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칸 라이언즈 소식
크리에이티브 전략 라이언즈(Creative Strategy Lions) 심사 인사이트 공개
"단순히 브랜드의 가치 높이는 전략 아닌, 사회적으로 영향력 미칠 수 있어야"
[프랑스 칸 = ] 세계 최대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인 칸 라이언즈(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에서 한국 최초의 크리에이티브 전략 라이언즈(Creative Strategy Lions) 심사위원이 탄생했다. 지난 2008년, 유일한 한국인 심사위원으로 칸 라이언즈에 참여해 사이버 라이언즈(Cyber Lions, 현재 폐지됨)를 심사했던 예희강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브랜드전략담당 부사장이 올해는 세계 최고의 크리에이티브 전략을 가리기 위해 다시 칸을 찾았다.
브랜드브리프는 프랑스 칸 현지에서 예희강 부사장을 만나 올해 칸 라이언즈 심사 경험과 관련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크리에이티브 전략은 어떤 카테고리인가
'크리에이티브 전략 라이언즈'는 전 세계 크리에이티브·마케팅·커뮤니케이션 업계의 상황을 반영해 지난 2019년 신설된 카테고리다. 이 부문은 캠페인의 결과물뿐만 아니라, 그 뒷단에 숨어있는 전략까지 심도있게 들여다보고 걸출한 전략을 선정해 기념하고 축하한다. 칸 라이언즈에서는 크리에이티브 이면에 숨겨진 전략 역시 하나의 크리에이티브로 본다. 또한 혁신적이고 비전이 있는 전략을 요구한다. 그 관점에서 가장 새롭고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전략을 심사한다. 캠페인 전체를 아우르는 전략적 계획이 어떻게 브랜드를 재정의하고 비즈니스를 재창조하는지, 단순한 솔루션이나 크리에이티브 우수성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까지 아우르는 전략으로서의 가치가 있는지를 평가한다. 거기서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등을 심사해 최고의 캠페인을 가린다.
칸 라이언즈 심사위원이 주목한 '모던 스트래터지'
칸 라이언즈에서 주목받는 크리에이티브 전략은 브랜드와 비즈니스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사회적 임팩트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심사위원 토론 중 '모던 스트래터지(Modern Strategy)'라는 표현이 자주 나왔다. 단순히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캠페인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종 그랑프리를 선정하는 토론만 5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캠페인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이해도가 결국 최종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 부분을 유념해서 출품해야 한다.
가장 눈에 띄었던 크리에이티브 전략
개인적으로 도브(Dove)의 'Let Her Grow' 캠페인(에델만 방콕(EDELMAN, Bangkok) 대행)이 인상적이었다. 코비드로 인해 학생들의 두발을 제한하는 태국의 사회 문제를 짚은 캠페인으로, 두발 제한이 아이들의 자존감과 자아 형성에 미치는 악영향에 주목했고 이 캠페인으로 인해 학생들의 두발 제한과 관련한 법이 개정되는 등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냈다. 학창 시절 두발 제한을 겪어봤기 때문에 이 캠페인이 주는 의미와 메시지가 마음 깊이 다가왔다. 두발 제한을 겪어본 적 없는 다른 심사위원들에게 이 캠페인의 의미를 자세히 설명했고, 많은 공감을 얻어 실버를 수상했다. 심사위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는 경험이었다.
그랑프리를 받은 네덜란드 통신사 KPN의 'A Piece of Me' 캠페인(덴츠 크리에이티브 암스테르담(DENTSU CREATIVE, Amsterdam) 대행)은 마지막까지 팽팽한 논의가 이뤄졌던 작품이다. 이 캠페인은 유럽 젊은층 사이에서 널리 퍼진 '섹스팅'과 관련해, 온라인 상에서 은밀한 사진을 공유하는 것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KPN은 네덜란드의 팝스타 미우(Meau)와 협력해 'A Piece of Me' 싱글 음반과 뮤직비디오를 론칭했고, 이 노래는 네덜란드에서 비욘세를 제치고 스포티파이 3위에 오르는 등 엄청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결국, 이 캠페인으로 인해 인터넷 상에서 주고 은밀한 받은 사진을 공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만들어졌다. 심사위원들이 오래 논쟁을 벌였던 이유는, 이 캠페인을 단순히 유명인을 활용한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로 볼 것인지 고도의 '모던 스트래터지'로 볼 것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결국 심사위원들은 오랜 논의 끝에, 이 캠페인이 단순히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에 공감해 이 작품에 그랑프리를 수여했다.
크리에이티브와 텔코(통신) 산업의 미래
그랑프리를 수상한 KPN을 보며 텔코 산업의 크리에이티브에 대해 많은 인사이트를 얻은 동시에, 그만큼 고민도 많아졌다. 이번 KPN 캠페인은 인터넷을 통해 퍼지는 부정적인 불법 콘텐츠에 대해 텔코 기업이 스스로 정화 작업을 펼친 사례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텔코는 규제 산업에 속한다. 많은 규제 속에서도 크리에이티브의 힘을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동시에 사회적으로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캠페인을 전략적으로 만들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크리에이티브 전략 라이언즈에서 수상하려면
칸 라이언즈에서 수상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출품작이 출품 세부 카테고리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정확한 카테고리에 출품해야만 심사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크리에이티브라고 해도, 카테고리에 맞지 않으면 수상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 낮아진다. 출품 전에 카테고리에 관한 디스크립션을 꼭 숙지하고, 필요시에는 칸 라이언즈 측 전문가에게 문의해 정확한 카테고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에서도 크리에이티브 전략 라이언즈에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글래스 라이언즈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경찰청 '똑똑(Knock Knock)' 캠페인(제일기획 대행)도 CSR 캠페인으로 보이지만 전략적으로도 크리에이티브했고,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매출이나 임프레션과 같은 수치적 결과보다, 캠페인 이후 사회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캠페인이라면 크리에이티브 전략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16년 전 사이버 라이언즈 심사를 맡았을 때 유일한 한국인이었지만, 올해는 한국인 심사위원이 5명으로 늘었다. 한국 크리에이티브의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 캠페인들을 칸 라이언즈에서 보게 되길 바란다.
올해로 71회를 맞는 칸 라이언즈 2024는 6월 17일부터 21일까지 프랑스 남부도시 칸(Cannes)에서 열렸다. 자세한 내용은 칸 라이언즈 홈페이지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올해 국내에서는 구글코리아, 기아 주식회사, 단국대학교, 대홍기획, 디마이너스원, 빅인스퀘어, 스튜디오좋, 앨리스퀘어크리에이티브, 엘리엇, 오스카스튜디오, 이노션, 이노션에스, 제일기획, 주식회사 거스트앤게일, 차이커뮤니케이션, 퍼블리시스 그룹 코리아, 포스트포나인즈, HSAD, KT(가나다 순) 소속 전문가들이 참관단을 꾸려 칸을 방문했다.
김수경 기자muse@newdaily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