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칸 라이언즈 소식
"넷플릭스의 광고 업무 담당할 회사 협의 중"
"다양한 시청자 취향 고려해 더욱 많은 콘텐츠 제작할 것"
[프랑스 칸 = 국민대학교 겸임교수 권경은] 올해 칸 라이언즈에 새롭게 등장한 기업이 있다. 바로 넷플릭스다. 광고 없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유명한 넷플릭스가 크리에이티브 업계 축제에 왜 왔을까?
넷플릭스에서 광고를 붙인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기간 호황을 누렸던 넷플릭스는 지난 분기부터 실적이 급하향세다. 20만명이 가입을 해지했고 그 결과 주가도 50% 폭락했다. 이에 넷플릭스에서는 광고를 끼워 넣는 대신 구독료를 낮춘 상품을 제공해 새로운 가입자를 유치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가 열린 23일(현지시간) 넷플릭스 공동 CEO인 테드 서랜도스(Ted Sarandos)가 무대에 올라 뉴욕 매거진 기자이자 IT 팟캐스터인 ‘카라 스위셔 (Kara Swisher)와 대담을 가졌다.
테드 서랜도스 CEO는 "가격을 낮춰주면 광고를 기꺼이 볼 소비자들이 있다. 그간 이들에 대해 고려하지 못했다"고 밝힌 뒤 "현재 넷플릭스의 광고 업무를 담당할 회사를 결정하기 위해 여러 회사들과 협의 중"이라며 광고 도입 계획을 분명히 했다.
광고료 산정을 할 수 있는 기반 자료도 준비된 상황이다. 시청률 조사회사인 닐슨은 몇 년 전부터 넷플릭스의 영상 콘텐츠의 도달률(reach), 인게이지먼트(engagement) 등을 측정해 왔다.
넷플릭스는 디지털 시대 관행을 타파하고 새로운 역사를 쓴 파괴적 혁신자(Disruptor)의 아이콘 같은 기업이다. 테크 기업은 아니지만 콘텐츠와 기술력 모두 독보적인 기업으로 여겨져 왔다. 과거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안목 있는 일부 인물들의 직감(hunch)에 기반해 결정이 이뤄져 왔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새로운 방법을 도입했다. 소비자들의 시청 데이터를 분석해 취향을 예측하고 집중적 투자를 함으로써 성공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탁월한 알고리즘 기술로도 유명하다.
넷플릭스는 더 나은, 좀 더 나은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위해 거액의 상금을 주는 공모전을 몇 차례 열었고 그 결과 현재의 추천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소비자 취향 맞춤형 콘텐츠를 더 나은 디지털 경험을 통해 제공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해 온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은 시청자들의 소비 기록을 통해 소비 계정들을 2000개(2020년 수치) 정도의 취향 군집으로 묶어 작품을 추천한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부문 최고 책임자이기도 한 서랜도스가 소비자들의 영상 취향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까 개인적으로 궁금했다. 2000개 정도 되는 취향 프로파일로부터 어떤 인사이트를 얻어 왔고 어떤 우선 순위로 콘텐츠를 기획, 제작할지가 궁금했다.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이용자들의 취향이 굉장히 다양하니 많은 콘텐츠를 만들어 공급하라"는 것이다. 서랜도스는 "어떤 사람들은 로맨스와 코미디물을 즐기는데 어떤 사람들은 로맨스와 액션을 같이 보고, 또 다른 사람들은 로맨스와 리얼리티 쇼를 본다"며 사람들의 취향이 "놀라울만큼 다양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서랜도스는 '물량 전략'을 추천하는 한편 영상 소비에 있어서 콘텐츠의 장르적 특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코미디는 만들기 어렵다. 같은 것을 보고도 웃는 사람과 웃지 않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며 "반면 드라마는 조금 더 보편적으로 통하는 편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같은 것에 반응해 눈물을 흘린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뉴스와 스포츠를 서비스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뉴스를 통해 엔터테인먼트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며 "스포츠를 다들 좋아하는 편이지만 스포츠를 엔터테인먼트로 여기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랜도스는 최근 트랜스젠더 관련 발언으로 논란이 된 코미디 프로그램 '더 클로저'에 대해서는 옹호의 목소리를 냈다.
서랜도스는 "사람마다 불쾌하게 여기는 것이 다를 수 있다. 넷플릭스는 다양한 취향과 감성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프로그래밍을 한다"며 "넷플릭스가 모든 사람을 즐겁게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온디맨드 서비스의 좋은 점이 무엇인가. 영상을 끌 수 있다는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예술은 가끔 선을 넘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넷플릭스는 예술적 표현을 지지하고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버드 대학교 교수 케이브스(Richard Caves)는 "예술과 엔터테인먼트 소비자들의 취향은 무한하다고 할 정도로 다양(infinite variety)하므로, 뭐가 흥행할지 아무도 모른다(nobody knows)"고 주장했다. 칸에서 만난 넷플릭스는 낯설었지만, 서랜도스를 통해 케이브스의 주장이 여전히 유효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관련 자료 Caves, R. E. (2000). Creative industries: Contracts between art and commerce. Harvard University Press. 닐슨의 구독형 스트리밍 서비스의 콘텐츠 랭킹(https://www.nielsen.com/us/en/top-ten/) 테드 서랜도스와 카라 스위셔 대담 (https://youtu.be/W9j9q_EdaNk))
한편 테드 서랜도스 CEO는 칸 라이언즈 2022 올해의 엔터테인먼트인(Entertainment Person of the Year)을 수상했다.
칸 라이언즈 2022 세미나는 온라인을 통해 온디맨드 서비스 된다. 칸 라이언즈 2022 참관단은 무료로 볼 수 있으며, 라이언즈 멤버십(LIONS Membership)을 구독하면 모든 세미나 영상을 다시 볼 수 있다.
칸 라이언즈는 오는 24일까지 프랑스 칸 현지에서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하이브리드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올해 국내 기업 중에서는 LG CNS, 제일기획, 이노션 월드와이드, HS애드, 엘베스트, CJ ENM, SBS M&C, SO&company, KT, KT Seezn, SK브로드밴드, 크래프톤, 브라이언에잇의 마케팅·광고·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참관단을 꾸려 프랑스 칸을 방문했다.
권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