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칸 라이언즈 소식
"길바닥 프로페셔널리즘, 어떻게든 되게 만드는 태도 필요"
"사람들이 감동하는 지점은 영상에 담기지 않는 비효율적 행동"
“캠페인의 출발점은 브랜드 노출이 아니라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순수한 목적성이다”
김동길 디마이너스원 대표는 25일 서울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열린 ‘칸 라이언즈 서울 2025’ 행사에서 이 같이 말하며 캠페인의 본질은 브랜드 홍보가 아니라 사람과 사회를 위한 순수한 이유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 목적을 먼저 세우고, 그다음에 비즈니스 목표를 얹는 순서가 지켜질 때 대중은 진정성을 느끼고 결국 브랜드를 사랑하게 된다”고 말했다.
디마이너스원은 최근 ‘착한 광고’로 이슈가 되고 있는 8년차 독립 광고대행사다. ‘클리오 스포츠 어워즈’에서 ‘모두의 드리블’ 캠페인으로 이벤트 체험 부문 금상, PR부문 은상을 수상하며 화제가 됐다. 해당 캠페인은 '축구공이 갈 수 있는 길이라면 휠체어도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K리그 팬들과 함께 공을 드리블해 휠체어가 갈 수 있는 이동약자 지도를 제작해 호평 받았다.
이 외에도 학생 독립운동가들의 명예 졸업식을 담은 빙그레의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 캠페인, 배달 서비스 접근성이 낮은 강원도 산간 지역 아이들에게 배달 음식 경험을 알리는 배달의 민족의 ‘처음 맛난 날’ 캠페인 등을 진행했다.
김 대표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확산으로 ‘착한 브랜드’가 선택받는 환경이 자리 잡았지만, 목적의 순서를 혼동할 경우 ‘그린 워싱’과 같은 논란을 자초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캠페인은 사회에도 이롭고 브랜드에도 이로워야 한다. 다만 과정 내내 ‘우리는 왜 이 일을 하나’라는 문장을 붙들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간 진행했던 캠페인을 사례로 들어 디마이너스원의 철학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특히 빙그레와 함께 진행한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은 디마이너스원의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캠페인 중 하나로 꼽힌다.
디마이너스원 팀은 퇴학·정학 기록이 남은 학생 독립운동가를 직접 찾아보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한 달 넘게 자료를 대조하며 기준을 세워 선별했고, 후손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취지와 절차를 설명했다. 이어 보관된 사진을 전문가와 협업해 학생 시절 모습으로 복원하고, 졸업 앨범·졸업장을 제작했다. 졸업식 장소는 상징성과 접근성을 고려해 천안의 독립기념관으로 정하고, 초대장 발송과 셔틀 운영까지 세심하게 준비했다. 현장 좌석 배치도 후손이 주인공이 될 수 있게 구성했고, 영상 연출보다 당사자 경험을 우선했다.
그는 “우리는 광고를 만든 게 아니라 ‘졸업식’을 만든다는 마음가짐으로 움직였다”며 “영상에 드러나지 않는 비효율처럼 보이는 선택들이 후손에게는 평생의 기억이 되고, 대중에게는 진정성으로 읽힌다”고 설명했다.
배달의민족과 진행한 ‘처음 만난 날’ 역시 목적성에 충실한 캠페인이었다. 디마이너스원팀은 ‘배달이 닿지 않는 도서·산간 지역 아이들에게도 배달 음식을 맛볼 기회를 주자’는 목표를 세우고, 실제 산악 지역 학교를 찾아 아이들이 원하는 메뉴를 사전 조사해 주문했다. 배달 경험의 본질을 구현하기 위해 라이더와 오토바이를 현장으로 옮기고, 앱 화면도 지역에 맞게 구현했다. 촬영팀에는 “아이들은 배우가 아닌 수혜자”라며 결과물보다 경험을 우선하라는 원칙을 공유했다.
김 대표는 이 같은 방식을 ‘길바닥 출신의 프로페셔널리즘’으로 정의했다. 책상 위에서만 기획서를 쓰는 태도가 아니라, 현장 한복판에서 문제를 직접 부딪히며 답을 찾아내는 접근을 의미한다. 김 대표는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야 할 때가 많다. 안 된다고 단정하지 말고, 보편적 절차에만 매여 있지도 말고, 어떻게든 되게 만드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디마이너스팀도 기존 제도나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여러 번 ‘처음’의 길을 개척했다. 국가기관이 독립운동가 명단만 넘겨줬을 때는 팀원 여섯 명이 한 달 넘게 퇴학·정학 여부를 일일이 대조하며 기준을 만들었다. 버려질 수 있는 액자를 졸업식 전시물로 쓰고 다시 후손들이 가져가도록 했고, 도시락과 꽃다발도 세심하게 한국적 의미를 살려 준비했다.
또 다른 캠페인에서는 방화포를 앞치마로 개조해 주방 화재를 막는 시제품을 만들었고, 호수 위에 설치물을 띄운 뒤 정화 기능을 더해 수질 개선 효과를 실험했다. 광고에 특정한 음악을 쓰고 싶어 거절한 아티스트에게 직접 손편지를 쓰기도 했다. 이 모든 과정은 ‘먼저 상상하고 곧바로 검증한다’는 원칙에서 출발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결국 사람들이 감동하는 지점은 영상에 다 담기지 않는 우리의 비효율적 행동”이라며 “지금은 무엇보다 진정성이 중요한 시대다. 모든 브랜드가 진정성있는 착한 브랜드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칸 라이언즈서울은 26일까지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열린다. 슬로건은 Creativity for All로 크리에이티비티를 통한 혁신과 변화를 모든 이들과 공유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행사에서는 37개의 라이브 강연과 글로벌 기업 토크 스크리닝, 100여 점의 수상작 상영, 연사 밋업과 네트워킹 파티 등이 마련됐다. 자세한 내용은 칸라이언즈서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