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칸 라이언즈 소식
"디자인 라이언즈, 심미적 뛰어남뿐만 아니라 명확한 솔루션 주는 아이디어가 중요"
"적은 예산으로도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큰 울림 줄 수 있어"
"생각에서 멈추지 말고 무조건 실행하는 것이 핵심"

"좋은 크리에이티비티를 찾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만 내고 거기서 멈추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아이디어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진짜 답은 실행에 있죠."
[프랑스 칸 = ] 세계 최대·최고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인 칸 라이언즈(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 2025의 디자인 라이언즈(Design Lions) 예선 심사위원을 맡은 문나리 이노션 크리에이티브 알파팀 팀장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이하 CD)에게 올해는 매우 특별한 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칸라이언즈 심사위원으로서 칸을 방문해 전 세계의 출품작들을 직접 심사한 동시에, 그가 대행한 현대자동차의 '밤낚시(Night Fishing)' 캠페인이 이노션 본사 최초, 대한민국 역사상 세번째 칸라이언즈 그랑프리를 수상했기 때문이다.
브랜드브리프는 칸라이언즈 2025의 심사위원이자 그랑프리 수상자인 문나리 CD를 만나 올해 칸에서 얻은 인사이트와 수상자로서의 소회를 직접 들어봤다.
문나리 CD는 "그 전에 칸라이언즈에서 상을 받았을 때는 '어워드에서 상을 하나 탔구나' 하는 정도의 감흥 뿐이었다"며 "그러나 2년 간 칸라이언즈 심사를 맡으며 그 과정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알기에 수상은 물론 쇼트리스트에 오르는 것도 엄청난 성과라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됐다. 글로벌 전문가들이 모두 동의한 작품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디자인 라이언즈는 심미적인 뛰어남뿐만 아니라, 디자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명확한 솔루션을 주는 아이디어가 중요한 카테고리다.
문 CD는 "올해 디자인 라이언즈를 심사하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디자인의 영역이 매년 확장되어 간다는 것"이라며 "2024년 파리올림픽이 다양한 카테고리에 출품한 것을 보면서 올림픽도 디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도 모든 요소에서 디자인의 역할이 중요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AI(인공지능)가 디자인 영역에 빠르게 적용되면서, 인간의 디자인 능력을 AI가 빠르게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문 CD는 "디자인 카테고리 심사를 하면서 AI로 만든 작품인지를 꼭 확인했다"며 "그런데 오히려 AI를 전혀 쓰지 않았기 때문에 놀라움을 주는 캠페인이 눈길을 끌었다. 올해 골드를 수상한 스포티파이(Spotify)의 '스프레드비츠(Spreadbeats)' 캠페인(FCB 뉴욕 대행) 캠페인을 보면서 사람이 어떻게 이걸 만들었을까 하는 와우포인트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전했다.
디자인의 힘이 가진 정수를 보여준 캠페인으로는 올해 그랑프리 수상작인 미국 영화 예술 과학 아카데미(AMPAS)의 'Caption with Intention(FCB CHICAGO 대행)' 캠페인(FCB 시카고 대행)을 꼽았다. 이 캠페인은 영상 콘텐츠 자막에 디자인 요소와 아트 디렉션을 더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단순한 텍스트 전달을 넘어 감정, 분위기, 소리의 강약까지 시각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모두가 콘텐츠를 동등하게 경험할 수 있는 포용적 미디어 환경을 제시했다.
문나리 CD는 "디자인이 가진 최고의 힘은, 적은 예산으로도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큰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작고 간단한 아이디어로, 누구나 쉽게 누릴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한 점이 압권이었다. 언어와 문화를 모두 뛰어 넘어 모두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아이디어의 힘이 돋보였다"고 호평했다.
문 CD는 아이디어만 내고 거기서 멈추는 경우를 종종 본다면서 "디자인 카테고리는 특히 실행력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디어는 캠페인의 전체 여정 중 10분의 1 정도라고 생각한다"며 "생각에서 멈추지 말고 넥스트 스텝을 고민해서 무조건 실행해야 한다. 진짜 답은 실행력에 있다"고 역설했다.

올해 이노션의 '밤낚시' 캠페인도 특유의 실행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프로젝트였다. '세상에 없던 광고'를 만들기 위해서는 참신한 아이디어도 중요했지만,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용감한 실행력이 더 주효했다.
문나리 CD는 "'밤낚시' 캠페인은 기존의 어떤 광고도 닮지 않은, 전례 없는 도전이었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가 없었다는 것"이라며 "결과물이 어찌 나올지 몰라 불안했고, 잘못되면 모든 책임은 우리가 져야한다는 압박도 컸다. 끝까지 서로를 믿고 계속해서 도전했고, 이제는 '밤낚시'가 글로벌 레퍼런스가 됐다는 점이 가장 감격스럽다"고 전했다.
2년이 넘는 여정 끝에 완성된 '밤낚시'는 아이오닉 차량 카메라 7대로만 촬영된 13분 분량의 '스낵무비'로, 제품이나 브랜드 메시지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영화관에서 유료 개봉한 최초의 광고로, 브랜디드 콘텐츠의 혁신을 일궜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문 CD는 "지금까지 상을 타기 위해 아이디어를 낸 적은 한 번도 없다. 평소 신문 기사나 사회적 이슈를 보며 크리에이티브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에서부터 늘 출발했다"며 "크리에이티브 알파팀은 광고뿐만 아니라 부스 및 공간 디자인 팝업 스토어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 과정에서 생긴 결과물들이 어워드에 잘 맞아 떨어져 출품한 것일 뿐, 어워드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현실 속 문제를 해결하는 크리에이티브로 색다른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 도전을 앞으로도 계속 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올해로 72회를 맞은 2025 칸라이언즈는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프랑스 남부도시 칸(Cannes)에서 열렸다. 자세한 내용은 칸라이언즈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국내에서는 기아, 꾸욱꾸욱, 다트미디어, 대홍기획, 비케이알(BKR), 성신여자대학교, 스튜디오좋, 안녕낯선사람뮤직앤사운드, 애드쿠아인터렉티브, 어셈블인, 온보드그룹, 이노션, 제일기획, 퍼블리시스코리아, 플랜잇프로덕션, 현대해상, HSAD, KT(가나다 순) 소속 전문가들이 참관단을 꾸려 칸을 방문했다.

김수경 기자muse@newdaily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