 따라 기분을 표현할 수 있는 클레브만의 브랜드 세계관을 구축했고, 유명 프로게이머들을 모델로 등장시켰다.
남 CD는 "그 세계관에 소비자들이 빠져들다보니 댓글이 1만6000개 이상 달렸다"며 "소비자들이 '오늘 내 기분은 레드야', '나도 네 본체 안에 빛나는 램이 되고 싶어'와 같은 댓글을 달며 클레브의 세계관에 빠져들어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중적으로 가장 큰 인기를 끈 브랜드 세계관은 빙그레의 '빙그레우스' 캠페인이다. 스튜디오좋은 빙그레의 모든 제품을 의인화 해 '빙그레우스'라는 가상의 왕자가 통치하는 국가를 세웠다.
남우리 CD는 "빙그레의 과자와 식품 제품을 왕과 신, 백성 등으로 표현한 가상의 세계관을 만들어 소비자들을 몰입시키는 작전을 세웠다"며 "소비자들은 빙그레우스에게 존칭을 쓰고 누군가 빙그레우스를 공격하면 비난조의 댓글을 쓰는 등 빙그레우스 세계관에 깊게 몰입했다. 브랜드가 원하는 세상에 소비자가 몰입하게 만들고, 그 증거물로서 댓글이 계속해서 쌓인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있다"고 밝혔다.
송재원 감독은 "빙그레우스는 중세 로맨스 판타지 코드를 기반으로 제작했으며, 로맨스 판타지계에서 유행하는 코드들을 적극 차용했다"며 "소비자들이 몰입해 유의미한 댓글을 달수록 계속해서 자연 바이럴 되는 선순환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빙그레우스를 담당한 직원들은 로맨스 판타지에 조예가 깊고, 클레브를 담당한 직원들은 게임에 관심이 많았다"며 "만드는 사람이 그 특유의 코드를 정확히 알지 못한채 얄팍하게 세계관을 만들면 티가 날 수 밖에 없다. 덕질이 중요하다. 때문에 스튜디오좋은 채용 과정에서 어떤 분야에 덕질을 하는지, 어디까지 파고 들었는지, 그것을 활용해 무엇을 만들어봤는지, 어떤 결과와 반응을 이끌어냈는지를 항상 물어보고 있다"고 전했다.
대상의 조미료 '미원'을 서브 남주 캐릭터로 재해석한 '미원의 서사' 캠페인은 세계관에 공감을 덧입혀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남 CD는 "미원은 일상에 너무 깊게 자리잡은 브랜드다. 어떻게 하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키워드를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며 "한 직원이 첫 회의 때 '미원은 평생 조연이었습니다'라는 말을 했다. 그 순간 바로 느낌이 왔다"고 회상했다.
그는 "미역국에 소고기를 넣으면 소고기 미역국, 김치찌개에 참치를 넣으면 참치김치찌개가 되지만 미원을 넣으면 그 누구도 미원 미역국, 미원 김치찌개라고 말하지 않는다"며 "늘 조연 역할만 맡는 미원의 이런 모습에 공감하지 않을 대한민국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연 중에서도 특히 인기가 많은 '서브 남주' 캐릭터로 범위를 좁혀 소비자들이 미원에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자 했다"며 "서브 남주가 느끼는 슬픔의 공감대를 모두 모아 가장 클리셰적인 장면만을 뽑아 인간 미원을 완성했다. 소비자들이 여기에 적극 공감하며 대박이 났고, 특히 맘카페와 10대 유머 페이지에서 동시에 바이럴 되는 등 전세대에 걸쳐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댓글이 2600개 달렸다. 그 중에서도 '미원아, 너의 삶이 내 삶 같다. 평생 조연으로 산 게 내 삶 같은데, 너가 인정 받는걸 보니 나도 가치 있는 존재인 것 같다'는 편지 형식의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최근 온에어 된 삼양라면 오리지널 뮤지컬 캠페인 '평범하게 위대하게'는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이자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삼양라면의 '평범함'에 초점을 맞춰 공감을 이끌어냈다.
남 CD는 "삼양라면은 최초의 라면이자 기본적인 라면이다. 60년을 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만약 나라는 사람이 60세까지 계속 평범하기만 했다면 내 기분은 어땠을까 하는 입장에서 접근했다"며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거나 자극을 주지 않되, 필요할 때는 편하게 다가가는 그런 평범함으로 60년을 산다는 것은 위대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렇게 '평범하게 위대하게' 캠페인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창업 6년을 맞은 스튜디오좋은 빠르게 변화하는 광고업계에서 계속해서 살아남기 위해 늘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재원 감독은 "최신 트렌드나 신조어를 이제는 공부해야 할 나이가 됐다"며 "단순이 이걸 배워서 콘텐츠에 넣어서는 안되고, 그 맥락을 정확히 파악해서 사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커뮤니티의 코드를 체득해 실제로 이해하는 문화를 콘텐츠에 녹이는 작업을 계속 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끝으로 남우리 CD는 "일을 저지르고 후회하더라도, 겁먹기 보다는 계속해서 도전하고 싶다. 또한 함께 일하는 멤버들의 말에 항상 귀를 기울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소비자가 유의미한 자산을 온라인상에 남길 수 있게 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 많은 콘텐츠 안에서 소비자가 항상 재밌게 놀 수 있기를 바란다"고 역설했다.
'칸 라이언즈 2021'은 '브랜드가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10월 15일까지 매일 오후 2시 새로운 콘텐츠를 공개했다. '브랜드 액티비즘', '테크 이노베이션', '코로나19의 영향', '컬래버레이션', '바닐라 콘텐츠 넘어서기' 등 5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한 크리에이티브 세미나와 강연, 올해 칸 라이언즈 수상작 코멘터리 토크가 중계됐으며 칸 라이언즈 코리아 홈페이지(www.canneslions.co.kr)에서 페스티벌 등록 후 무료로 볼 수 있다.
김수경 기자muse@newdaily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