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칸 라이언즈 소식
"하고 싶은 메시지가 명확하면 특별한 기교 없어도 돼"
"칸라이언즈 심사, 짧은 기간에 압축적인 성장감 경험해"

올해 칸라이언즈 아웃도어 부문에선 강한 메시지보다 절제된 표현이 더 주목받았다. 아웃도어 부문 예선 심사위원으로 활약한 이승재 아이디엇 대표는 스마트폰 시대를 풍자한 킷캣부터 산후 햄버거를 다룬 버거킹까지, 대중 감수성의 변화를 포착한 캠페인들이 특히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브랜드브리프는 이승재 아이디엇 대표를 서면으로 만나 올해 수상작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들었다.
이승재 대표는 "광고제가 그들만의 리그로 평가받지 않으려면 비지니스 임팩트와 크리에이티브 임팩트를 동시에 연결하는 작품들이 더 주목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먼저 문제와 해결(PROBLEM & SOLVING) 부분에서는 두 덩이로 구조를 나눈다. 문제(PROBLEM)에선 당위성과 문제의 무게감 2가지 기준에서 세부 평가를, 해결(SOLVING)에선 실효성과 의외성 2가지 기준에서 세부 평가를 하는 편"이라고 심사기준을 밝혔다.
이 대표는 "꼭 4가지 모두가 충족되지 않는 광고도 많지만, 해당 기준을 세우면 작품이 가진 의미를 제대로 해석하기 용이하고 더 완성도 높은 광고를 구분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승재 대표에 따르면 올해 아웃도어 부문을 관통한 키워드는 '절제된 세련미'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아웃도어 카테고리에서는 강력한 브랜드 액티비즘이나 첨단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발명 작업들이 주류를 이루었다면, 올해는 그와 결이 반대인 다수의 작품들이 주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아웃도어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한 킷캣(KITKAT)의 킷캣 폰 브레이크(KitKat Phone Break), 골드를 수상한 스텔라 아르투아(STELLA ARTOIS)의 클로스트로바(Claustrobars), 그리고 실버를 수상한 커네토(CORNETTO)의 여름을 찢어라(Unwrap The Summer) 등을 언급하며, "브랜드 슬로건조차 드러내지 않고도, 단 하나의 이미지로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해내는 캠페인이었다"고 평가했다.
VML 프라하가 대행한 킷캣 폰 브레이크는 어떠한 카피나 로고 없이 스마트폰을 킷캣으로 대체하는 간단하면서도 즉각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주목받았다. 그레이(GREY) 런던이 대행한 클로스트로(Claustro)는 '닫힌', '갇힌'을 의미하는 접두어로, 연관어로는 폐소공포증(Claustrophobia), 폐쇄적인(Claustrophobic) 등이 있다. 클로스트로바는 붐비는 술집에서 짜릿한 맥주 한 잔의 의미를 잘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롤라 멀렌로우(LOLA MullenLowe)가 대행한 여름을 찢어라는 커네토 아이스크림 포장지에 서퍼, 다이버, 보트 등 여름을 상징하는 요소들을 결합한 포스터 시리즈다. 포장지를 뜯음으로써 여름을 만끽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는 "특히 킷캣의 시리즈는 스마트폰에 몰입한 현대인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풍자하면서, 'Have a Break, Have a Kitkat(휴식을 가지세요, 킷캣을 드세요)'이라는 메시지를 저절로 떠오르게 만든 놀라운 크리에이티브였다"며 "과잉 자극과 도파민이 범람하는 시대, 오히려 조용하고 절제된 방식이 더 강력한 주목을 끌었다는 사실은 대중 감수성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반증이자 인사이트"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캠페인으로 BBH 런던이 대행한 버거킹(BURGER KING)의 기쁨 꾸러미(Bundles of Joy) 시리즈와 서비스플랜(SERVICEPLAN) 뮌헨이 대행한 페니(PENNY)의 가격 패키지(Price Packs)를 꼽았다.
아웃도어 부문 실버를 수상한 버거킹 캠페인은 출산 직후의 산모들이 와퍼를 한 입 베어 물며 행복감을 느끼는 모습을 담은 이미지형 옥외광고(OOH) 시리즈다. 출산의 솔직한 현실을 보여주고, 산모가 첫 산후 식사로 무엇을 먹을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의 선입견에 도전한 캠페인이다. 실제 맘셋넷(Mumsetnet) 설문 조사에 따르면 39%의 산모가 산후 식사로 버거와 감자튀김을 선호한다.
이승재 대표는 "패스트푸드라는 다소 부정적 카테고리의 제품을 '출산 직후 풍부한 영양과 만족을 주는 음식'이라는 새로운 TPO로 포지셔닝을 확장했다는 점과 브랜드 가치를 가장 반대편까지 넓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이어 그는 "크리에이티브의 표현 방식에서도 출산 상황과 햄버거가 한 프레임 안에서 충돌하며 만들어낸 의외성이 강력한 비주얼 임팩트를 만들었다"며 "실제 대고객 인식 전환에도 상당히 효과적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웃도어 부문 골드를 수상한 페니의 캠페인은 제품 전면에 가격을 가장 크게 인쇄한 패키지 디자인 아이디어다. 이를 통해 페니는 즉각적인 가격 인지도와 투명성을 확보해 경쟁사와 차별화를 꾀했다.
이승재 대표는 "독일 내 인플레이션으로 많은 소비자들이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우리만큼은 가격을 지키겠다'는 브랜드의 의지를 패키지 그 자체로 선언한 맥락적 대응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크리에이티브의 표현 방식에서도 숫자뿐인 패키지가 제품 경쟁력을 어필하는 동시에, 브랜드 철학을 전달하는 광고의 미디어가 된다는 점이 좋았다. 무엇보다 하고 싶은 메시지가 명확하면 특별한 광고나 기교 없이도 그 자체가 가장 좋은 커뮤니케이션이 된다는 점을 다시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세계 최고의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에서 심사위원으로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스스로 자격에 대해 반문하면서 부끄럽지 않은 심사를 하기 위해 모든 작품들을 더 깊이 들여다 보며 심사에 임했다"며 "심사위원이 되는 것은 어렵지만 좋은 심사위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더 큰 트레이닝이라는 관점에서, 수백편의 훌륭한 레퍼런스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짧은 기간에 압축적인 성장감을 경험했다"고 심사 소감을 밝혔다.
특히 이 대표는 "올해 아웃도어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한 작품의 히스토리를 듣게 됐는데, 인상적이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VML이라는 광고회사에서 광고제 출품을 목표로 사내 공모전을 열었고, 제출된 400여개의 아이디어 중 수상 확률이 가장 높다고 판단된 작품을 브랜드에 제안해 제작한 결과물이 이번 수상작이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말 그대로 '광고제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하지만 '기술적 완성도가 뛰어난 캠페인'인 셈이다. 이를 통해 '칸에 도전한다는 건 결국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다시 던지게 됐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이승재 대표는 "아직까지 명확한 결론은 내리지 못했지만, 앞으로 저와 아이디엇의 행보로 답을 대신하고 싶다"고 마무리했다.
한편 올해로 72회를 맞은 2025 칸라이언즈는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프랑스 남부도시 칸(Cannes)에서 열렸다. 자세한 내용은 칸라이언즈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국내에서는 기아, 꾸욱꾸욱, 다트미디어, 대홍기획, 비케이알(BKR), 성신여자대학교, 스튜디오좋, 안녕낯선사람뮤직앤사운드, 애드쿠아인터렉티브, 어셈블인, 온보드그룹, 이노션, 제일기획, 퍼블리시스코리아, 플랜잇프로덕션, 현대해상, HSAD, KT(가나다 순) 소속 전문가들이 참관단을 꾸려 칸을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