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칸 라이언즈 소식
"전사적으로 크리에이티브 작업을 평가할 것"
전통적 일본식 기업 문화, 빠르게 바뀌는 추세
[프랑스 칸 = 국민대학교 겸임교수 권경은] 코로나19로 인해 3년 간의 휴지 기간을 가진 뒤 열린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 2022에서는 그간 광고업계가 겪은 어려움과 미래 조직에 대한 전략을 엿볼 수 있었다.
우선 대형 네트워크 대행사의 해법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더 크게' 그러나 수평적 연결성을 강화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반대의 목소리에 따르면 빠르게 변화에 대처를 해야하는 오늘 날의 상황에서 대형 네트워크 대행사 조직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자유와 독립성이 보장되는 조직이 필요하다.
일본 최대의 광고 대행사에서 글로벌 대형 네트워크 대행사로 변신 중인 덴츠(Dentsu)는 글로벌 자회사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전략을 택했다.
덴츠는 20일(현지시간) 열린 칸 라이언즈 2022 무대에 올라 글로벌 자회사를 통합하고 사명을 덴츠 크리에이티브(Dentsu Creative)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이후 일본의 경제 위기 가운데 일본의 유서 깊은 대형 광고 대행사 덴츠는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대형 네트워크 대행사 덴츠는 칸 라이언즈 세미나를 통해 조직 쇄신의 내용과 새로운 회사의 명칭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덴츠는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국제적인 마케터와 광고인들을 영입해왔다. 이 날 덴츠 세미나에는 글로벌 CEO 웬디 클라크(Wendy Clark)와 프레드 레브론(Fred Levron) 글로벌 CCO(Chief Creative Officer)가 세미나 연사로 무대로 올랐다. 클라크는 대학 졸업 후 광고대행사의 리셉셔니스트(receptionist)로 업계에 발을 들인 후 DDB 월드와이드의 최초의 여성 CEO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이에 덴츠의 글로벌 에이전시 자회사인 덴츠MB와, 아이소바(Isobar), 미국 기반의 360i를 덴츠 크리에이티브로 통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덴츠에 따르면, 20일자로 덴츠MB와, 아이소바(Isobar), 360i는 없어지며 기존의 업무와 직원은 덴츠 크리에이티브에 속하게 된다.
레브론 CCO는 덴츠MB의 전통적인 브랜드 개발 능력, 360i의 디지털 전문성, 아이소바의 혁신 및 데이터 부문에서의 역량을 결합하고자 이러한 조직 개편을 구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모든 마케팅 서비스를 하나의 회사를 통해 제공받기 원하는 클라이언트의 선호를 충족시키는 한편, 크리에이티브 서비스에 있어서 통합적인 역량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레브론은 현재 환경에 적합한 크리에이티브 서비스를 위해서는 수평적(horizontal) 조직 운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디어와 고객경험관리(Custormer Experience Management·CXM)라는 두 부문이 수평적으로 연결되는 방식으로 크리에이티브 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덴츠 대형 클라이언트 100개 회사 중 83개사가 덴츠의 3개 사업 중 최소 2개 사업 이상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현황이다. 수평적 네트워크를 통해 사업 부문을 연결시킴으로써 모든 대형 클라이언트가 복수의 사업부문을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여러 부문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협의회를 구성할 예정이며, 내부 직원 뿐 아니라 외부 인사도 영입할 계획이다.
또한 "일에는 엄격하고, 사람들에게 온화하자"는 철학에 기반, 평가체제를 구축해 업무도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며 "직접 개발한 척도를 적용해 일본 사업부뿐 아니라 전사적으로 크리에이티브 작업을 평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거 덴츠는 위계구조가 강해 소위 '갑질'과 잔업이 많은 회사라는 악명을 갖고 있었지만, 일본식 기업 문화가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같은 날 열린 '이탈자들, 코로나 이후 크리에이티비티(The Renegades - Welcome to the Fearless, Post-Covid World of Creativity)'라는 제목의 세미나에서는 대형 네트워크 대행사 모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세미나에서는 코로나 기간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이나 이직한 사례들이 소개됐다.
이스라엘의 광고인 아미르 가이(Amir Guy)는 대형 네트워크 대행사들은 틀에 박힌 조직구조와 업무 방식으로 인해 빠른 변화에 대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킬 유어 달링(Kill your Darling)'이라는 다큐멘터리에 담았고 세미나를 통해 예고편을 선보였다.
그레이(Grey)의 크리에이티브 회장(Creative Chairman)이었던 퍼 퍼더슨(Per Perderson)은 새로운 대행사 네트워크 모델을 시도하며 지난 해 앤더네트워크(&The Network)를 설립했다. 그는 크리에이티브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이 크리에이티브 업계를 소유, 통제하는 환경이 됐다고 비판했다. 또한 대형 네트워크 대행사들이 규모(scale)를 추구하면서 크리에이티브 업계가 망가졌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네트워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생각해 볼 때"라며 "그간 만나고 함께 일했던 최고의 크리에이티브 인물들을 모아 글로벌 드림팀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광고주가 돈을 주는 것은 단지 재미를 위한 것은 아니다.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열정을 나누는 작업은 재미있는 일이며 결과도 좋다. 광고주는 이러한 작업에 대해 돈을 지불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대안적 네트워크로 독립 크리에이티브 대행사들이 공동 소유하는 네크워크 조직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네트워크 모델을 '자유'라고 지칭했다. 퍼더슨은 이러한 주장을 제시하는 한편 자신의 최근 작업물인 넷플릭스 '더 위처(The Witcher)' 홍보를 위한 3D LED 전광판 영상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