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칸 라이언즈 소식
AI 활용한 칸 라이언즈 수상작 비중, 전년比 2배 이상 오른 8% 차지
제일기획 '똑똑' 캠페인, 韓 역대 두번째 그랑프리 수상 쾌거
영 라이언즈·퓨처 라이언즈·크리에이티브 아카데미까지… 영 크리에이터들의 활약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 2023이 지난 6월 19일부터 23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렸다.
올해 70주년을 맞은 칸 라이언즈는 그 어느 해보다 활기가 넘쳤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칸의 분위기가 완전히 되살아 난 모양새다.
아직 공식적인 참관객 수가 발표되기 전이지만, 행사 기간 동안 칸 시내에 숙소가 부족해 근교에서 기차나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참관객들이 대거 늘었다. 칸 라이언즈 메인 행사장인 팔레 데 페스티발에서 열린 각 세션마다 빈 자리를 찾기 어려웠고, 아마존 포트와 마이크로소프트 비치, 메타 비치 등 칸 해변가 또한 인산인해를 이뤘다. 특히 마지막 날 열린 어워드 쇼(Awards Show)와 클로징 파티(Closing Party)에는 입장을 위한 긴 줄이 이어졌고, 몇 시간 대기에도 끝내 입장하지 못한 참관객들의 아쉬움이 넘쳐났다.
브랜드브리프는 올해 칸 라이언즈를 뜨겁게 달군 이슈를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 AI(인공지능) 전성시대
지난해 칸 라이언즈에서 메타버스(Metaverse)와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토큰)가 최대 화두였다면, 올해는 단연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가 대세였다.
챗GPT(ChatGPT) 개발사인 오픈AI(OpenAI)의 브래드 라이트캡(Brad Lightcap) 최고 운영 책임자(Chief Operating Officer, COO)가 올해 처음으로 칸 라이언즈 무대에 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으며, 구글과 덴츠X, 세일즈포스(Salesforce), WPP, 마이크로소프트, 트위치 등 글로벌 기업들이 연이어 AI 관련 세미나를 펼쳤다.
AI와 크리에이티브를 결합해 비즈니스의 성장을 이끌어 낸 캠페인들도 크게 주목 받았다. 유명 연예인의 얼굴에 최신 AI 기술을 접목시켜 소상공인에게 홍보 기회를 제공한 캐드버리(Cadbury)의 '샤룩칸 마이 애드(Shah Rukh Khan My Ad)' 캠페인은 올해 크리에이티브 효과 라이언즈(Creative Effectiveness Lions)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AI 기술이 비즈니스 성장에 미치는 효과를 증명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칸 라이언즈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칸 라이언즈 수상작의 8.3%가 AI와 관련된 주제를 포함하고 있었다. 이는 지난 2022년 4%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 언더독(underdog)의 활약
올해 칸 라이언즈에서는 언더독들의 눈부신 활약상이 빛났다. 제일기획은 경찰청의 '똑똑'(KNOCK KNOCK) 캠페인으로 변화를 위한 글래스 라이언(Glass: The Lion for Change, 이하 글래스 라이언)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한국 역사상 두 번째 그랑프리를 품에 안았다. 한국에서 집행한 캠페인이 그랑프리를 수상한 것은 2011년 제일기획이 대행한 홈플러스의 '가상 스토어'(미디어 라이언즈(Media Lions) 그랑프리) 이후 12년 만이다.
전통적으로 칸 라이언즈는 백인·영어문화권 중심의 행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올해 칸 라이언즈에서 탄생한 34개의 그랑프리 중 유색인·비영어권 캠페인의 비중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제일기획은 그랑프리 수상을 통해 한국 크리에이티비티의 저력을 입증하고 새로운 글로벌 벤치마크를 세웠다.
전세계 주니어 크리에이터들이 경쟁을 펼치는 영 라이언즈 컴피티션(Young Lions Competition, 이하 YLC)에서는 대홍기획이 한국 최초로 미디어 부문 골드를 수상했다. 대홍기획은 국내 5대 종합광고대행사 중 한 곳으로 꼽히지만, 그간 글로벌 무대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번 컴피티션에서 최고상인 골드를 따내는 반전으로 두 배의 감동을 선사했다. 국내 이동통신사 브랜드인 SK텔레콤은 마케터 부문에서 브론즈를 수상하며 주목 받았다.
올해 칸 라이언즈 어워드 쇼의 주인공은 단연 독립 에이전시인 GUT였다.
지난 2018년 문을 연 신생 에이전시인 GUT는 퍼블리시스(Publicis Conseil, Paris), 아담&이브DDB 런던(adam&eveDDB, London)을 제치고 '올해의 에이전시(Agency of the Year)'에 선정됐으며, 리씽크 토론토(Rethink, Toronto)와 와이든+케네디 포틀랜드(Wieden+Kennedy, Portland)를 제치고 '올해의 독립 에이전시(Independent Agency of the Year)', '올해의 독립 네트워크(Independent Network of the Year)'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GUT는 스텔라 아르투아(Stella Artois)의 'The Artois Probability' 캠페인으로 크리에이티브 데이터 라이언즈(Creative Data Lions) 그랑프리를, ' 페디도스 야(Pedidos Ya)'의 '월드컵 딜리버리(World Cup Delivery)' 캠페인으로 모바일 라이언즈(Mobile Lions) 그랑프리를 수상했으며 이 밖에도 7개의 골드와 7개의 실버, 3개의 브론즈를 획득하며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업계에 GUT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 세대교체
국내에서는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대행사의 칸 라이언즈 참관은 일종의 '포상' 개념으로 치부되곤 했다. 때문에 칸 라이언즈에 직접 작품을 출품했거나, 출품을 준비하기 위한 크리에이터보다는 근속연수가 높은 직원이나 특정 성과를 낸 직원들로 참관단이 꾸려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확 바뀌고 있다. 칸 라이언즈에 작품을 출품하거나 칸 라이언즈에서 운영하는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크리에이터들을 중심으로 참관단이 구성되면서 젊은 크리에이터들의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칸 라이언즈 한국 참관단 중 1990년·2000년대생 비중은 33%에 달했다.
특히 30세 미만 주니어 크리에이터들이 참가하는 YLC에는 한국 역사상 최다 팀인 5팀(10명)이 참가했으며, 크리에이티브 아카데미(Creative Academy) 참여(1명), 칸 라이언즈의 대학생 공모전인 퓨처 라이언즈(Future Lions) 우승팀(4명), 칸 라이언즈 코리아 대학생 공모전 우승팀(3명) 등 업계를 이끌어 나갈 재능있는 영 크리에이터들이 칸을 찾았다. 70년 된 칸 라이언즈에 신선한 세대교체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우리가 그렇게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칸 라이언즈에 옵니다."
칸 라이언즈 역사상 최초로 2년 연속 '올해의 크리에이티브 마케터(Creative Marketer of the Year)'에 선정된 AB인베브(AB InBev)의 마르셀 마르콘데스(Marcel Marcondes) 최고 마케팅 책임자(Chief Marketing Officer, CMO)는 올해 칸 라이언즈 무대에 올라 이 같은 말을 했다. 칸 라이언즈는 잘 한 것을 뽐내는 자리가 아니라, 오히려 부족한 점을 깨닫는 곳이라는 의미다.
혹자는 말한다. 칸 라이언즈에선 매년 똑같은 얘기만 한다고.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칸 라이언즈가 70년 간 외쳐 온 단 하나의 가치는 오직 크리에이티비티다. 크리에이티비티의 본질에 누가 더 가까워졌는지, 누가 더 새롭게 접근했는지, 이를 통해 누가 더 훌륭한 비즈니스 성과를 이뤘는지를 매년 확인하는 자리가 바로 칸이다. 현시각 전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와 주제에 대해 각 산업을 대표하는 최고의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 들여다 보고, 서로 자극과 영감을 주고 받는 창조적인 충돌 과정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위대한 크리에이티비티의 싹이 피어난다.
칸 라이언즈에선 매년 똑같은 크리에이티비티가 아니라, 시시각각 급변하는 세상과의 시차와 오차를 줄여주는 '지금 이 순간'의 크리에이티비티를 만날 수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감각을 키우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자신만의 씨앗을 품게 되는 것이다.
칸 라이언즈 어워드 쇼 무대에서 라이언즈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크리에이터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한 CD(Creative Director)가 말했다. "왜 저런 아이디어를 생각하지 못했을까? 비슷한 생각을 했으면서도 왜 실행하지 않았을까? 저 무대에 오르지 못한 내 자신에게 화가 나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고.
질투를 동력 삼아 내면에 꿈틀거리는 크리에이티브 본능을 깨우고, '언젠가 꼭 저 무대에 올라 사자 트로피를 들어 올리리라!' 굳은 결심을 하게 되는 곳.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고 싶은 꿈을 꾸는 크리에이터들의 심장을 거세게 뛰게 하는 바로 그 곳, 여기는 칸 라이언즈다.
김수경 기자muse@newdaily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