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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 브리프도 종합 예술로 만드는 필름의 힘"… 이슬기 제일기획 ECD

2025-06-30 10:12:08
[칸라이언즈 2025] 필름 라이언즈 예선 심사위원 인터뷰
"모든 요소에서 뛰어남 갖춘 '완성형 작품'만이 필름 라이언즈의 자격 갖춰"
"어워드용 필름 아닌, 일상적 브리프를 한 단계 끌어 올린 작품에 높은 점수"
"광고는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일, 트렌드 좇기보다 자신만의 길 가야"
이슬기 제일기획 ECD. ©프랑스 칸 = 이준원 기자
이슬기 제일기획 ECD. ©프랑스 칸 = 이준원 기자

"칸라이언즈의 가장 오래된 카테고리인 필름 라이언즈는 한 마디로 종합 예술입니다. 일상적인 브리프도 하나의 예술로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필름의 힘이죠."

[프랑스 칸 = ] 세계 최대·최고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인 칸 라이언즈(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 2025의 필름 라이언즈(Film Lions) 예선 심사위원을 맡은 이슬기 제일기획 ECD(Executive Creative Director, 크리에이티브 총괄)는 필름 카테고리를 이렇게 정의했다. 

브랜드브리프는 칸 현지에서 이슬기 ECD를 만나 올해 심사 소감과 이를 통해 얻게 된 크리에이티브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지난 2019 칸라이언즈 다이렉트 라이언즈(Direct Lions) 예선 심사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칸라이언즈 심사위원으로 선정된 이슬기 ECD는 "매일 아침 1시간 씩 전 세계 광고를 찾아보는 게 일종의 취미인데, 익숙한 작품들을 심사 때 다시 볼 수 있어서 더 기쁜 마음으로 심사에 임했다"면서 "역시 필름이 가장 재밌는 카테고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칸라이언즈의 필름 라이언즈에 대해 "하나의 종합 예술"이라며 "캠페인 아이디어와 실행, 결과도 물론 중요하지만 음악과 영상, 연기, 크래프트, 디테일 등 모든 요소가 맞물려 완성되는 복합적인 카테고리"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닌, 크래프트와 브리프 해결력, 그리고 감정적인 임팩트까지 모두 갖춘 '완성형 작품'을 요구하는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심사 기준에 대해서는 "어워드를 위해 만든 필름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받는 광고주의 실제 브리프를 어떻게 한 단계 더 끌어올렸는가를 보고 그런 작품에 큰 점수를 줬다"고 밝혔다. 

이슬기 ECD는 올해 심사를 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으로 호주 최대 통신사인 텔스트라(Telstra)의 'Better on a Better Network' 캠페인(BEAR MEETS EAGLE ON FIRE Sydney 대행)을 꼽았다. 이 캠페인은 2024 파리 올림픽 기간 동안, 호주의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 26곳을 배경으로 한 26편의 스톱모션 필름을 선보이며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구축했다. 기존의 딱딱한 브랜드 메시지 대신, 지역 특색과 실제 주민들의 목소리를 활용한 감성적이고 인간적인 접근으로 호평 받으며 필름 크래프트 라이언즈에서 그랑프리와 골드, 필름 라이언즈에서 골드와 브론즈를 수상했다.

이 ECD는 이 캠페인에 대해 "지역을 대표하는 동물들이 실제 그 지역 주민들의 사투리로 대화하는데, 모든 디테일이 살아있었다"면서 "매일 받는 브리프에서 시작해 충실하면서도 아주 영리하게 만든 작품이다. 특히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적 표현력과 크래프트의 정수가 어우러졌다"고 평가했다. 

올해 칸라이언즈 필름 라이언즈에서는 두 편의 그랑프리가 탄생했다. 영국 방송사 채널4(Channel 4)가 선보인 2024 파리 패럴림픽 캠페인 'Considering What?'(Channel4 런던 제작)은 패럴림픽 선수와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통찰력 있게 다룬 동시에 실험적 연출과 메시지의 힘이 큰 호응을 얻었다. 공동으로 그랑프리를 수상한 로레알 파리의(L’Oréal Paris)의 'The Final Copy of Ilon Specht' 캠페인(McCann Paris 대행)은 17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로, 1973년 'Because I’m Worth It' 슬로건의 창시자인 일론 슈페히트(Ilon Specht)의 목소리를 되살려 메시지의 진정성과 원작자의 권위를 회복시켰다. 

이슬기 ECD는 "그랑프리 수상작은 오직 필름만이 할 수 있는 것을 해 낸 캠페인"이라며 "채널4 캠페인의 경우, 스포츠는 장애를 신경쓰지 않는다라는 메시지 플랫폼도 단단했고 실제와 초현실적 이미지의 결합, 탁월한 편집과 사운드까지. 이 모든게 이 필름을 보는 순간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심장으로 전해질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칸라이언즈 필름 라이언즈에서 수상하기 위한 '꿀팁'을 묻자 그는 단호하게 "세상에 '꿀팁'이란 없다"면서 "광고는 매년 새로움을 추구하는 일이다. 내년에 어떤 트렌드가 주목받을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고 그 안에서 새로움을 만나게 되는 게 가장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조언했다. 변덕스러운 트렌드를 좇기 보단, 자기만의 길을 깊이 파는 것이 오히려 더 큰 가능성을 가져다준다는 의미다. 

이슬기 ECD는 이번 심사를 마치고 '객관적으로 나의 작업물을 바라보는 훈련'이 됐다고 얘기했다. 그는 "일에만 몰두해 있을 때 안 보이던 부분을, 이번 칸라이언즈 심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다시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동시에 내가 생각하는 게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이 ECD는 "무언가를 할 때마다 세상에 그 일이 전부인 것처럼 하는 타입이다. 지금 하는 일을 잘해내는 것 말고는 계획이 없다"며 "앞으로도 하던 일 쭉 열심히 하겠다"는 담담하면서도 묵직한 답변을 내놨다.

한편 올해로 72회를 맞은 2025 칸라이언즈는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프랑스 남부도시 칸(Cannes)에서 열렸다. 자세한 내용은 칸라이언즈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국내에서는 기아, 꾸욱꾸욱, 다트미디어, 대홍기획, 비케이알(BKR), 성신여자대학교, 스튜디오좋, 안녕낯선사람뮤직앤사운드, 애드쿠아인터렉티브, 어셈블인, 온보드그룹, 이노션, 제일기획, 퍼블리시스코리아, 플랜잇프로덕션, 현대해상, HSAD, KT(가나다 순) 소속 전문가들이 참관단을 꾸려 칸을 방문했다. 

김수경 기자muse@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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