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칸 라이언즈 소식
'최초의 먹을 수 있는 마스코트' 캠페인, 2200여개 출품작 제치고 그랑프리
삼성·제일기획 등 국내 수상작에서도 유머 코드 엿보여
"우리 업계는 지금 너무 진지하다. 이제는 유머를 좀 더 즐길 때" - 안셀모 라모스(Anselmo Ramos) GUT 공동창립자
세계 최대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인 칸 라이언즈(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 2024의 최대 화두로 꼽힌 키워드는 단연 '유머의 귀환'이었다. 올해 칸 라이언즈 측은 문화와 맥락(Cultural & Context) 심사 카테고리에 '유머의 활용(Use of humour)'을 새롭게 도입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기간을 거쳐 계속되는 경기 침체, 그리고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등이 우선 과제로 떠오르면서 크리에이티비티 업계는 전반적으로 무겁고 공익적인 캠페인만 강조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칸 라이언즈는 유머의 중요성에 다시 주목하며,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크리에이티브의 귀환을 알렸다.
팝 타르트(Pop-Tarts)의 '최초의 먹을 수 있는 마스코트(THE FIRST EDIBLE MASCOT)'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이 캠페인은 총 2259개, 전체 카테고리 중 최대 출품작 수를 자랑하는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 액티베이션 라이언즈(BRAND EXPERIENCE AND ACTIVATION LIONS)'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해당 캠페인은 전통적인 스포츠 스폰서십을 비틀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학 미식축구 게임인 볼 게임(bowl game)에서 경기가 끝나자, 팝 타르트의 마스코트는 거대한 토스트기에 뛰어들어 우승 팀들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많은 이목이 쏠린 카테고리였기에, 단순히 재밌는 프로모션으로 보일 수 있는 해당 캠페인의 그랑프리 수상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심사위원장인 안셀모 라모스 것 공동창립자의 대답은 확실했다.
그는 "해당 캠페인은 좋은 방식으로 이상하고(weird), 묘하다(bizarre)"며 "다른 경쟁자도 많았지만 농담(joke)이 그랑프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 업계는 지금 너무 진지하다. 이번 수상이 유머를 되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물론 해당 캠페인이 실없이 웃기기만 한 것은 아니다. 팝타르트는 미국에서 '아침식사의 아이콘'이지만 브랜드를 성장시키기 위해 간식 카테고리로 확장하기를 바란다. 공략 타깃은 Z세대였다. 이에 대학 풋볼 후원을 새로운 방법으로 활용했고, Z세대가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캠페인을 만든 것이었다. 해당 캠페인을 진행한 지난해 마지막 주, 카테고리 최고 점유율을 획득했다는 것이 팝타르트 측 설명이다.
마르셀 파리가 대행한 프랑스 최대 통신사 오렌지(Orange)의 '여자의 축구(WOMEN'S FOOTBALL)' 캠페인은 필름(FILM)과 엔터테인먼트 라이언즈 포 스포츠(ENTERTAINMENT LIONS FOR SPORT)에서 그랑프리를 받았다.
이 캠페인은 프랑스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의 실력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딥페이크 기술을 통해 남자 선수의 이미지가 입혀진 여자 국가대표팀의 실력을 보여준다. 여자도 남자만큼 훌륭한 기술과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반전을 통해 재치있게 풀어냈다.
심사위원장인 루이스 존슨(Louise Johnson) 퓨즈(Fuse) CEO는 "고정관념을 깨는 동시에 여자 축구의 기량과 흥분을 보여준 훌륭한 작품으로, 이는 국경을 초월한 폭넓은 대화를 촉발시켰다"고 평했다.
세미나에서도 '유머'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지난 2019년 출시한 생수 브랜드 '리퀴드 데스(Liquid Death)'가 그 주인공이다. 리퀴드 데스는 깨끗함과 청량함을 강조하는 일반 생수 브랜드와 달리 악마와 좀비 등의 이미지와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탄산음료나 맥주캔처럼 파격적이면서도 강렬한 색상과 같은 마케팅으로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그 인기를 증명하듯, 리퀴드 데스 세미나 시간엔 객석이 가득 찬 것은 물론 무대 밖까지 관객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이날 무대에 선 마이크 세사리오(Mike Cessario) 리퀴드데스 창립자 겸 CEO는 "리퀴드 데스는 전통적인 광고나 마케팅 대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재밌고 독특한 엔터테인먼트를 만드는 비전통적인 접근을 취하기로 했다"며 "리퀴드 데스의 미션이자 모토는 사람들을 위한 건강한 음료를 만드는 것이다. 몸에 좋은 건강한 제품을 만들면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수상작들에게서도 유머 코드를 공통적으로 볼 수 있었다.
제일기획 마드리드가 대행한 '삼성 더 아트 오브 핵(SAMSUNG THE ART OF HACK)' 캠페인은 스페인의 세금 시스템을 '해킹'하는 아이디어로, 크리에이티브 커머스(CREATIVE COMMERCE) 부문 브론즈를 받았다.
스페인에선 TV에 21%의 세금을 부과하는 반면 예술작품엔 단 10%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단순한 TV에 예술작품을 더하면 할인을 받을 수도 있는 셈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더프레임 TV의 아트갤러리 기능을 활용해 TV가 아닌 예술 작품으로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제안했다.
삼성전자와 제일기획 본사가 진행한 '트라이 갤럭시 폴드 익스피리언스(Try Galaxy Fold Experience)' 캠페인은 다이렉트 부문 브론즈를 수상했다. 캠페인은 갤럭시 사용을 가장 꺼려하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했다. 바로 아이폰 사용자들이다. 갤럭시 Z 폴드의 다양한 기능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2대의 아이폰을 동기화해 실제와 비슷한 갤럭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며 경쟁제품을 홍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다.
69개국에서 약 450명의 참가자가 참여한 '영 라이언즈 컴피티션(YLC)'에서 미디어 부문 브론즈를 차지한 제일기획의 고태율, 임수진 아트디렉터의 아이디어도 '유머' 코드가 섞여 있다. 올해 YLC엔 유엔 여성기구가 주도하는 '언스테레오타입 얼라이언스(Unstereotype Alliance)'가 과제 출제 기관으로 참여했다. 기존의 성공한 남성상을 깨고 청소년들에게 셀프 케어(self-care), 친구(friends), 가족(Family)라는 새로운 남성성을 보여줄 수 있는 캠페인을 만들 것을 제시했다.
고태율, 임수진 아트디렉터는 기존의 성공한 남성상이자 주인공인 '배트맨', '아이언맨', '다스배이더' 등이 아닌 'Sidekick(조수)'에 집중해 이야기를 풀어냈다. 폴댄스를 추는 '로빈', 해변에서 여가를 즐기는 '치타우리',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는 '스톰트루퍼'들을 통해 다른 유형의 삶도 재밌고 의미있음을 유쾌하게 그려내 호평 받았다.
올해 칸 라이언즈에서 돋보인 유머의 부활은 한국에도 '그린라이트(청신호)'다. 웃음은 만국 공통어다. '해학의 민족'인 대한민국이 전 세계인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로 칸의 사자 트로피를 더 많이 가져올 수 있기를 바란다.
올해로 71회를 맞은 칸 라이언즈 2024는 6월 17일부터 21일까지 프랑스 남부도시 칸(Cannes)에서 열렸다. 올해는 총 2만6753개의 캠페인이 출품됐으며, 97개국 1만2000여명이 칸을 방문했다. 올해 국내에서는 구글코리아, 기아 주식회사, 단국대학교, 대홍기획, 디마이너스원, 빅인스퀘어, 스튜디오좋, 앨리스퀘어크리에이티브, 엘리엇, 오스카스튜디오, 이노션, 이노션에스, 제일기획, 주식회사 거스트앤게일, 차이커뮤니케이션, 퍼블리시스 그룹 코리아, 포스트포나인즈, HSAD, KT(가나다 순) 소속 전문가들이 참관단을 꾸려 칸을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