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칸 라이언즈 소식
아마존·구글·메타·넷플릭스가 점령한 칸, IT·테크놀로지로 무게중심 이동
한국, 역사상 두번째 '티타늄 라이언즈' 수상 쾌거
"넥스트 레벨 준비하는 기업과 브랜드라면, 칸 라이언즈에 주목하라"
3년 만에 열린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 다시 찾은 프랑스 칸의 뜨거운 햇살과 북적이는 인파는 여전했지만, 칸 라이언즈에 감도는 분위기는 사뭇 달라져있었다.
브랜드브리프는 지난 6월 20일부터 24일까지 5일 간 칸 현지에서 목도한 6가지 변화의 순간을 톺아보며 칸 라이언즈가 그리는 크리에이티비티의 '넥스트 레벨(Next Level)'을 조망해보고자 한다.
△ 아마존·구글·메타·넷플릭스가 점령한 칸, IT·테크놀로지로 무게중심 이동
칸 라이언즈가 공식 명칭에서 '광고'를 뗀 지 10여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국내에서는 칸 라이언즈를 '칸 광고제'로 부르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단언컨대, 칸 라이언즈에서 광고만을 얘기하던 시절은 이제 완전히 끝났다.
글로벌 비즈니스의 중심축이 IT와 테크놀로지로 이동했듯이, 칸 라이언즈의 무게중심도 이미 그쪽으로 넘어갔다. '칸 광고제' 시절 무대를 휘어잡던 세계 5대 광고대행사 WPP와 옴니콤(Omnicom Group), 퍼블리시스(Publicis Groupe), 인터퍼블릭(Interpublic Group of Cos.), 덴츠(Dentsu)와 같은 전통적인 광고·미디어 회사들은 칸 라이언즈에서 주도권을 빼앗긴지 오래다.
그들의 자리를 대신한 것은 아마존(Amazon)과 구글(Google), 메타(Meta), 넷플릭스(Netflix), 틱톡(TikTok)과 같은 거대 IT·테크 기업들이다.
아마존은 칸 라이언즈 메인 행사장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항구에 2500 제곱미터(약 756평) 규모의 '아마존 포트'를 열고 독자적인 세션과 비즈니스 행사를 진행했다. 구글과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트위터(Twitter), 스포티파이(Spotify)도 칸 해변에 단독 '비치(Beach)'를 오픈하고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참관객을 맞았다. 올해 광고대행사 중 단독 비치를 운영한 것은 덴츠가 유일했다. 또한 스냅챗(Snapchat)은 패션잡지 보그와 협업해 AR 패션쇼장을 따로 마련했다.
올해 칸 라이언즈 세션 중 참관객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것은 넷플릭스였다. 테드 서랜도스(Ted Sarandos) 넷플릭스 공동 CEO는 6월 23일 칸 라이언즈 무대에 올라 넷플릭스의 새로운 광고 비즈니스 계획에 대해 밝혔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광고 없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코로나 이후 가입자가 줄면서 주가가 폭락하자, 광고를 넣는 대신 구독료를 낮춘 상품을 제공해 새로운 가입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테드 서랜도스는 칸 라이언즈 2022 '올해의 엔터테인먼트인(Entertainment Person of the Year)' 상을 수상했다.
하루 평균 3억명의 사용자가 이용하는 스냅챗(Snapchat)의 공동창업자 겸 CEO인 에반 스피겔(Evan Spiegel)도 올해 칸을 찾았다. 그는 6월 22일 덴츠 비치에서 열린 VIP 세션에 참여해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비즈니스를 혁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그는 "비즈니스에 어떤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것을 원하기 때문"이라며 "스냅챗은 지속적인 AR(증강현실) 기술 투자를 통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새롭게 발견하고 자신만의 크리에이티비티를 펼칠 수 있도록 돕는 비즈니스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인기있는 IT·테크 기업의 수장들이 칸 라이언즈를 찾아 적극적으로 비즈니스에 대한 계획을 밝힌 것과는 대조적으로 광고대행사의 수장이 메인 스피커로 등장한 세션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세계 1위 광고대행사인 WPP의 마크 리드(Mark Read) 회장이 라이언 트로피 수상을 위해 잠깐 칸 라이언즈 어워드 쇼 무대에 오른 것이 눈에 띄는 전부였다.
나이키(Nike)와 P&G 등 칸 라이언즈 무대에 오래 서 온 단골 브랜드들도 올해는 그리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거시적인 브랜딩과 훌륭한 광고 캠페인을 앞세운 두 브랜드의 세미나는 체계적이고 복잡다단해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의 강연 치고는 어딘가 구태의연하게 느껴졌다.
칸 라이언즈의 변치않는 핵심 가치인 크리에이티비티에, 변화하는 시대상과 새로운 기술적 발전을 시의적절하게 융합하지 못한 프로그램들은 차갑게 외면 당했다. 칸에서 마주한 IT·테크 기업들의 놀랍도록 무서운 무대 장악력은 시대적 변화를 발 빠르게 간파한 이들에게만 주어진 초능력처럼 비쳤다.
△ 글로벌 비즈니스와 네트워킹의 장이 된 '프라이빗 비치'
프랑스 남부의 푸른 지중해를 바라볼 수 있는 칸 라이언즈의 '프라이빗 비치(Private Beach)'는 하루 대관료만 수억원에 달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여기에 비치 운영에 필요한 행사 진행비, 공사비, 인건비, 식음료비 등을 합산하면 5일 간 수십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기업들이 단독으로 전용 비치를 운영하는 것은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을 위한 '물밑 작업'과도 같은 네트워킹을 위해서다.
칸 라이언즈가 더 이상 '광고제'가 아니듯, 최근 칸 라이언즈를 찾는 사람들은 광고업계 종사자들뿐만이 아니다. 참관객 중 절대 다수는 글로벌 비즈니스 기회를 찾기 위해 전세계 각지에서 몰려 든 마케터와 투자자, 기업가들이다. 이들은 각종 세미나가 열리는 뤼미에르 극장과 드뷔시 극장을 찾는 대신, 기업들이 운영하는 프라이빗 비치를 찾아 네트워킹에 열중한다.
이름없는 소규모 기업이 글로벌 대형 기업 관계자와의 미팅 기회를 잡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지만, 칸 라이언즈에서는 영어 프리젠테이션 능력과 명함만 있다면 누구라도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기업의 프라이빗 비치에 마련된 별도의 비즈니스 미팅룸에는 행사 기간 동안 담당자들이 상주해있어 곧바로 미팅 스케줄을 잡을 수 있다.
다만 구글, 스포티파이, 덴츠와 같은 일부 기업들은 참관객 전체에 비치를 개방하지 않고 VIP와 비즈니스 파트너들에게만 개방해 원성을 사기도 했다. 스포티파이는 칸 라이언즈 행사를 앞두고 세계적인 뮤지션인 켄드릭 라마와 두아 리파, 포스트 말론이 출연하는 비치 콘서트를 연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VIP와 비즈니스 파트너 대상 행사라고 밝히면서 큰 아쉬움을 남겼다.
칸 라이언즈의 입장패스 비용이 1인당 4410유로(한화 약 600만원)인 점을 고려했을 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일부 제한적인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비판은 칸 라이언즈 조직위원회가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 한국 국가대표 크리에이티비티의 저력, 역사상 두번째 '티타늄 라이언즈' 수상 쾌거
한국은 올해 칸 라이언즈에서 역사상 두 번째 '티타늄 라이언즈(Titanium Lions)'를 품에 안았다. 서비스플랜 독일 뮌헨이 대행하고 국내 독립 대행·제작사인 파울러스(Paulus)가 프로덕션을 담당한 국내 스타트업 닷(DOT)의 '닷패드(DOT PAD, The first smart tactile graphics display)' 캠페인이 티타늄 부문에서 티타늄 라이언즈를 수상했다. '닷패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세계 최초의 점자 스마트 패드다. 이번 수상은 지난 2013년 제일기획 서울이 대행한 삼성생명의 '생명의 다리(Bridge of Life)'가 한국 최초의 티타늄을 수상한지 9년만이다.
강지현 서비스플랜 코리아 대표이사는 "5년 전까지만 해도 닷은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일 뿐이었지만, 칸 라이언즈 수상 이후 글로벌 각지에서 먼저 비즈니스 제안이 오고 있다"며 "칸 라이언즈 수상은 브랜드에게는 엄청난 레퍼런스다. 이번 티타늄 수상으로 닷의 글로벌 비즈니스가 더욱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소감을 밝혔다.
'티타늄 라이언즈'는 그 해 각 부문 최고의 캠페인에 수여하는 그랑프리(Grand Prix)에 해당하는 상으로, 국내 크리에이티비티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전세계에 입증했다.
한국 광고대행사 이노레드와 파울러스가 함께 출품한 매일유업의 '우유안부(Greeting Milk)' 캠페인은 브랜드 익스피리언스&액티베이션(Brand Experience&Activation) 부문에서 실버 라이언, PR·컬추럴 인사이트(PR·Cultural Insight)에서 브론즈 라이언을 수상하며 K-크리에이티비티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국내 중견 브랜드의 캠페인이 칸 라이언즈에서 수상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우유안부' 캠페인은 홀로 계신 어르신의 건강을 위해 매일 우유를 배달하고, 전날 배달한 우유가 남아있는 경우 관공서나 가족에게 연락해 고독사를 예방하는 활동을 알리며 기부 참여를 독려한 영상 캠페인이다.
이 밖에도 레오버넷 프랑크프루트(LEO BURNETT, Frankfurt)가 대행한 삼성전자 GMBH의 'The Spider and the Window' 캠페인은 필름 라이언즈(Film Lions)에서 골드 라이언을 획득했다.
DDB 뉴질랜드 오클랜드와 Tribal Aotearoa 오클랜드가 대행한 '삼성 아이테스트(Samsung ITEST)' 캠페인은 미디어 라이언즈 골드 1개와 소셜&인플루언서 라이언즈 브론즈 1개, 다이렉트 라이언즈 브론즈 2개 등 총 4개의 라이언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제일기획 베이징과 제일기획 홍콩이 대행한 삼성의 'Quest for Dyslexia' 캠페인은 모바일 라이언즈(Mobile Lions)에서 실버 라이언, 브랜드 익스피리언스&액티베이션 라이언즈와 미디어 라이언즈, SDGs 라이언즈(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Lions)에서 총 3개의 브론즈 라이언을 받았다.
제일기획 마드리드가 대행한 크리스 암재단(Cris Cancer Foundation)의 'The battle inside' 캠페인은 헬스&웰니스 라이언즈(Health & Wellness Lions)에서 브론즈 라이언을 수상했다.
융폰마트 AG, 함부르크(Jung Von MAtt AG, Hamburg)가 대행한 현대자동차의 'Irma', 'Katrina', 'Jebi', 'Hayian', 'Blanca'는 인쇄&출판 라이언즈(Print & Publishing Lions)에서 실버를, 아웃도어 라이언즈(Outdoor Lions)에서 'Irma'와 'Hayian'으로 실버를 수상하며 총 2개의 실버 라이언즈를 거머 쥐었다.
크래프톤이 운영하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ATTLEGROUNDS MOBILE INDIA, 이하 BGMI)'의 '책임감 있는 게임플레이(Game responsibly)' 캠페인은 필름 부문에서 브론즈 라이언을 수상했다. 이는 한국 및 인도 게임 광고의 칸 라이언즈 첫 수상이다.
올해 칸 라이언즈에서는 전 세계 87개 국가에서 출품한 2만5000여개 작품이 29개 부문에서 경쟁을 펼쳤다.
한국 브랜드인 삼성과 현대자동차는 올해 칸 라이언즈에서 세미나를 진행했다.
6월 23일 열린 삼성 유럽의 세미나에는 벤자민 브라운(Benjamin Braun) 삼성 유럽 최고 마케팅 책임자(Chief Marketing Officer, CMO)와 삼성과 UNDP가 후원하는 '제너레이션 17(Generation 17)'의 청년 리더 나딘 카울리(Nadine Khaouli)가 무대에 올라 다음 세대인 젊은층의 연대를 통해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고, 행동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그 과정에 있어 기업의 역할과 모바일 기술이 중요하다고 삼성 측은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삼성의 역할과 새로운 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혁신적이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했지만, 청년 리더의 다소 긴 개인적인 이야기와 실내 조명으로 충전이 가능한 솔라셀 리모컨, 폐어망을 재활용한 소재를 적용한 스마트폰 등 삼성이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한 평이한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글로벌 기업들의 자존심을 건 프리젠테이션 전쟁이 펼쳐지는 칸 라이언즈 세미나라기엔 아쉬움이 컸다.
이보다 더 큰 아쉬움을 남긴 것은 삼성의 지속가능발전목표 체험 부스였다. 삼성은 국내에서 이와 관련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직접 찾은 체험 부스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관람객들은 체험 부스에 마련된 QR코드를 통해 삼성 글로벌 골즈(Samsung Global Goals)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교육 환경 개선, 기후변화 대응, 기술을 통한 지역 커뮤니티 개선 등 삼성전자와 '제너레이션 17' 청년 리더들이 진행 중인 다양한 프로젝트와 활동 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갤럭시 탭 S8을 통해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 중 하나를 선택해 목표 이미지를 배경으로 설정하고, 갤럭시 S22 울트라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인쇄할 수 있다.
팔레 데 페스티벌 지하 1층에 자리한 삼성 체험 부스를 찾은 기자는 담당 직원에게 체험 방법을 물었다. 그는 벽에 붙은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 중 하나를 선택해 기념 사진을 촬영하면 이를 인쇄해준다고만 설명했다. 해당 부스 운영 취지에 대한 설명이나 QR코드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부스를 찾은 대부분의 관람객들 또한 별다른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사진 촬영을 하는 것으로 체험을 마쳤다.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사람들의 참여와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본래 취지와는 달리, 기념 사진 촬영 이벤트 정도로만 소비되고 있었다. 인쇄된 사진은 재생용지나 친환경 용지, 콩기름 잉크 같은 지속가능한 소재를 사용한 것도 아니었고, 지속가능발전목표와 관련한 의미를 전달하기보다는 단순 기념품 용도로만 제공됐다. 브랜드 렐러번스(relevance)와 진정성이 다소 결여된 느낌이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이자 세계적인 IT·테크 기업으로 불리는 삼성의 체험 부스를 방문한 글로벌 광고인들과 마케터, 기업인들은 과연 이 곳에서 어떤 브랜드 경험을 쌓았을까.
△ 라이언 레이놀즈·패리스 힐튼, 유명세보다 빛난 그들의 크리에이티비티
칸 라이언즈는 매년 할리우드 배우와 영화감독, 가수와 모델 등 유명인사들을 초청해왔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라이언 레이놀즈와 패리스 힐튼, 엘리자베스 올슨, 루피타 뇽, 잇사 레이, 메건 더 스탤리언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칸 라이언즈 무대에 섰다. 이들은 무대를 잠깐 빛내기 위한 '스타(star)'로서가 아닌, 독보적인 콘텐츠와 크리에이티브 능력을 갖춘 크리에이터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올해 칸 라이언즈에서 가장 재밌었던 세션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라이언 레이놀즈의 세미나를 택하겠다. 배우 겸 MNTN/Maximum Effort(이하 맥시멈 에포트)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hief Creative Officer, CCO)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광고를 통해 독보적인 유머 코드와 빠른 속도감을 보여주며 '마케팅 천재'로 불리고 있다.
세미나 시작부터 농담을 던지며 2300여명의 관객을 모두 웃게 만든 그는 "크리에이티브를 가로막는 것은 너무 많은 돈과 시간, 노력이 들어갈 때"라며 광고와 마케팅에 있어 '속도감'이 중요한 이유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종종 어떤 광고는 너무 진지하게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정말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다면 그들을 웃게 만들어야 한다"며 "때때로 크리에이티브나 아이디어가 완벽해야한다는 두려움이 있지만,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는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자신만의 크리에이티비티 철학을 밝혀 박수 갈채를 이끌어냈다.
미국 사교계의 여왕이자 글로벌 호텔 체인 힐튼 그룹의 상속녀로 유명한 패리스 힐튼은 지난해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Roblox)에 '패리스 월드(Paris World)'로 불리는 가상의 섬을 만들어 수백만 명의 입장객들을 모으고, 미디어 벤처 기업인 11:11 미디어를 설립하는 등 미래 비즈니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글로벌에서 그는 '메타버스 여왕(Metaverse Queen)'으로 불린다.
패리스 힐튼은 "메타버스는 다양한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이다. 그 곳에서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이제 시작인만큼 미래에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가 더욱 기대되는 공간"이라고 밝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메타버스와 웹 3.0, NFT에 지속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처음에는 유명세에 이끌려 세미나를 들었지만, 그보다 더 빛났던 그들의 독보적인 크리에이티비티와 발 빠른 실행력에 매료됐다. 크리에이티비티 비즈니스의 경쟁 영역과 대상의 경계는 점차 흐려지고 있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크리에이터 모두가 업계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 인사이트 공유와 네트워킹을 위한 '데일리랩업 by 브랜드브리프' 론칭
브랜드브리프는 칸 라이언즈 2022에서 한국 참관단과 함께하는 '데일리랩업(Daily Wrap-up) by 브랜드브리프, 이하 데일리랩업'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브랜드브리프는 칸 라이언즈 축제가 진행되는 5일 동안 매일 행사가 끝난 뒤 한국 참관단과 모여 그 날의 하이라이트와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6월 21일 데일리랩업에서는 아시아 최대 광고대행사인 덴츠(Dentsu) 관계자와의 네트워킹을 진행했고, 22일에는 미국 앨리배마 대학교의 PR&커뮤니케이션학부 학생들과의 교류를 통해 미래 최대 소비층으로 떠오른 Z세대(Generation Z)의 현주소에 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국에서는 LG CNS, 제일기획, 이노션 월드와이드, HS애드, 엘베스트, CJ ENM, SBS M&C, SO&company, KT, KT Seezn, SK브로드밴드, 크래프톤, 브라이언에잇의 마케팅·광고·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참관단을 꾸려 프랑스 칸을 방문했다. 올해 한국 참관단은 세미나 참가에만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글로벌 네트워킹을 펼치며 정보 공유와 토론에 참여하는 등 수준 높은 참여도를 보였다.
△ 크리에이티비티의 '넥스트 레벨'을 향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지난 2년 간 칸 라이언즈를 멈추게 했다. 반면에 크리에이티비티의 외연을 '기업·브랜드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에서 '지구와 인류를 위한 해결책'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시켰고, 거대한 위기 상황일수록 저력을 발휘하는 크리에이티비티의 위대함을 입증해 낸 계기가 됐다.
그 때문인지 올해 칸 라이언즈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우울감이나 슬픔, 상실에 관한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탄생할 수 없었을 혁신적인 크리에이티비티와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환호했고, 다가 올 새로운 세상을 희망찬 기대감으로 맞이하고 있었다.
3년 전 칸 라이언즈 2019와 비교해 올해 한국 참관단 규모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 참관단 수는 북미·유럽에 비해 눈에 띄게 감소했다. 끝나지 않은 위기 상황에서 혹시 모를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실무에 집중하기 위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칸으로 취재를 떠나기 전, 국내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당장 돈이 되지 않는 크리에이티비티에 돈을 쓰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실무만 하기에도 너무 바쁘다"는 얘기를 건넸다.
칸 라이언즈는 돈을 벌게 해 줄 최신 크리에이티비티와 마케팅의 기술을 알려주는 곳이 아니다. 하나의 유기체처럼 굴러가는 글로벌 비즈니스 업계의 흐름과 트렌드를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돌파구를 찾게 해주는 치열한 여정일 뿐이다. 분명한 것은 가시적인 매출이나 성과에 대한 고민을 넘어 넥스트 레벨(다음 단계)을 준비하는 기업과 브랜드라면 그 여정에 동참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칸 라이언즈 2022 세미나는 온라인을 통해 온디맨드 서비스 된다. 참관단은 무료로 볼 수 있으며 라이언즈 멤버십(LIONS Membership)을 구독하면 모든 세미나 영상을 다시 볼 수 있다. 칸 라이언즈는 2023년 6월 프랑스 칸에서 70번째 페스티벌을 열 예정이다.
김수경 기자muse@newdaily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