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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킵의 시대, '돈 주고 봐야하는' 현대차 광고는 어떻게 성공했을까?

2025-06-30 10:04:16
이노션·현대차, 2025 칸라이언즈서 공동 세미나 열어
김정아 이노션 부사장, 지성원 현대차 글로벌 CMO, '밤낚시' 캠페인 인사이트 공유
"사람들이 원하는 경험을 하게 해주고, 보고 싶은 것을 보게 해주는 것이 핵심"
(좌측부터) 크리스티 린드 캔버스 최고 고객 책임자, 김정아 이노션 부사장, 지성원 현대차 글로벌 CMO. ©프랑스 칸 = 이준원 기자
(좌측부터) 크리스티 린드 캔버스 최고 고객 책임자, 김정아 이노션 부사장, 지성원 현대차 글로벌 CMO. ©프랑스 칸 = 이준원 기자

[프랑스 칸 = ] 우리는 매일 평균적으로 4000개에서 1만개의 광고에 노출된다. 누군가는 광고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이, 누군가는 최선을 다해 광고를 피하려고 한다. 광고를 보지 않기 위해 채널을 돌리고 '스킵(skip)' 버튼을 누르는 것은 물론, 광고가 없는 유료 모델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것이 당연해진 시대다.

이처럼 모두가 광고를 기피하는 시대, 오히려 광고이기를 포기하고 역으로 유료 관객들을 모은 현대자동차의 '밤낚시(Night Fishing)' 캠페인은 2025 칸라이언즈(Cannes Lions)에서 엔터테인먼트 라이언즈(Entertainment Lions)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새롭고 용감한 크리에이티비티의 승리를 전 세계에 알렸다. (관련 기사 - 이노션, 韓 역대 세번째 칸 그랑프리… 이용우 대표 "도전하는 기업문화가 결실 맺어")

브랜드브리프는 2025 칸라이언즈 셋째날인 18일(현지시간), 'Cut the Ad. Roll the Show.(광고는 그만. 쇼를 시작하자)'를 주제로 열린 이노션과 현대차의 공동 세미나에 참석해 '밤낚시' 캠페인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인사이트를 전해 들었다.

이노션의 미국 자회사인 캔버스 월드와이드(Canvas Worldwide)의 크리스티 린드(Kristi Lind) 최고 고객 책임자(Chief Client Officer)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는 김정아 이노션 부사장 겸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hief Creative Officer, CCO)와 지성원 현대차 글로벌 최고 마케팅 책임자(Chief Marketing Officer, CMO)가 함께 올라 생생한 캠페인 뒷얘기를 밝혔다. 

지성원 CMO는 "요즘 사람들은 콘텐츠에 지쳤다. 광고는 더 말할 것도 없다"며 "나 또한 광고에 집중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는데 일반 소비자들은 오죽할까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제 현대차의 광고는 다른 브랜드의 광고와 경쟁하는게 아니라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와 소셜 플랫폼, 틱톡, AI(인공지능) 등 모든 콘텐츠와 경쟁하는 시대"라며 "넘쳐나는 흥미로운 콘텐츠 속에서 더 이상 사람들은 광고를 신경쓰지 않는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브랜드를 좇았지만, 이제는 브랜드가 사람을 좇아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의 도전 과제는 그냥 보여지는 광고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보길 원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광고 브리프는 단 하나였다. 아이오닉5를 활용해 '광고가 아닌, 사람들이 보고싶어 하는 무언가'를 만들 것.

김정아 이노션 부사장. ©프랑스 칸 = 이준원 기자
김정아 이노션 부사장. ©프랑스 칸 = 이준원 기자

김정아 부사장은 "지난 20년 간 현대차와 함께 일해오면서 받은 광고 브리프 중에 가장 흥미롭고 영감을 주는 브리프였다"면서 "기존 광고와는 완전히 다르면서도 사람들이 절대 스킵하지 않고 찾아 보고 싶게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나온 아이디어는 아이오닉의 자동차 카메라 7대로만 영상을 찍되, 완성된 영상에 아이오닉 제품이나 이름이 한 번도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카메라는 단 7대, 그것도 차량용 카메라만 사용해야 했지만, 때로는 무언가를 제한하는 것이 오히려 영감을 주기도 한다(Limits Inspire)"고 덧붙였다. 

그렇게 시작된 '밤낚시' 아이디어는 영화 '세이프'로 한국 최초 칸영화제 단편경쟁부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문병곤 감독과 배우 손석구와의 협업을 통해 광고가 아닌 단편영화로서의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7대의 차량용 카메라만을 이용한 촬영은 결코 쉽지 않았다. 수백번의 사전 테스트와 개선 과정을 거쳐 오로지 차량용 카메라만으로 촬영한 최초의 단편영화가 탄생하게 됐다.

이노션은 비전통적인 방식으로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보여주는 방식에서도 비전통적인 방식을 택했다. 13분 분량의 '밤낚시' 영상을 유튜브나 소셜 채널에 무료로 공개하는 대신, CGV 영화관에서 유료 상영하기로 한 것이다. 티켓 가격은 1000원. 당시 '인사이드 아웃2', '원더랜드' 등 대작 영화와 개봉 시기와 겹쳤지만, 높은 관객 점유율을 기록했고 상영관이 극소수였음에도 불구하고 공식 관객수는 4만6000명을 넘어섰다.

김정아 부사장은 "요즘은 모든 콘텐츠가 무료지만, 우리는 다르게 하고 싶었다"며 "밤낚시를 진짜 영화처럼 상영하고 싶었다. 영화처럼 제작했듯이 개봉도 영화처럼 했다. 그러자 관객들도 밤낚시를 영화처럼 대했다. 많은 소비자들이 돈을 주고 티켓을 구매해 밤낚시를 관람했다"고 말했다. 

지성원 현대차 글로벌 CMO. ©프랑스 칸 = 이준원 기자
지성원 현대차 글로벌 CMO. ©프랑스 칸 = 이준원 기자

지성원 CMO는 "브랜드가 소비자의 시간과 관심을 얻기 위해 진정성 있는 경험을 제공하면, 사람들은 그에 기꺼이 돈과 노력을 지불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며 "밤낚시 캠페인은 '스낵무비'라는 새로운 영화 경험을 만든 것을 넘어, 소비자들 사이에서 브랜드에 대한 대화를 이끌어 냈다. 그 부분이 정말 의미있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티 린드는 "완전히 새롭고 멋진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실시간 고객 인게이지먼트와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고 누가 진짜로 이 콘텐츠를 봤는지도 알 수 있다. 모든 브랜드와 마케터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고 덧붙였다.

김정아 부사장은 "광고는 종종 브랜드 메시지에 집중하다가 스토리를 잃는 경우가 있다. '밤낚시'는 그 반대였다. 브랜드 메시지를 내려놓고 소비자 경험에 집중했기에 오히려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다"면서 "이제 브랜디드 콘텐츠는 무료로 보는 유튜브가 아니라 갤러리, 영화관, 서점, 콘서트장 같은 곳에서 사람들이 찾아봐야 하는 콘텐츠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분야와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에 도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지성원 CMO는 "밤낚시 프로젝트를 통해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그저 밀어 넣기보다, 사람들이 원하는 경험을 하게 해주고 보고 싶은 것을 보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마케터로서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며 "진정한 협업이 진정으로 의미있는 임팩트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이노션에 감사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올해로 72회를 맞은 2025 칸라이언즈는 오는 20일까지 프랑스 남부도시 칸(Cannes)에서 열린다. 자세한 내용은 칸라이언즈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국내에서는 기아, 꾸욱꾸욱, 다트미디어, 대홍기획, 비케이알(BKR), 성신여자대학교, 스튜디오좋, 안녕낯선사람뮤직앤사운드, 애드쿠아인터렉티브, 어셈블인, 온보드그룹, 이노션, 제일기획, 퍼블리시스코리아, 플랜잇프로덕션, 현대해상, HSAD, KT(가나다 순) 소속 전문가들이 참관단을 꾸려 칸을 방문했다.

2025 칸라이언즈 이노션·현대차 세미나. ©프랑스 칸 = 이준원 기자
2025 칸라이언즈 이노션·현대차 세미나. ©프랑스 칸 = 이준원 기자

 

김수경 기자muse@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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