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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던 새로움, 더 크리에이티브해지고 싶은 욕심으로부터"… 김정아 이노션 CCO

2025-06-30 10:11:53
이노션 본사 최초·韓 역대 세번째 칸 그랑프리 안긴 김정아 CCO 인터뷰
"상을 받기 위함이 아닌, 더 크리에이티브해지기 위해 칸에 도전하는 것"
"목적성을 잃지 않되, 그 안에서는 최대한 용감해지는 것이 중요"
"광고를 넘어, 드라마도 예능도 아닌 제3의 포맷을 가진 새로움 선보일 것"
김정아 이노션 부사장 겸 CCO. ©프랑스 칸 = 이준원 기자
김정아 이노션 부사장 겸 CCO. ©프랑스 칸 = 이준원 기자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프랑스 칸 = ] 2025 칸라이언즈(Cannes Lions)에서 엔터테인먼트 라이언즈(Entertainment Lions) 그랑프리를 수상한 이노션 김정아 부사장 겸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hief Creative Officer, CCO)의 첫 마디다. 감격이나 환희보다도, 오랜 책임의 무게가 느껴지는 소감이었다.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이노션 본사로서는 사상 첫 그랑프리, 대한민국 역사상 세 번째 칸 그랑프리라는 새로운 역사를 쓴 이번 수상은 김정아 CCO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브랜드브리프는 프랑스 칸 현지에서 김정아 CCO를 만나 칸라이언즈 그랑프리 수상이 갖는 의미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먼저 김정아 CCO는 "이노션의 광고인으로서 여기까지 오는데 20년 걸렸다"며 "국내를 제외하고 글로벌에서 수상한 상이 300개 가까이 되는데 유독 칸만은 인연이 없었다. 꼭 넘고 싶은 산과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년 칸라이언즈 시상식장에 가면 늘 수상자를 향해 박수를 쳐주는 입장이었다"며 "이번엔 우리가 그 무대 위에 섰고, 전 세계인들의 축하를 받게 되니 감회가 남달랐다. 광고 인생에 오래 기억될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김 CCO는 칸라이언즈 무대가 단순히 상을 넘어서, 크리에이티브 조직에 주는 동력에 주목했다. 수많은 도전 끝에 마침내 그랑프리에 도달한 경험은 이노션 내부 크리에이터들을 더욱 크리에이티브하게 해주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칸라이언즈에서 상을 받지 못했을 때 '왜 우린 못받지?'가 아니라, '칸의 사자 트로피를 뱅뱅 사거리(이노션 본사)로 데려오려면 더 좋은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우리가 더 크리에이티브해져야겠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상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크리에이티브해지기 위해 칸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칸라이언즈는 크리에이터들에게 꿈이기도 하면서 크리에이티브한 생각과 태도, 욕심을 잃지 않게 해주는 동력"이라며 "올해 '밤낚시' 캠페인이 그랑프리를 수상한 직후, 이노션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내년엔 더 좋은 거, 더 크리에이티브한 거 만들어서 칸에 가고 싶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광고인 '밤낚시'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더 크리에이티브 해지고 싶은 크리에이터의 욕심으로부터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김정아 이노션 부사장 겸 CCO. ©프랑스 칸 = 이준원 기자
김정아 이노션 부사장 겸 CCO. ©프랑스 칸 = 이준원 기자

이노션이 대행한 현대자동차의 '밤낚시' 캠페인은 '광고 아닌 광고'로 광고를 혁신했다. 아이오닉 차량 카메라 7대로만 촬영된 13분 분량의 '밤낚시' 영상에는 제품이나 브랜드 메시지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심지어 '광고는 공짜로 볼 수 있다'는 당연함을 뒤집고 영화관에서 유료로 개봉해 사람들이 직접 돈을 주고 광고를 보게 만드는 혁신을 일궜다. 그 결과, 엔터테인먼트 라이언즈 그랑프리와 함께 필름 라이언즈(Filme Lions) 실버까지 획득했다.

김 CCO는 "공짜는 매력적이지 않다. 소비자들에게 무작정 광고를 노출하는게 아니라, 제대로 된 몰입감을 주고 싶었기 때문에 영화적 방식으로 접근했다. 광고 경험이 한 번도 없는 문병곤 감독과 작업한 것도 의도적이었다"며 "직접 예매를 하고, 시간을 지켜 극장에 와서 광고를 보게 만드는 이 실험이 성공하면 업계에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광고뿐만 아니라 극장, 영화계와도 새로운 접점을 만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대행사를 믿어 준 광고주의 용기에도 감사함을 표했다. 김 CCO는 "현대차 지성원 CMO(Chief Marketing Officer, 최고 마케팅 책임자)를 처음 만났을 때, 디테일한 광고 콘티를 들고 가지 않고 대강의 아이디어만 툭 던졌다"며 "'이건 광고가 아니기 때문에 브랜드 메시지를 넣으려고 하면 망가진다. 그러니 이노션을 믿어달라'고 얘기하고 무한대의 자유를 얻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밤낚시' 촬영 현장에 광고주가 한 번도 오지 않았고, 완성된 작품을 본 뒤 "정말 좋은데요?"라는 말 외에 흔한 수정 요구도 없었다. 콘텐츠 크리에이티브는 모두 이노션에 맡겨 두고, 광고주는 '밤낚시' 콘텐츠를 어떻게 알려야 더 크게 키울 수 있을지에만 집중했다는 것이다.

김 CCO는 "광고주가 전적으로 믿고 맡겼기 때문에 가능한 콘텐츠였다"며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려고 할 때, 그것을 챌린지(challenge, 과제)가 아닌 기회로 받아들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정아 이노션 부사장 겸 CCO. ©프랑스 칸 = 이준원 기자
김정아 이노션 부사장 겸 CCO. ©프랑스 칸 = 이준원 기자

세상에 없던 광고 문법이었던 만큼 리스크도 컸지만 김 CCO는 분명한 기준을 갖고 프로젝트에 임했기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좋은 크리에이티브란 목적을 분영히 달성하는 것이다. 제품을 팔기 위해서인지, 소비자를 브랜드의 팬으로 만들기 위해서인지, 또는 소비자와 브랜드가 처음으로 만나는 접점을 만들기 위해서인지 그 목적성이 헷갈리지 않아야 한다"며 "밤낚시 캠페인을 만드는 동안 우리의 목적성을 잃지 않되, 그 안에서는 최대한 용감해지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밤낚시 캠페인에서 가장 의미있다고 생각한 부분은, 브랜드 메시지를 전혀 넣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가 제작한 콘텐츠의 팬덤을 구축한 것"이라며 "광고는 더 이상 광고만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광고와 콘텐츠, 문화, 기술을 잘 흡수하고 소화시켜서 완벽하게 결합된 새로운 형식을 추구해야 한다. 앞으로도 단순한 브랜디드 콘텐츠를 넘어, 드라마도 예능도 광고도 아닌 제3의 포맷을 가진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선보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CCO는 "단 한 번도 똑같은 걸 하지 않는 사람들이 바로 크리에이터다. 저 또한 그들에게 창피하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며 "많은 정보와 이야기를 충분히 듣되, 무엇에도 휩쓸리지 말고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맞춰 마음대로 하다 보면 분명 좋은 크리에이티비티를 만나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올해로 72회를 맞은 2025 칸라이언즈는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프랑스 남부도시 칸(Cannes)에서 열렸다. 자세한 내용은 칸라이언즈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국내에서는 기아, 꾸욱꾸욱, 다트미디어, 대홍기획, 비케이알(BKR), 성신여자대학교, 스튜디오좋, 안녕낯선사람뮤직앤사운드, 애드쿠아인터렉티브, 어셈블인, 온보드그룹, 이노션, 제일기획, 퍼블리시스코리아, 플랜잇프로덕션, 현대해상, HSAD, KT(가나다 순) 소속 전문가들이 참관단을 꾸려 칸을 방문했다.

2025 칸라이언즈 엔터테인먼트 라이언즈 그랑프리를 수상한 이노션. ©Cannes Lions
2025 칸라이언즈 엔터테인먼트 라이언즈 그랑프리를 수상한 이노션. ©Cannes Lions

 

김수경 기자muse@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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