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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 대신 브랜드 유산에 집중"… 로레알·도브·애플, 성공한 장수 캠페인의 공통점

2025-07-09 18:54:23
칸라이언즈가 주목한 시대를 관통하는 캠페인
로레알, "나는 소중하니까" 50년 된 카피가 주는 힘
도브, 미의 기준을 다시 쓴 리얼 뷰티 20주년 캠페인
애플, 10년의 캠페인으로 아이폰을 문화로 만들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되 본질을 잃지 않는 힘. 브랜드의 역사를 자산이자 미래 전략으로 활용한 이들은 크리에이티비티와 지속가능성의 균형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System1과 에피 월드와이드(Effie Worldwide)의 연구에 따르면 3년 이상 운영된 독특하고 감성적인 광고는 빠르게 중단된 캠페인보다 7.5배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한다. 캠페인이 효과가 있다면 계속 유지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인 셈이다.

9일 브랜드브리프는 브랜드 유산을 크리에이티브하게 이어받아 2025 칸라이언즈에서 최고의 영예인 그랑프리를 수상한 로레알 파리(L'Oréal Paris), 도브(DOVE), 그리고 애플(APPLE)의 세 가지 캠페인을 톺아본다.

제목: 일론 스펙트의 마지막 카피(The Final Copy of Ilon Specht)
출품사: 맥켄 클리시(McCANN, Clichy)
브랜드: 로레알(L'OREAL) 
수상: 2025 칸라이언즈 필름(FILM) 부문 그랑프리,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부문 골드, 
PR 부문 실버

50년 된 카피, 진정으로 여성에게 돌아가다

1973년 등장한 로레알 파리의 상징적인 'Because I'm Worth It(난 소중하니까)' 슬로건.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40개 언어로 번역된 광고 카피로, 로레알을 세계 최고의 뷰티 브랜드로 만들고 지금까지 전 세계 여성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슬로건을 만든 이는 맥켄(McCann)의 카피라이터 일론 스펙트(Ilon Specht)다. 그의 암 진단 소식이 들리고 단 몇 주 만에 다큐멘터리 '일론 스펙트의 마지막 카피(The Final Copy of Ilon Specht)' 촬영이 시작됐다. 당시 나이 23세, 해당 카피를 쓰게 된 이야기를 담아 17분의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졌다. 로레알 파리가 제작하고 오스카 수상 감독 벤 프라우드풋(Ben Proudfoot)이 메가폰을 잡았다. 

뉴욕의 일론 스펙트 자택에서 최소 인원으로 촬영된 이 다큐멘터리는 각본 없이 그의 목소리 그대로 담겨졌다. 제작 과정에서도 젠더 다양성을 실현해 주요 크리에이티브·제작·배급 역할을 여성들이 맡았다. 

인터랙티브 설치물에서 사진을 찍어 I'm Worth It의 I를 채우는 여성들. ⓒ칸라이언즈
인터랙티브 설치물에서 사진을 찍어 I'm Worth It의 I를 채우는 여성들. ⓒ칸라이언즈

이것은 단순한 브랜드 콘텐츠가 아니라 문화적 복원이자, 사회적 운동이었다. 회사는 유럽 전역에 인터랙티브 설치물을 설치해 다양한 배경의 여성들이 'I’m Worth It'의 'I(나)' 안으로 직접 들어가 자신의 가치를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단순한 대표성 수준을 넘어, 진정으로 카피의 소유권을 전달하는 시도였다. 총 1만2000여명의 여성이 이 체험에 참여했다. 

제목: AI 시대, 재정의된 도브의 리얼 뷰티(Dove Real Beauty Redefined for the AI Era)
출품사: 마인드셰어 뉴욕(MINDSHARE, New York)
브랜드: 도브(DOVE)
수상: 2025 칸라이언즈 미디어(MEDIA) 부문 그랑프리·실버

20주년 된 캠페인이 AI 시대를 맞이하는 방법


미드저니(Midjourney)나 달리(DALL·E)와 같은 AI 이미지 생성기에 '멋진 여성'이나 '자신감에 찬 여성'을 입력하면, 대부분 획일적이고 비현실적인 여성 이미지가 생성된다. 그런데 여기에 '도브 리얼 뷰티 캠페인에 따르면(according to Dove real beauty campaign)'이라는 문구를 추가하면 다인종 및 다양한 외모의 여성 이미지로 결과가 바뀐다. 

이는 지난 20년간 도브의 리얼 뷰티 캠페인 이미지들이 인터넷에 축적되며 AI 학습 모델에 영향을 준 결과다. 도브는 이를 바탕으로 AI의 학습 결과를 계속 변화시킬 힘, 그리고 책임 또한 있음을 인식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 철학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래의 AI가 반영할 아름다움 기준을 바꿀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영감(inspiration)'을 중심으로 경험을 설계하는 SNS인 핀터레스트(Pinterest)가 미디어로 제격이었다. 

도브는 핀터레스트 사용자들이 다양한 여성의 이미지를 선택해 자신만의 리얼 뷰티 DNA(Real Beauty DNA)를 구성할 수 있게 했다. 이 선택은 퍼스널 영상으로 제작돼 공유할 수 있으며, 핀터레스트에서는 '핀(pin, 관심있는 이미지를 저장하고 다른 사용자와 공유하는 데 사용하는 북마크)'하면 된다. 이를 통해 핀터레스트 피드 알고리즘이 변화했고, AI가 반영하는 아름다움의 기준도 보다 다양하게 진화할 수 있었다.

캠페인 총 노출은 7억8700만 회로 핵심성과지표(KPI)를 초과 달성했으며, 타깃인 밀레니얼 여성(25-54세)의 높은 참여와 브랜드 유대감 강화를 이뤄냈다. 도브는 핀터레스트를 넘어, 옥외광고(OOH), TV, 인쇄, 소셜, 디지털 영상 등 멀티채널로 캠페인을 확장해 AI가 아름다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그 기준이 현실적이어야 하는 이유를 알리고 있다.

제목: 아이폰으로 찍었습니다(Shot on iPhone)
출품사: TBWA 미디어 아츠랩, 로스앤젤리스(TBWA\MEDIA ARTS LAB, Los Angeles)
브랜드: 애플(APPLE)
수상: 2025 칸라이언즈 크리에이티브 효과(CREATIVE EFFECTIVENESS) 부문 그랑프리

캠페인을 넘어 문화로, 10년의 시간으로 증명하다


칸타의 컴테크 글로벌 보고서(Kantar ComTech Global Report)에 따르면 카메라는 스마트폰 구매 시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사항이다. 경쟁사들이 화소수와 렌즈 성능을 설명하는 데 집중한 반면, 애플은 아이폰(iPhone) 카메라가 왜 최고인지를 보여줬다.

실제 사용자의 사진을 담은 대규모 옥외 광고 캠페인 '월드 갤러리(World Gallery)'. ⓒ칸라이언즈
실제 사용자의 사진을 담은 대규모 옥외 광고 캠페인 '월드 갤러리(World Gallery)'. ⓒ칸라이언즈

실제 사용자의 사진을 담은 대규모 옥외 광고 캠페인 '월드 갤러리(World Gallery)'을 통해 'Shot on iPhone(아이폰으로 찍었습니다)' 캠페인이 시작됐다. 25개국 73개 도시에서 아이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전시해 전 세계적인 관심을 집중시켰다. 초기 캠페인의 성공에 힘입어 'Shot on iPhone'은 전 세계 프리미엄 광고가 포함된 연 2회 옥외 광고 캠페인으로 10년째 진행 중이다.

이는 '아이폰그래피(iPhoneography)'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아이폰을 사용해 사진을 찍고 편집하는 것을 의미하는 아이폰그래피는 특별한 장비 없이도 고품질의 사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다. #ShotoniPhone 해시태그 또한 온라인 상에서 하나의 언어처럼 쓰이고 있다. 2025년 현재 해시태그 사용량은 3500만 건 이상으로, 2017년 대비 5만7256% 증가했다.

단순한 광고를 넘어, 사진 및 영상 창작 방식 자체를 변화시킨 캠페인이라는 평가다. 애플은 다양한 수상 경력에 빛나는 감독들과 함께 단편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롤링스톤지(Rolling Stone) 커버 사진부터 대니 보일(Danny Boyle) 감독의 유명 좀비 영화 '28년 후(28 Years Later)'에도 아이폰이 활용됐다. K팝 스타 뉴진스(New Jeans)와 에스파 등 K팝 크리에이터들과의 협업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아이폰그래피 수업이 개설되기도 했다. 

Shot on iPhone 캠페인이 시작된 2015년, 미국 청소년의 약 66%가 아이폰을 사용했으며 현재 이 수치는 88% 이상으로 올라갔다. 이 캠페인은 애플 역사상 가장 지속적이고 효과적이며, 궁극적으로 아이폰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스마트폰이 되는 데 기여했다.

2025 칸라이언즈 크리에이티브 효과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안드레아 디케즈(Andrea Diquez) GUT 글로벌 CEO는 "클라이언트가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를 사용해 전 세계적, 그리고 지역적으로도 관련성이 높은 장기적인 캠페인과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최종 결과는 마법과 같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30주년을 맞이한 칸라이언즈코리아는 세계적인 크리에이티브 축제 칸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의 한국 버전 '칸라이언즈서울'을 오는 9월 24일부터 26일까지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연다. 광고, 마케팅, 디자인,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최신 트렌드와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를 논의할 예정이다.

유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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