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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효과·전략 심사위원 이성하 버거킹 CMO
"에이전시와 브랜드, 긴밀하게 협력해야… '진정성' 주효"
[싱가포르 = 유다정 기자] 독특한 발상만이 좋은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 내진 않는다. 뻔하지만 '정공법'으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시장에서는 더 큰 임팩트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브랜드브리프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크리에이티비티(Creativity) 페스티벌인 스파이크스 아시아(Spikes Asia) 2024에서 크리에이티브 효과(Creative Effectiveness)와 크리에이티브 전략(Creative Strategy) 부문 심사를 맡은 이성하 버거킹 CMO(최고 마케팅 책임자)를 만나 해당 부문의 심사평과 최근 트렌드를 물었다.
이성하 CMO는 올해 심사에 대해 "캠페인이 해당 브랜드와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느냐"가 주요 심사 기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문제 파악을 독특하게 하고, 전략 또한 크리에이티브하게 했는데 생각보다 시장 변화가 없었던 사례가 많았다"며 "반면 누구나 생각할 법한 쉬운 문제와 솔루션이었는데 일어난 반응을 보면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케이스들도 있었다"고 설명이다.
효과(임팩트)를 측정할 수 있는 수치로 나타내는 것은 출품자들에게 가장 고민스러운 숙제다.
이성하 CMO는 "심사위원들 또한 토론을 많이 했다. 해당 결과가 순전히 이 캠페인 하나로만 됐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라며 "그러다 보니 브랜드 입장에서 그 전략이나 효과가 이례적이지 않고, 장기적으로 브랜드 전략 하에서 계속 운영될 수 있는 지를 봤다"고 말했다. 내년, 내후년에도 다른 식으로 활용돼 장기적으로 연속할 수 있는 캠페인인지를 본 것이다.
그가 꼽은 인상깊은 캠페인은 BBDO 인도가 대행한 Procter & Gamble(P&G)의 #ShareTheLoad다. P&G의 세제 브랜드 아리엘(Ariel)은 지난 2015년부터 '세탁은 여자만 하는 일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으로 지속적인 양성평등 캠페인을 벌여오고 있다. P&G에 따르면 2015년에 '세탁은 여성의 일'이라고 답한 남성이 79%에서 현재 26%로 줄었다.
올해 또한 #ShareTheLoad 캠페인의 일환으로, 가사일 분담의 불평등이 부부사이를 소원하게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See The Signs Of Silent Separation' 캠페인으로 효과 및 전략 부문에서 골드와 브론즈 스파이크스를 수상했다.
이성하 CMO는 "남녀평등이라는 주제가 기존에 없었던 것도 아니고, 브랜드마다 하는 캠페인이지만 P&G는 8년 넘게 꾸준히 해오고 있다"며 "이는 대행사의 일회성 제안으로는 진행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버거킹 코리아도 같이 하는 에이전시를 '파트너'라고 부르며 공동으로 기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거킹 코리아는 이노레드가 대행한 'I AM NOT KING' 캠페인으로 올해 스파이크스 아시아에서 브론즈를 수상했다.
해당 캠페인은 버거킹의 아이덴티티를 숨기고 버거킹을 조롱하는 듯한 이름인 'I AM NOT KING'이라는 이름으로 가상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기존 경쟁자가 아닌,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와 나란히 설 수 있는 제품으로 버거킹을 새롭게 소개하기 위해서다.
호응에 힘입어 상품 '오리지널스 페퍼잭'의 판매 기간이 3주 연장됐으며, 회사는 슈퍼 프리미엄 라인을 이어가기로 결정하고 2024년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 CMO는 "브랜드와 에이전시의 긴밀한 협업으로 진행된 캠페인은 완성도와 진정성 면에서 월등히 뛰어나다"며 "최근엔 브랜드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실행, 출품까지 하는 경우도 많아진 것이 트렌드"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크리에이티브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게 아니라, 있던 것을 잘 풀어냈을 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시작한 이성하 CMO는 라이엇게임즈와 크래프톤을 거쳐 2023년 버거킹 코리아 CMO로 합류했다. 그는 지난 2010년 한국 대표로 출전한 영 라이언즈 컴피티션에서 1등인 골드를 수상했으며, 칸 라이언즈를 비롯해 국내외 다수의 광고제에서 수상한 이력을 지닌 크리에이티비티 전문가다.
한편 올해 국내에서는 이성하 버거킹 CMO와 더불어 제일기획의 잭스 정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GCD)와 방유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이노션의 배금별 제작전문임원(ECD), 에델만 코리아의 이보영 전무, 하바스 코리아의 이효은 이사가 스파이크스 아시아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